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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박노자
2002-07-31

  이미 수 주 동안 알라딘 사회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에는 박노자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와 <당신들의 대한민국>이 나란히 1,2위를 달리고 있다.

멀리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도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의 화두를 던지고 있는 박노자 교수를 이메일을 통해 만나 보았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사회과학 담당 정선희, 사진제공 | 한겨레신문사)


한국사회를 비춰주는 북유럽의 거울, 노르웨이

알라딘: 알라딘에서 박노자님의 책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박노자님의 글이 특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노자: 글쎄요, 1990년대말부터 일어났던 민족주의나 일상적인 권위주의 등에 대한 지식계의 대대적인 반성 운동과 제 책이 나오는 시점이 운 좋게(?) 겹쳐서 그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1990년대 이전까지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못해서 그렇지, 군사주의나 권위주의 같은 문제에 대한 내부적 비판의 역량이 한국 지성계에서 꽤나 쌓인 것 같습니다. 보다 거시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일제식 권위주의적 발전 모델의 위기가 제 책과 같은 논의를 시의적절한 것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알라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를 읽다 보면 북유럽의 진보적인 모습에 비춰진 한국의 모습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겠지만,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사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꼽는다면요?

박노자: 한 사회가 다른 사회를 단순히 "배울 수 있다" 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배경과 상황이 다른데, "배운다"기보다는 일정부분 참고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 한국 노조와 진보 정당이 기업 문화의 기본적인 개혁에 착수한다면, 노조의 기업 경영에서의 참여와 같은 북유럽의 경험을 아마도 많이 참고하게 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노르웨이 대학교 경영 모델도 참고의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보다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노사의 평등, 연령층 간의 평등이 나름대로의 교훈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열은 없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

알라딘: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에 세계화의 바람까지 몰아치면서 전통적인 모습을 많이 상실하였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 전통문화의 미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노자: 한국 유교 문화 같으면, 시대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과 비판, 자기 성찰의 전통이 깊습니다. 예컨대, 황현의 <매천야록> 을 보면, 이만큼의 시대 비판 서적을 우리가 지금 찾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반성의 미덕을 한국 지식인 사회에서 지금도 그대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현재 사회에 비하면 전통 사회가 어떤 면에서 훨씬 덜 서열적이었습니다. 양반 사회 같으면 약 10-15살의 나이 차이가 있어도 말을 놓아 기탄 없이 서로 사귀는 기풍이 있었는데, 군사주의, 학번 질서주의가 일제 때부터 심화되어 그 전통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러한 사례들을 적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알라딘: 박노자님은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면서도 인류 보편적 가치의 소중함을 역설하십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의 다채로운 문화는 종종 인류 보편의 가치와 어긋나기도 하지요. 성차별적 요소가 강한 이슬람 원리주의나 위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인권, 민주주의 등을 먼저 발전시켜온 서구사회가 우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이러한 딜레마를 피할 수 있을까요?

박노자: 저는 전지구 사회들을 서열화시켜 "선진"과 "후진"을 단순히 대비시키는 데에 대해서 약간 회의적입니다. 아주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서구는 인류 보편 가치들을 제도화시켰지만 (그러한 면에서 "선진"이라는 말이 제한적 타당성이 없지 않습니다), 내면화시키지 못했습니다.

서구인의 대다수는 타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포용이 매우 부족하고 몇 개의 특정 문화 (예컨대, 이슬람)에 대한 태도는 요즘 아예 파시즘과 비슷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구에 의해서 착취를 당하는 제3세계에서의 보편 가치의 적용을, 서구 사람 중에서 극소수만 적극적으로 추진합니다. 서구의 제도 중에서 참고할 만한 면이 많지만, 크게 봐서는 우리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서구라는 특수 지역이 아니고 보편 가치로서의 인류의 주요 가치 그 자체입니다.

월드컵,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알라딘: 한국에는 아직도 월드컵의 열기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인이 보여준 '집단적인 열기'에 '무섬증'을 느끼셨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요, 어떤 의미에서의 '무섬증'이었을까요?

박노자: 모든 대형 스포츠 행사들이 어디 가나 다 그렇지만, 이번의 월드컵도 결국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대기업(SK 등)과 정권의 잔치이었습니다. 그들이 월드컵을 이용해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극히 피폐해진 대중들에게 기만적인 "휴식"을 주는 한편, 월드컵을 이용해서 철거민, 외국인 노동자 등의 약자에 대한 끔직한 탄압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필승 코리아"를 외쳤던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배경을 전혀 이해 못하거나 망각한 것 같아 참 무서웠습니다. 대중을 속이는 것이 그토록 쉽구나 라는 절망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라딘: 박노자님이 이전에 쓰신 <당신들의 대한민국> 또한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노자님께서 그 수익을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사업에 쏟기로 하셨다는 뉴스를 접했는데요. 여러 좋은 일이 많을 텐데 특별히 이주노동자를 위한 일을 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노자: 자본주의 세계는 대개 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이 산업 체제를 밑에서 뒷받쳐주는 가장 약하고 억압 받는 계층입니다. 임금 착취나 임금 사기도 상상 초월하지만, 그들에 대한 각종의 배제와 모욕, 차별은 그들의 처지를 조선시대의 노비보다 더 낮은 것으로 만듭니다. 노비는 적어도 조선 사회의 절대적인 "타자"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그들의 적응에 도움을 주어야 약간이나마 그들에 대한 "타자"로서의 배제와 차별의 벽을 헐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금의 산업연수제도의 폐지와 노동허가제 도입과 같은 개혁적인 정책입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문명론

알라딘: 최근 한국에서는 소위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이들의 부패와 부정으로 떠들썩합니다. 최근 한 평론가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한국 특유의 '관계 문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는데, 박노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노자: 모든 문제들을 다 "문화"로 얼버무리는 것은 새뮤앨 헌팅턴 같은 극우들이 많이 쓰는 방법인데, 조금 조심성을 보여야 합니다. 물론, 유교적 가족주의의 유산도 작용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군사 독재때부터 형성된 관습들과 민중의 정치 참여의 부족, 재벌의 비민주성과 퇴영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세계를 보면 정경 유착을 낳지 않는 군부 독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재벌의 모델인 일본, 미국의 재벌들의 부패도 사실상 극심한데(요즘 미국에서의 재벌 관련 스캔들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감시 체제가 허술한 한국에서 더 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여튼, "문화"보다 구체적인 사회, 정치적 현실을 더 중요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라딘: 요즘 인상깊게 읽은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인지 공개해 주시겠어요? 그리고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있다면요?

박노자: 한국 책 중에서 김두식 교수의 <칼을 쳐서 보습을>을 아주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신경림과 김남주, 최영미등의 시인을 아주 좋아합니다. 소설 중에서 요즘 황석영의 <손님>을 대단히 잘 읽었구요.

알라딘: 오슬로에는 언제까지 계실 예정인가요? 앞으로의 계획은?

박노자: 언젠가 한국에 가서 살고 싶지만,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을 못잡았습니다. 적어도 5-6년간 오슬로에 있으면서 여기의 한국학 성장을 도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라딘: '한국이 이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짧게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박노자: 한국 사람들이 이민을 꿈꾸지 않고 즐기면서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합니다...

보내온 박노자 교수의 답변에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 각각의 사안마다 여러 번 고민하고 다듬어온 흔적이 역력하였다. 그 한결같은 '진보'와 '이성'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사회를 비추는 청명한 거울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를 졸업했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아시아 및 아프리카 학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경희대학교 러시아어과에서 강사로 있었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송영, 박경리, 김원일 등 국내 주요 작가의 작품을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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