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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정창권
2004-06-12

  2003년 1월 출간되었던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를 기억하시나요? 글자 그대로 너무나 재미있어서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추천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쉽고, 재미있고, 생생한 역사책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든요. 6월 초 저자의 두번째 책 <향랑, 산유화로 지다>를 받아들었을 때는 지체하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죽 읽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쓰는 작가를 한번 꼭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역사책을 써도 되는 건지 물어봐야겠다'라구요.

6월 4일 오후 2시,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 앞 벤치에서 알라딘 편집자들이 지은이 정창권 씨를 두 시간 동안 만났습니다. '역사책을 쓰는 국문학자'에 대한 편견을 첫 질문에서부터 와장창 깨뜨려주신 덕분에 준비해간 질문의 대부분은 헛수고가 되었지만, 지은이의 '진정성'과 '진지함'에 매료된 인상적인 인터뷰였습니다. 문방구에서 선물로 받으셨다는 부채를 들고 흐뭇해하던 정창권 씨의 모습과 그 열정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합니다. ^^ 그 두 시간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인문.사회 담당 이예린, 김현주)


정창권, 홀로 연구하며 열심히 글을 쓰노라

알라딘 : 정창권을 그저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의 지은이로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해 주세요.

정창권 : 주로 주변인들의 생활사를 컨텐츠화하는 아웃사이더입니다. 이제까지는 이런 작업이 주로 학문적으로만 이루어졌는데, 지식인들 사이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대중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찾고 있지요. 대학에서는 논문을 위한 논문을 쓰고 몸 따로 마음 따로인 경우가 많은데, 삶을 위한 공부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생활사고 그 중에서도 소외된 주제들을 연구합니다.

또 학생들이나 졸업생들과 함께 스터디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때가 절박한 시기이고 불안감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그런 일들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립니다. 예전에야 대학생이 된 것만으로도 특권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으니 대학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저는 대학이 변하고 선생님들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국문과를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으셨지요. 학문 분과를 넘어선 연구나 횡단성에 대한 강조가 학계의 추세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국문학 전공자가 역사책을 쓴다는 것이 여전히 생소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정창권 : 전공이 고전문학이었는데, 고전문학을 하려면 역사, 철학, 고고학, 문화인류학 등등의 지식이 모두 필요해요. 그래서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무엇보다 핵심은 지금이 통합학문의 시대라는 거죠. 지금의 학생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고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야 해요. 그 통합학문 속에서 각자의 개성화, 전문화가 필요한 거죠. 학과중심의 책이 아니라 포괄적인 책들이 필요합니다. 학과나 전공에서 전문화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알고 그 중에서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야 하는 시대거든요. 그래서 저도 국문학이나 역사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아우르면서 주제를 찾고 있구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역사학자만이 쓸 수 있는가

알라딘 : 그렇다면 역사서를 쓰는 국문학자로서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또 역사학자들의 작업과는 그 방식이 많이 틀릴 거라 생각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정창권 : 역사학에서는 시대를 고증하고 그 관계를 따지지요. 하지만 저는 시대사나 정치사가 아니라 주제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쓰고 있어요. 생활의 문제, 가족의 문제 같은 거죠. 물론 역사학에서도 가족사를 다루고는 있지만, 주로 가족의 형태라든가 하는 당위성의 관점에서의 접근이잖아요. 가족폭력, 계모 등과 같은 갈등의 문제는 별로 다루지 않고, 이혼이나 재혼 같은 문제도 거의 관심대상이 아니지요. 그와 비교하자면 제가 쓰고자 하는 것은 사실의 고증으로서의 역사라기보다는 이를테면 '테마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해서, 예전의 사람들도 다 겪고 살았을 문제들, 이를테면 계모, 이혼, 가정폭력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씁니다.

알라딘 : 이제까지의 반응을 살펴보면, 16세기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기획 의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워낙 편하게 씌어진 글이어서인지 사료적 한계와 학문적 엄밀성을 묻는 목소리들도 있습니다. 어떤 사료를 어느 범위에서 택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은데, 글을 쓸 때 소설로서의 글쓰기와 역사로서의 글쓰기 경계에서 고민이 되시지는 않나요?

정창권 : 기존의 학계에서는 논문만 통용이 됐지요. 형식을 갖춰야 하고 의견이나 생각이 들어가서는 안되구요. 하지만 그건 억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위계질서를 만들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야기식을 사용하게 되면 친근하고 반감이 생기지 않아요. 짧은 시간에 공감하고 이해하게 되죠.

그런데 쓰는 입장에서 보자면, 이야기체로 쓰는 것이 훨씬 힘들어요. 그냥 지어내는 것도 아니고 사실 안에서 듣기 좋게 이야기를 꾸며야 하잖아요. 장면마다 계속 상상해보아야 하고 수정도 많이 필요하죠.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체를 고집하는 이유는 획일화된 글쓰기를 피할 수 있고, 대중들과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알라딘 : 동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정창권 : 원래 아웃사이더니까요 (멋쩍은 웃음)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작문을 하는 사람이다, 변질되었다, 정통성이 없다 그런 얘기들이 들리지요. 이렇게 계속 쓴다는 것은 안정된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그래서 고민도 많고, 아내와 갈등도 있었는데 이제 저도 그런 압박을 떨쳐버리게 된 것 같아요. 자유스럽게 살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쓰고 싶어요. 감동을 주는 책을 쓰고 싶구요.

알라딘 : 대강의 작업단계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작업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떤 과정인가요? 가장 재미있게 생각하는 단계는 언제인가요?

정창권 : 옛날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방식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요. 개괄적 검토 -> 문제발견 -> 자료수집 -> 개요 잡기 -> 글쓰기.

실제로는 책을 계속 맞물려가면서 쓰고 있어서 자료 수집 과정을 따로 두지는 않고요, 관심 있는 자료는 발견할 때마다 모아서 집에 분류해두지요. (세상에, 그 많은 자료를!!) 그걸 6개월 정도 두고 해독한 뒤에 요약집을 만들어요. A4 150장 정도? 그걸 다시 목차에 따라 정리하고 세분화해서 요약하죠. 연필로 작업하는 걸 좋아해서 일단 다 쓰고 난 뒤에 컴퓨터로 타이핑해요. 그 뒤에 다른 사람들과 토론도 하고 한참 뒤에 다시 써보기도 하구요.

출판사에 원고를 가져간 이후에는 편집장의 의견을 중요시해요. 저는 아직 학계의 테두리에 머물고 있지만, 편집장은 현장에서 고민하잖아요. 그래서 그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수정하지요. 이런 의견 교환과 수정은 책을 쓰는 사람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참 잘 읽힌다, 보통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계속된 피드백과 수정 없이는 잘 읽히는 원고를 만들 수 없지요.

새로운 형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다

알라딘 :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출간 이후 조선시대 일상사를 다룬 책들이 붐을 이루기도 했는데, 미리 예상을 하셨는지요? 또 그런 트렌드의 선구자로서 자부심은 없으신가요?

정창권 :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찾다보니 이야기체여서 시도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거절도 많이 당해 실패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하하...

알라딘 : 인문학의 불황 속에서도 '개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쓴 역사나 고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발랄한 해석을 담은 역사서는 사랑을 받았고 일정한 의미망을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적 인문서 쓰기가 새로운 주제나 성찰을 담아내지 못하고 단지 글쓰기 방법 차원의 변화에 머무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글쓰기 방법이 타협적이고 패턴화된 글쓰기로 정형화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창권 : 역사를 살펴보면 이규태 선생님, 안길정 선생님 등등이 계셨고, 최근에도 여러 명을 꼽을 수 있지요. 개개인마다 시대와 필요에 따라 글을 썼고 그 시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논문이란 잣대로, 학문의 질을 낮췄다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거죠.

책은 도서관에 쌓아두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읽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쓰는 겁니다. 저 역시 이 시대에 맞게 쓰려고 하구요. 다작하는 사람을 보면 쉽게 쓴다고 오해하기가 쉬운데, 그렇다고 그 사람이 쉽게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걸 글로 풀어내는 것은 뼈를 깎는 일이죠. 인기나 돈이 필요하면 다른 일을 했을 거구요. 한가지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대학권력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요. 논문만이 살아갈 길이라고 믿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알라딘 : 미시사적 접근은 역사를 1:1 축척을 가지고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미시적 역사서술이 한 개인의 삶과 철학이 시대와 맺는 관련성 및 시대의 지형도를 새롭게 볼만한 요소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초첨을 맞춘 한 개인을 그 시대의 보편적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창권 : 미시사는 그야말로 미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책이고, 틀거리보다는 연구자 개인의 성향이 반영되는 분야입니다. 자연스럽게 상상도 개입하구요. 미시사가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건 미시사의 소임이 아니겠지요.

알라딘 : 한국여성문학회에서 활동하며 여성을 비롯한 주변부 인물의 문학과 생활사를 연구하고 계시지요. 두 권의 책도 '조선 여성 새롭게 보기'에 큰 비중을 두고 있어 독자들의 호응도 무척 큽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일상에서도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든가 당신은 페미니스트라서~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거나 들으시는지요?

정창권 :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런 얘기 들어본 적도 없어요. 여성문제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남성문제에도 관심 많아요(웃음). 인간의 문제에, 그리고 소외되고 왜곡된 대상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거죠.

호주제 문제만 해도 그래요. 그게 전통이 아니라 일제시대에 생긴 건데, 호주제가 마치 전통적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분명 왜곡된 거잖아요. 이혼이나 재혼도 시대 상황에 따라 모두 달랐는데, 다르게 이야기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구요.

알라딘: 남성으로서 여성사, 여성문학 연구하면서 느끼는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요?

정창권 : 정말 많아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려고 애써요. 어지르면 치우는 사람이 있을 게 뻔하니 집에서 자신이 어지른 것은 스스로 치우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려고 애쓰죠. 그리고 두 가지 입장에서 그 작품이나 세상을 보려 하구요. 그 점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기도 해요.

스터디에 여학생들이 많은데, 저는 항상 그렇게 얘기해요. 여성들이 결혼하면 움직이는데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기니까 그만큼 지금 미리 준비해야 한다구요. 끊임없이 공부해둬야 한다구요.

역사책은 누가, 왜 읽어야 하는가?

알라딘 : 알라딘 독자들에게 왜 역사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면요?

정창권 : 역사는 상상력의 원천이에요. 문학도 그렇지만 역사는 훨씬 구체적이죠. 다양한 매체가 있지만 역사책은 정제된 정본이거든요. 문화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죠. 또 역사는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삶의 지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역사책이 도움이 되죠.

저는 학생들이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인문학을 하는 사람은 경영학, 마케팅, 과학을 알아야 해요. 그래야 현실에 맞는 주제를 택할 수 있거든요.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인문학을 알아야 해요. 요즘 시대에는 복사가 아니라 창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하는 사람도 상상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경상계열을 공부하고 있다면 인문과 역사를 알아야 해요. 그를 통해서 변수를 알고 마케팅 안목을 얻을 수 있거든요.

알라딘 : 그럼 어떤 책을 추천해주시겠어요?

정창권 : 제일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은 <임꺽정>입니다. 역사, 사회, 철학을 망라해서 쓴 책이라 여러 의미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거든요. 사회, 역사 속에서 구체적인 삶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습니다. 굉장히 섬세하게 씌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아마 '미시사의 원조가 아닐까?'란 생각도 하죠(웃음).

집념이 아주 강했던 조선 중기의 장애인 학자 조성기가 쓴 <졸수재집>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작품이 아주 깔끔하고 깊이 있습니다. 이승수씨가 한 번역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 혹시 알라딘에 궁금한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사실 이 질문은 의례적으로 던진 것이었습니다만, 정창권 선생님께서 너무 좋은 답변을 주셔서 알라딘은 뜨끔하고 말았습니다.)

정창권 : 온라인 서점은 현장감이 중요하죠. 새로운 책, 숨겨진 저자를 찾아내줬으면 해요. 지금이 60을 위해 40을 버리는 신자유주의 시대라고 하는데, 저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한 마리의 양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점들도 상류층을 겨냥하고, 그러다보니 정보를 가진 사람들만 책을 읽고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거죠. 정보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까지 마케팅 노력을 펼치는 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집 근처의 시장에 자주 가는데,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좋은 생각> 같은 책을 옆에 두고 일하는 틈틈이 읽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그럴 때면 "살아가는데 울림을 주고 도움이 되는 책은 저런 책일 텐데, 나는 왜 저런 책을 못 쓰나"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출판관계자들이 모두 어떻게 그 분들이 읽을 책들을 만들지, 어떤 방식으로 그 분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현재 고려대학교 강사 및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으로 전통시대 여성, 장애인, 하층민 등 주변인의 생활사를 연구해왔다. 지은 책으로 <한국 고전여성고설의 재발견>,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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