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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신경숙
2008-11-19

  "엄마에게 '나'로서의 무언가를 주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엄마'의 실종 사건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잊었거나, 때로는 버린 적도 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을 만들어낸 작가 신경숙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신작 <엄마를 부탁해>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으로 어머니와 겪었던 일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인터뷰 | 알라딘 도서팀 김재욱, 송진경)


알라딘 :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하셨던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재 이후 수정 작업은 얼마나 하셨나요?

신경숙 : 창비에 연재한 것이 여름호까지였으니 6월에 원고를 다 쓴 거였죠. 사실 연재 중에도 계속 수정을 했으니까요. 다른 작품에 비해 짜임새가 짜여 있는 편이어서 크게 수정하고 할 부분은 없었어요. 표현이 과하다 싶은 부분은 삭제하거나 고치거나 하는 식이었죠.

알라딘 : 딸-아들-남편-엄마-딸(에필로그)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주어가 ‘너’, ‘형철’, ‘당신’ 등 타인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이렇게 주어를 타인의 시선으로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신경숙 : 엄마의 존재가 늘 가까이 있어서 잘 모르는 것이겠지만, 저는 엄마라는 세계가 아주 거대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사람의 시선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들과 딸, 남편 등 각자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연극 무대를 떠올리기도 했고요. 무대에 한 사람씩 나와서 자신의 입장을 표출하는 방식이랄까요. 사실 무엇보다도 엄마에게 ‘나’라는 호칭을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엄마의 인생은 ‘그’나 ‘당신’처럼 제3자로 불려왔는데, 그런 엄마에게 ‘나’로서의 무언가를 주고 싶었어요.

"엄마에게 ‘나’로서의 무언가를 주고 싶었어요."

알라딘 : 엄마와의 추억이 이 소설의 근원이라 하셨고, 글을 쓰게 된 원천도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일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주셨다는 일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신경숙 : 저는 큰 딸이기도 해서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지난겨울 어머님이 저희 집에서 보름 정도 같이 살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니 성인이 된 후로 엄마와 그런 식으로 함께 지내는 것은 그게 처음이었던 거죠. 엄마와 생활하다 보니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엄마가 아닌, 엄마의 다른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어요. 내가 몰랐던 엄마의 내밀한 이야기까지 듣게 된 거죠. 그건 내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어요. (웃음)

작은, 보호자가 필요한 존재처럼 여겨졌지요. 엄마를 끌어안고 생각하니 우리는 엄마의 이야기를 너무 안 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우리’는 잘 안 들어주잖아요, 엄마의 이야기를. 그때 들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거죠. 중요한 건 엄마와 그렇게 지낸 시간이 아주 행복했다는 거예요. 한 이불 속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기다린다는 것이. 이런 기회없이 인생이 흘러갔다면, 나중에 아주 고독했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엄마는 행방불명이 되는데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렇게 시작 되잖아요? 사실 저는 엄마를 잃어버린 적은 없지만. (웃음)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거나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가 엄마를 버린 적도 있어요. 오랫동안 엄마의 인생을 인정하지 않아준 부분이 많이 있지요. 엄마들은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고들 하시죠. 딸들도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엄마와 겪었던 시간들, 그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면 했어요.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마음을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알라딘 : 작중에서 첫째 딸과 엄마와의 이야기는 어쩌면 작가님의 실제 경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경숙 : <엄마를 부탁해>는 나의 어머니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요. 나는 많이 느껴본 것은 아니지만 엄마와의 경험을 주요한 테마로 삼아서 쓴 부분도 있고요. 물론 아예 경험해 보지 못한 일도 있죠.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어머니가 시골에서 음식을 많이 만들어주시거든요. 하지만 그걸 소설에서처럼 버리지는 않아요. (웃음) 어떤 과정을 통해 그것이 만들어졌는지 알기 때문에. 지인들에게 나눠준다거나, 어쨌든 모두 소비를 하죠. 이처럼 소설 속의 모든 일들이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경험한 일을 좋은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했고요. 엄마에게 비밀을 주기도 하고,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부분이 있는 거죠. 예전부터 단순히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건 아니고,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알라딘 : 좀더 세밀하게 예를 들어 보면, 소설에서 보면 첫째 딸이 헛간에 숨어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건 실제로 경험하신 일일 것 같았습니다.

신경숙 : 저희 가족이 형제가 많아서요. 식구가 많은 대가족에서 자랐어요. 그런 집에 있다 보면 할 일이 되게 많아요. (웃음) 오빠들 틈에서 책을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운동화 빨아 달라 그러지, 뭐 해 달라 그러지, 이런 일이 너무 많아서요. 그런데 엄마는 제가 책을 보고 있으면 심부름을 안 시켰어요. 우리 어머니는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시죠. 저를 유일하게 간섭하지 않는 부분이었던 거죠. 아마 거짓말로 책 읽는 시늉을 한 적도 있었을 거예요. 지금도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책을 보겠다고 하면, 아니 이제는 책을 봐야 한다기보다 글을 써야 한다고 하면 간섭하지 않으세요.

알라딘 : 이야기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타 인터뷰를 통해서도 말씀하셨듯이 ‘추리적 기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의도가 있으셨을까요?

신경숙 : 사실 완벽한 형태의 추리는 아니죠. 그런 얘기를 하면 실제로 추리소설 쓰시는 분들이 웃을 거고요. 현대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사실 엄마라는 상징은 멀어졌거나 사라졌다고 생각했거든요.

알라딘 : 작중에서 엄마는 ‘희생’의 상징으로 부각되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캐릭터가 가진 다른 가능성은 있을까요?

신경숙 : 문학에서는 엄마라는 상징이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에 기름지게, 건강하게, 모든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거지요.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인 엄마라는 느낌이 그랬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문학적으로도, 상징으로도 우리와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사라졌다는 것이죠. 그렇게 상실한, 우리가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 나와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려 했던 겁니다. ‘내’가 아니라 ‘엄마’가 무엇인가를 찾아간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에필로그를 따로 쓴 것은 엄마나 문학 작품에 엄마가 들어와 있는 것이 없었는데, 실제로 엄마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어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이나 유명한 고리끼의 <어머니>까지 외국에는 많은 문학작품들 속에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 것은 그다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누군가는 에필로그의 장면을 두고 종교적인 것이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엄마에게 종교를 준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공간을 만들어준 거예요. 에필로그에 대해 나름 많이 고민 했는데, 그 고민에 대한 결과인 거죠.

다른 뜻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문학에 ‘아버지’라는 테마는 있어왔는데, 그건 ‘아버지’를 죽이는 작업들이었죠. (웃음) 요새는 그런 소재가 진부하게 여겨지는 것 같기도 해요. 아버지 옆에 있는 엄마, 이런 존재가 새롭게 해석이 되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고사해 가면서도 있어야 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죠. 사실 진짜 속마음은 이 소설을 열심히 읽은 누군가가 엄마를 돌볼 수 있을 기회가 있을 때, 용기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였어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다’라고 했지 못 찾게 된 것은 아니잖아요."

알라딘 : ‘엄마의 부재’라는 건 상상만으로도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그런 상상을 계속해가면서 작품 쓰시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신경숙 : 계간지에 매번 연재를 할 때마다 큰 장벽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어머니’라고 쓰기 시작했는데, 어떤 장벽이 가로막은 거죠. 그런데 ‘어머니’라고 썼던 부분을 ‘엄마’로 바꾸었더니 계속 써 나갈 수 있게 되더라고요. ‘엄마’라는 존재 앞에 세워진 장벽을 해소해 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작품을 쓰는 동안이 저 자신도 엄마와 가장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이 얼마나 모자란 사람이었는가도 느낄 수 있었고. 엄마의 이야기가 마치 그 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었죠. 엄마가 해주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쓰려고 해도, 그 맛이 안 나는 것을 생각하면, 나도 엄마가 되었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기도 했고요.

알라딘 : 작품에서 ‘아버지’는 어쩌면 못된 캐릭터로도 보입니다. 물론 ‘당신’의 사정도 있지만요. 아버지라는 인물에 대해 변호하려는 마음이 있으셨는지, 어느 정도였는지 궁금합니다.

신경숙 : 이 소설에서 나오는 아버지가 못된 캐릭터인 건 아닙니다. 그건 우리 곁에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해요. 아버지로서도 딸로서도 우리는 ‘엄마’에게 무심하게 지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엄마는 내가 무슨 잘못을 해도 몰아세우거나 질책하지 않으니까요. 작중의 아버지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인 것이고,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 긴 시간이, 아버지를 스치고 지나갔던 일들이 아버지를 그렇게 만들었던 거예요. 아버지는 자신이 지닌 본성과 가족을 짊어지고 가야 할 의무 사이에서 싸우는 사람이지요. 정말 나쁜 아버지라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겠죠. 엄마의 어떤 모습 때문에 아버지는 귀환하게 된 것이에요. 과거의 아버지들은 항상 앞서 가거나 짐도 들어주지 않고 그랬죠.

알라딘 : ‘엄마’가 실종될 때는 다른 신발을 신고 있었는데 목격담이나 마지막 화자로 등장했을 때도 파란색 슬리퍼를 신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 파란색 슬리퍼를 신게 되는 과정은 생략되어 있는데요, 뒷이야기를 설정해 두셨을까요? 그 과정이 조금 궁금하네요.

신경숙 : 그건 사실 작가의 행간에 있는 이야기인데, 파란색 닳아빠진 슬리퍼, 거기에 빠져 나온 상처는 거의 곪은 상태인… 개인적으로는 우리 어머니가 아주 오래 전에 신으셨던 슬리퍼를 본 적이 있어요. 어떻게 이리 비싸지도 않은 슬리퍼를 이렇게 오래 신으셨을까. 이건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이고 해서 마음이 좀 아팠던 기억도 있어요. (상징과 해석의 문제, 행간에 숨겨진 의미의 문제인 터라 자세히 그 과정을 기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알라딘 : 엄마의 이야기가 영혼의 시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조금 더 슬퍼지는데요, 극적으로 엄마를 찾게 되는 전개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는지요.

신경숙 :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다’라고 했지 못 찾게 된 것은 아니잖아요. 끝난 일이 아니라는 것, 아주 늦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상징하려 했습니다. 사실 찾느냐 못 찾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를 ‘잃어버린 상태’에 대한 이야기라서요. 갓 난 아이였을 때부터 지금까지 엄마의 인생을 담는 것이 중요했어요. 우리가 지금 ‘엄마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찾았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알라딘 : 연재 때는 없었던 에필로그가 덧붙었습니다. 이 에필로그로 인해 소설은 조금 다르게 읽히는 것도 같습니다. 에필로그를 통해 더 말하고 싶었던 바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혹은 에필로그로 소설 전체를 다르게 읽는 것은 맞는 것일까요?

신경숙 : 인간은 어린아이든 늙은이든 중년이든,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 우리가 ‘돌봄’을 받았을 때와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돌보는 위치에 있을 때가 생긴다는 것인데, 이를 두려워 할 수도 있지요. 인간에게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요. 그런 일로 인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를 돌봄으로써 더 풍요로워지고 하니까.

우리는 엄마한테 늘 원하고, 때로는 비방까지 하면서 살지요. 엄마의 진짜 꿈은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부서지고, 어떻게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그것을 또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잖아요. <엄마를 부탁해>는 잃어버림으로서 완성되어 가는,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도 아주 연약한 존재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 말이에요. 마지막에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하고 끝나지요? 그 사이에는 엄마의 내밀한 욕망도 있었을 것이고요. 인생을 살아가는 매듭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엄마와 나 사이에, 엄마와 이 세상 사이에 얽힌 매듭이 풀어졌다 얽혔다 하는 것이지요.

엄마의 비밀이라는 것도 그래요. 일반적인 상상을 깨고 싶었어요. 어떤 인생이든 그런 아름답고 열정적인 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알라딘 : 최근에 읽으신 좋은 책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신경숙 : 로렌 아이슬리의 <그 모든 낯선 시간들>은 자서전인데요, 제가 살지 못한 인생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어요. 인간에 대한 신뢰를 느끼게 한 작품이기도 했고요. 소설들을 다 읽지는 못해도, 늘 읽고 있죠. 미즈무라 미나에의 <본격소설>이란 작품을 보면서 이 사람도 소설 쓸 때 참 행복했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고 하기에는 인간의 역사가 워낙 유구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기존의 텍스트를 토대로 한 작품들이 새로운 길을 찾는 것 같기도 해요.

알라딘 : 끝으로 알라딘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경숙 : 모두의 생각이 다 다르니까 어떻게 읽힐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소설을 읽는 순간에는 나를 존재하게 한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했어요. 작품의 마침표는 그 책을 읽는 독자가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를 찾는다면, 하는 가정은 독자가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엄마와 보다 많은 말을 나누어보고,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더 생각해보는 일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는 엄마가 부활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되는 순간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1963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5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1993년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1995년 현대문학상, 1996년 만해문학상, 1997년 동인문학상, 2000년 21세기문학상, 2001년 이상문학상, 2006년 오영수문학상 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풍금이 있던 자리>, <감자 먹는 사람들>, <딸기밭>, <종소리>와 장편소설 <깊은 슬픔>,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리진>, 짧은소설집 ,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네 슬픔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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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4건의 글이 있습니다.

 
서재바로가기아이아띠  2008-12-03 13:47
아직까진 못 읽어봤습니다. 정말 마음이 허전할때 꺼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요.
담겨진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아직 아닌 것 같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상태랍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니 더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올 겨울 선물해주고 픈 소중한 책이 될 것 같아요. ^^
 
서재바로가기꿈꾸는섬  2008-12-03 00:31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엄마를 부탁해>보고 참 많이 울었었네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잊지 않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서재바로가기kgh2840  2008-12-01 14:16
작가님과의 만남의 자리에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이들때문에 못가 많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인터뷰 내용을 보니 작가님을 뵌 듯 반갑네요. 작가님께서 해 주신 친필 사인이 담긴 책 오래도록 보물로 간직할 것입니다. 어제 엄마와 김장을 하며 '엄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드렸어요. 제 진심이었거든요. 내가 주부,엄마가 되어 살아 보니 우리 엄마처럼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인내하는 삶인지 깨달아 가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좋은 책을 소장할 수 있게 해 주셔서...내내 건필하시길...
 
서재바로가기민들레  2008-11-29 20:00
책 의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작가님 인터뷰를 보니까 책에 대해 한 번더 생각해 보게 되네요. 특히 늘 작가님 옆 모습만 봐왔는데, 정면을 보게 되서 신기하고 좋았어요~~벌써부터 작가님 다음작품이 기대된다고 하면 너무 부담되겠죠?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