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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지승호
2004-01-03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낸 지승호 씨는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다. 인터넷에서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해서 지금은 진짜 컬럼주의를 표방하는 「서프라이즈」(http://www.seoprise.com)에서 '지승호의 인터뷰정치'를 맡아 운영 중이다. 또한 웹진 「시비걸기」(http://freechal.com/sibi) 편집장으로 활발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알라딘은 전문 인터뷰어로 일해 오면서 3권의 인터뷰집을 내기까지 그가 경험한 어려움과 보람,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를 만나러 가는 마음은 굉장히 설레고, 또 걱정되었다. '최소한 50개의 질문은 준비했어야 했는데...' 같은 조바심과 애초부터 상대가 안되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만남이라는 부담을 안은 채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그를 인터뷰한 글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이길, 그리고 그의 작업이 더 많은 독자에게 알려지길 바랄 뿐이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사회과학 담당 최성혜)


좀 더 배고파지더라도 진지한 작업을 하고 싶어

알라딘 : 세 번째 인터뷰 모음집을 내셨는데요, 여기까지 달려온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혹은,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지승호 : 지금은 어느 정도는 직업이 된 거지만 (이걸로 먹고 살고 싶은 부분이 있고, 좀 되어가고 있긴 한데) 하지만 뭐 아마추어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어요. 실력 면에서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아직 생계 면에서도 완전히 안정이 된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주위에서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 만나면 정말 그렇게 ('아마추어'라고) 보는 것 같아요. 부족한 점 많고, 저는 더 채워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저 같은 사람이 이룩한 성과를 보면 '우리 사회 프로들은 뭐했나?'하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고, 언론고시를 통과한 사람들이 제 나름의 역할을 했느냐, 우리나라에서 언론이 제대로 했느냐를 따져보면 자기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제 스스로는 아직까진 더 많이 변신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독자들한테 얘기하고 싶은 부분은, 저 같은 경우는 아직은 우리 사회에서 대하는 대우라든지 (물론 책을 본 분들은 인정해 줄 지는 몰라도) 여러 가지 보면은 저는 뭐..., 야구선수로 따지면 연습생 선수 출신으로 연습 '졸라' 해가지고 성공을 한 케이스거든요. 그래 가지고 홈런을 막 30개씩 치고 그런다면, 그만큼 인정해줘야 한다는 거죠. 그만큼 인정한 상태에서 그 사람의 작업환경이나 대우가 달라져야 된다는 것까지 같이 고민해 주셔야지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작업이 만약 필요한 작업이라면 너무 논평하듯, 남의 일 얘기하듯 하지 마시고, 이런 작업을 해나가는데 어떤 장애가 있을 수 있고, 또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부분까지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쪽 진영에서 여기 저기 하다 보니까, 일종의 대표성을 띠게 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 저에 대해서 과중한 기대를 하시면서 이것저것 다 해주길 바랄 때도 있는데, 그럴 경우 대단히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당신네 정치들 입장에 맞는 인터뷰가 필요하면, 그걸 할 수 있는 인터뷰어를 당신네 진영에서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왜 자기들은 안하려고 하면서 나 혼자 다 하라고 하느냐'고 시니컬하게 반응할 때도 있어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되고, 생계도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알라딘 : 인터뷰 작업을 해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점입니까?

지승호 : 제가 매일매일 비관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굉장히 무뎌요. 인터뷰 작업은 재밌는데, 외적인 상황에서 디프레스되는 부분이 있죠. 특히 뭘 하고 싶은데, 여건이 안 될 경우, 그런 상황에서 짜증나는 리플들을 볼 때 문득문득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생각날 때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책날개)에 쓴 것처럼 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남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고, 누군가를 만난다는 자체가 즐거운 일인데다가 그 만남에서 무언가를 얻어내는 찌릿함,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기록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한테는 상이죠. 그런 걸로 버티는 거죠.

제가 제 인터뷰의 최초의 독자인 셈이거든요. 인터뷰를 할 때는 이런 저런데 집중을 하다 보니까 잘 못 느끼다가 글로 정리하면서 보면 굉장히 재밌는 부분을 발견할 때가 많아요. 사람들이 재미있었다는 리플을 달아주면 그것도 행복한 일이구요. 최근에는 한겨레신문 한나라당 출입기자 안수찬씨 인터뷰가 반응이 좋았는데, 이런 게 계속 인터뷰를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요즘 들어 회의할 때가 있어요.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작업량이 늘다보니까 제가 봐도 허접한 인터뷰들을 양산해내고 있거든요. 그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괴로워요. 사실 뭐 언제 특별하게 마음에 드는 글을 써본 적도 없는 것 같지만, 요즘은 그나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되는 글들이 거의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가끔은 이런 가증스런 얘기들을 하는 인터뷰도 해야 되고, 제 작업의 의미를 기계적으로 강변하기도 해야죠. 그리고 제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니면 '절 얼마나 아시죠?'라고 시니컬하게 묻고 싶을 때가 있죠.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배가 고파지더라도 진지한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무지 글쓰기가 즐겁지가 않거든요. 쓰레기(?) 같은 책을 세 권이나 냈고, 또 준비 중입니다. 먹고 살려는 발버둥이죠.(웃음) 물론 먹고 사는데 아직은 별로 보탬이 안되지만...

지승호의 인터뷰가 담긴 책들,
왼쪽부터 <크라잉 넛>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성실함은 지승호의 힘이고, 유연함은 지승호의 테크닉이다"

알라딘 : 지승호 씨의 인터뷰 작업은 진보정치를 위해서나 한국 사회를 위해서나 새로운 아군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는데요. 스스로 자신의 장점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승호 : 최내현 씨가 이번에 추천사를 이렇게 써줬거든요. "내가 한 얘기들을 촘촘히 읽고 와서 질문하는데,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반면 무슨 얘기를 해도 될 것 같은 편안한 생각도 드는 묘한 기분이었다. 그건 지승호와 인터뷰해 본 사람 만이 알 것이다. 성실함은 지승호의 힘이고, 유연함은 지승호의 테크닉이다".

그런데 전 아주 성실하거나 아주 유연하거나, 아주 글을 잘 쓰는 건 아닌데 당장 필요한 것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많이 보고, 상대방의 얘기도 비교적 잘 이해하고, 타자도 좀 빠른 편이고, 글씨도 좀 빠른 편이고, 머리도 그런대로 돌아가는 편이고... 그런데 확실하게 제가 이거 하나는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두렵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해야할 텐데, 사람들이 볼 때 예전만 못하다 그러면 안되는 거니까.

또 인터뷰하신 분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저랑 이야기하면 편하다고 그렇게 말씀하세요. 이야기를 하다보면 뭐든 얘기를 해도 될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저는 인터뷰가 차분하면서도 선정적이지 않길 바라죠. 어떤 걸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어느 방향으로 끌어가려는 것 보다는 툭 던져주는 게 오히려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정하지 않고, 편견이 없고, 그런 점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사실 기자들은 신문사 프레임으로 사람을 대할 수 밖에 없고, 또 그 사람들은 이 사회의 엘리트니까 사람을 보는 틀이 있다구요. 그런 게 인터뷰를 가두는데. 저는 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게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라딘 : 인터뷰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지승호 : 제 성격이 어느 모임에 가서 공식적으로 자기소개도 못하는 성격이에요. 근데 하니 리포터할 때, 후배가 신해철 씨 인터뷰 가는데 같이 가재요. 가서 제가 인터뷰했는데, 그 사람 말이 일리가 있고 일관성이 있는 게 재밌더라구요. 그리고 나중에 김어준, 이 사람도 했는데 재밌고 의미 있는 이야길 많이 하고.(웃음)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들 있잖아요. 굉장히 재미가 있으면서도 공적으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굉장히 솔직하게들 말하잖아요. 그런데 인터뷰한다고 그러면 딱딱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술자리에서는 원론적이지 않은 재밌는 말을 한다구요. 그런 걸 꺼내보자는 생각을 했고,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 같아요.

가령, 예전에 YS가 단식투쟁할 때 '보름달' 먹다가 걸렸다는데 그런 이야기는 보통 인터뷰에서 안 물어보거든요. 그런데 기분 나쁘지 않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웃음) 클린턴이 YS에게 전화했을 때 그렇게 좋아했는데 뭐가 그렇게 좋았나, 이런 것도 재미있을 거고.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재미와 함께 한국 현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밌으면서도 유의미한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규항의 '그 페미니즘'이라든지 뭐 많죠. 진중권이나 홍세화 선생님도 있고. 점점 인정은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만큼 보여줄 수 있는가가 문제죠. 그리고 또 이런 게 있어요. 제가 '인터뷰'란 장르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는 점은 있는 것 같아요. 칼럼은 일정 부분 네거티브할 수 밖에 없지만 인터뷰는 포지티브할 수 있거든요. 그 사람에게 멋진 말, 매력적인, 희망적인 부분을 듣고 말하니까요. 그게 맘에 들더라구요.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이 있어, 이런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이 사람이 못하는 부분은 우리가 채워가자, 이렇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방식이거든요. 저는 이게 좋아요. 제 인터뷰의 방식도 그렇게 갔으면 좋겠구요.

사람의 의도나 생각을 들어보고 욕하든지, 말든지

알라딘 : 특히, 인터뷰이 컨택에 있어서 인터뷰어의 주관이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를 읽은 몇몇 분들은 앞으로는 '인사이더'도 인터뷰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요. 인터뷰 대상자는 어떻게 선별하고, 이런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승호 : 그 때 그 때 봐서 이 사람은 할 말이 있겠다, 생각이 들 때 컨택합니다. 월드컵 때 '김어준이 생각하는 월드컵'에 대해서 막 논란이 됐었잖아요. 그런데도 아무도 김어준한테 왜 '우리가 강팀이다' 같은 글을 쓰는지 의도나 생각은 들어보지 않고 욕하거나 찬양을 했잖아요. 그 사람의 의도나 생각을 들어보고 욕을 하든지, 말든지 하자는 거죠. 논란이 되고 있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자는 거고,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다 이런 거죠.

간혹 제 정치적 지향을 이야기하는데, 전 그게 그렇게 강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정권은 5년이면 끝나지만, 전 역사에 남는 인터뷰어가 되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애매모호한 정치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되는 거고, 지금 우리나라에 이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얘기를 하는 거죠. 그게 틀리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될 거구요.

간혹 인터뷰 섭외가 맘에 안 들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맞는 사람을 인터뷰하지 않으면 욕을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면 저는 '당신들 정치적 지향을 대변할 수 있는 대변자를 키워야지 왜 나한테 모든 것을 맡기냐' 이렇게 말하죠. 이것 저것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이 작업을 할 동안 당신들은 이 일에 대해 얼마나 생각했고, 이 일이 그렇게 필요하다면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줬느냐' 이렇게 반문하고 싶어요. 뭔가를 요구하려면 함께 고민하면서 해나가야 합니다. 사람이 이슬만 먹고 살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웃음)

신해철 씨가 인터뷰 때 '거리의 악사가 노래하면 외국 사람은 동전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그러면 당연히 안줄 수도 있다. 다만 그 사람이 그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해서는 안된다'(<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p.267)고 했거든요. 전 인터넷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에 해당이 되겠죠). 일정 부분 자신이 그것이 좋아서 나와서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거든요. 그러면 그 연주가 좋아서 계속 듣고 싶으면, 기타줄도 사주고, 그 다음날 다시 나올 수 있게 빵값을 주는 게 옳은 거 아닐까요? 주기 싫으면 안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너 연주도 못하는 새끼가 왜 나와서 연주를 하냐?'고 말하는 순간부터 파렴치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어느 정도 위치가 된 사람들에게는 '넌 그 정도 됐으니까 상처받는 게 우습다'고 말하거든요. 거리 연주를 취미로 하면 상처 안 받아요. 그런데 생계란 말이에요. 최소한 다음에 나와서 공연할 수 있게는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너는 왜 그렇게 하니? 인사이더도 하고, 누구도 하라구. 더 자세히 하란 말야!" 이러면 상처받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스운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제가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프로 비슷한 무리로는 인정받는 거잖아요. 가령, TV에서 홍명보가 축구하는데 시청자가 축구 보면서 골 못 넣는다고 욕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홍명보 앞에서 기술분석까지 하고, 코치하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홍명보도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는데요. 인터넷이란 게 인터랙티브한 공간이다보니까 그런 측면이 어느 정도 있거든요. 전 충분히 알고 있는 얘기고, 그 점에 대해서 그 분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해온 부분을 너무 쉽게 얘기할 때는 좀 답답합니다.

세상은 짧은 시간에 바뀌지 않는다

알라딘 : 김신명숙, 정경희, 최용익 등 언론 관계자와의 인터뷰도 많이 하셨는데요, 인터뷰를 보면 지승호 씨가 인터뷰를 통해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언뜻 듭니다. 프리랜서 직업을 갖고 있지만, 지승호 씨 인터뷰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인터뷰를 전업으로 삼게 된 데에는 개인의 사회적 지향도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지승호 :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문제를 풀지 못해요.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혼자서 평생 하나의 문제를 풀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게 세상이잖아요. 그런 고민들이 모여서 이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거죠. 어떤 분들은 좀 더 심층적으로 해달라고 하는데, 심층적인 것은 제 역량 밖이고, 또 신도 아닌 이상 다 완벽하게 해낼 수가 없어요. 제가 언젠가 힘들다고 그러니까 누가 그러더라구요. 자원봉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뭘 그러냐고. 탑골 공원 같은 데서 밥 좀 퍼 보면 그런 말 못한다는 둥 그래요. 역할이 다른 부분인데 그걸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그런 리플 다시는 분들이 전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여러 역할이 모여서 세상이 바뀔 수 있는 거거든요.

글쟁이들은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반전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반전에 관한 글을 쓰는 게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어느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반전시위에 나가서 한 사람의 힘을 보태는 것도 중요하고, 소위 '노빠' 사이트에서 '우리도 전쟁에 반대하고, 파병에 반대한다'는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짱돌 던지는 것보다 반전운동 관련 인터뷰나 글을 쓰는 걸 더 잘하고,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라크 파병반대 농성 후 연행된 강철민 이병 인터뷰를 한 것도 그런 취지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서프라이즈가 친노 사이트인데 거기서 지승호가 파병반대하는구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전하는구나, 있는 그대로 봐주면 좋죠. 세상은 짧은 시간에 바뀌지 않으니까, 연대하고 개혁하고 해야죠. 언론개혁에 대해서 이야기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문제의식을 느끼니까요. 각자 자기에게 좋은 방식의 운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 연관되는 질문인데요.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 인터뷰어라는 게 어느 집단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요. 그 점이 지식인과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논점을 형성하고, 논쟁하고, 균열이 있는 곳에 틈입해서 그 부분을 터뜨린다는 점이요.

지승호 : 전 누구에게 딱지를 붙이거나 어떤 사람을 판단하기를 꺼리거든요. 제가 지식인이냐 아니냐가 뭐가 중요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하죠. '지식인'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가만히 보면 (우리 나라에서 이 말은 '계몽적이고 훈육적이다, 가르치려 든다' 이렇게 비하하는 의미로도 쓰이니까...) 상대방 뒤통수 치고 싶을 때 네티즌들이 '지식인' 어쩌고 저쩌고 그런다구요. 자기들은 훨씬 더 싸가지 없는 방식으로 계몽하면서...

진중권 선생이 <다시 아웃사이더를 위하여>에서 그랬거든요. '나는 내가 옳으냐, 그르냐라는 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상대방은 내가 말하는 방식만을 가지고 얘기한다'구요. 보통 진중권에 대해 '재수없다. 가르치려 한다'고 말하지만, 제가 볼 때는 그렇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더 그렇거든요. 표현 방식의 예의 없음은 피차 마찬가지거든요. 그렇게 따진다면 지식인으로 불리는 부류는 좀 더 고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한텐 뭔가 깨져야할 게 있어요. 그런데 신해철 씨가 말한 것처럼 상대방이 외투를 입고 있으면 주먹으로 때려서는 충격 못 받죠. 그 때는 망치로 때려야 주먹으로 때린 것 같은 효과를 얻는 겁니다(<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p.266). 근데 이 때 망치로 때리는 건 '선의를 가지고' 하는 거거든요. 근데 네티즌들 보면 솔직하지도 않고, 비겁하면서도 '지식인'들 어쩌고 하면서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댑니다.

인터넷이라는 동네가 계급장 떼고 싸우는 동네거든요. 그 말이 맞으냐, 틀리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식인급 논객이라고 해서 글씨가 크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이 봐주는 법도 없구요.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중요하지, 지식인이나 아니냐 그런 범주화는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서로들 좀 더,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솔직해졌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알라딘 : 서프라이즈에 결합하신 후로는 지승호 씨의 인터뷰 성과가 그 때 그 때 업데이트 되니까 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한 점이 있습니다.(웃음) 그런데 정작 본인은 괴롭기도 할 것 같거든요. 네티즌들의 리플이라든지, 인터뷰에서 불거진 문제가 다른 지면이나 다른 사람 말로 옮겨져서 와전되는 경우라든지, 다양할 것 같은데요. 정리의 문제도 있겠고요.

지승호 : 서프라이즈는 제가 작업하기 가장 좋은 곳이에요. <인물과 사상> 직원들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어떤 운동 단체 또는 사람을 지원하고 밀어주는 것이 <인물과 사상>이 거의 효시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근데 이 분들은 좀 좌파적이에요. 모여서 회의하고, 따지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지지하는 것에 대해 정서적인 대가를 바라는 부분이 있어요. 내가 인정받고 싶은 그런 게 보입니다. 거기에 비해서 서프라이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려있죠. 대가도 안 바라고, 너가 하는 작업이 의미 있으니까 지원한다, 이거거든요. 그냥 내가 니가 하는 작업을 도와줄 수 있고, 같이 술 한 잔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거거든요. 조금은 우파적인 코드가 있는 거죠. 간혹 서프라이즈의 네티즌이 지나치다고 말도 하는데, 그건 인터넷의 속성입니다. - 무명, 다중 ID만 믿고 막말하는 건 - 그런 건 어디나 다 있어요. 오히려 서프라이즈는 그런 면에서 험악하지 않죠. 다른 사이트에 비해서 덜 험악하다고 생각합니다.

서프라이즈가 여러가지 점에서 100% 해결되지 않아도 제가 작업하는 데는 자유롭죠. '노빠' 사이트라고 꼭 '노빠'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서프라이즈 균형을 잡는 역할도 하고, 한 발 물러나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게 본 인터뷰는 옛날 <Paper>

알라딘 : 다른 사람의 인터뷰 중, 재밌게 본 건 어떤 게 있나요?

지승호 : 황경신 씨 인터뷰요. <Paper>, 옛날에요. 재밌었고. 그리고 인터넷에서 출처없는, 퍼온 인터뷰도 재미있는 게 많은데, 보통 인터뷰어까지 긁어오진 않아서 누가 한 건지는 모르는 것들이 있죠. 의 문화적 소양 같은 건 부럽긴 한데, 황경신 씨 인터뷰는 재밌는데 불편해요. 그게 물론 황경신 씨의 잘못은 아니죠. '세상은 아름답고 밝다' 이런 식으로 기득권에 기여하는 면이 있어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세상이 불공평하게 유지되는 데는,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족하다는. 거기 보면(이건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굉장히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요.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그런데 그 분들을 보면 조선일보랑 친한 만화가랑 아무런 거리낌없이 어울리잖아요. 결국은 그게 기득권 유지에 봉사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만한 분들이 왜 그 모순을 못 보고 우아하게 구시는지들 답답할 때가 있는데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안수찬 기자 인터뷰에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이 사회의 엘리트들이 다 한나라당에 달라붙어 있어요. 그러면 이 사람들이 한나라당에 기여하고 복무하고 도움을 주는 거거든요. 사회의식이 없는 거죠, 능력은 있는데. 이런 점은 사실 불편합니다.

알라딘 : 앞으로의 계획이랄까, 새롭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들려주세요.

지승호 : 집중해서 하고 싶은 부분은 평전 작업인데, 이건 나중에 그렇다는 거고 현재는 지금까지 해오던 식의 다이제스트 - 평전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지 사회적으로 보면 지금 제 인터뷰도 장편이죠 - 식 인터뷰를 계속 하겠죠. 또, 총선 전에 정치인 관련 인터뷰집 내고 싶고, 영화감독 인터뷰집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한 가지 뿌듯한 건 사람들이 제 인터뷰 때문에 긴 글에 조금씩 적응하시는 것 같아요. 호흡이 길어지는 거죠. 예전에는 60~70매의 인터뷰만 해도 길다고 하던 분들이 200매 짜리 인터뷰에 간혹 '조금 더 자세한 얘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그럴 때 드는 기분은 묘하죠. 아까 쭉 얘기한대로 섭섭한 부분도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부분도 있고...

알라딘 : 긴 인터뷰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길거리 악사다. 어쩌면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비주류 논객들은 다 그런 셈이다.
길거리 악사가 음악이 좋아 길거리에 나와 연주하며 빵 살 돈을 구걸(?)하듯이,
난 글쓰고 누군가를 만나 얘기하는 게 좋아 글을 쓰며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의 서문에서 지승호 씨가 한 말이다. 그냥 멋있게 보이려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그는 실로 거리 악사의 마음을 지녔다. 앞으로 그가 서 있는 무대는 좀더 넓어지고 커지겠지만, 그가 노래하는 음악 만은 여전하리라 믿는다. 배고픔을 긍지로 바꾼 지승호, 그에게 알라딘 독자들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 인터뷰가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웃사이더>, <인물과 사상> 인터뷰어. 인터넷 '한겨레' 하니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에서 지승호의 인터뷰정치를 운영하고 있다. 웹진 시비걸기(http://freechal.com/sibi)의 마스터로도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라잉 넛,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공저),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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