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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김연수
2008-10-17

  신작 <밤은 노래한다>로 돌아온 김연수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선량한 첫인상, 어딘가 쑥스러워 하는 느낌. 그러나 어느새 ‘소설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 말하고 한국문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느끼게 하는 작가의 모습은 우리가 왜 그를 신뢰했고, 계속해서 기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농담과 진담이 뒤섞이고, 진심이 진동했던 그날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인터뷰 | 알라딘 도서팀 박하영, 금정연, 김재욱)


알라딘 : <밤은 노래한다>는 사실 2004년 연재를 마치신 작품이죠. 많은 부분 수정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완성해야겠다고 생각하신 이유를 먼저 물어도 될까요?

김연수 : 예,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있었죠. 완성이나 수정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동안 계속 다시 썼고, 계속해서 수정한 소설이에요. 그때는 제가 쓰고 싶은 만큼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지요. 고군분투 끝에 마무리를 지은 것이었는데,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고칠 수 있을까, 과연 고칠 수 있겠는가, 이 결말에 납득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수할 수도 없고 복수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서요. 수정이야 2005년 겨울부터 계속 해왔습니다. 실은 처음부터 다시 쓰려고 했지만, 몇 년 동안 계속 고쳐보아도 좋은 방법을 찾을 수가 없게 되었죠. 좋은 부분이 있으면 살리고, 버릴 부분은 버리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그래서 더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기도 합니다.

알라딘 : 이미 여러 매체에서 언급된 바지만 ‘프로 소설가’란 표현을 쓰시곤 합니다.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김연수 : 처음에는 농담 비슷한 것이었어요. ‘프로 월드컵’ 아시죠? ‘월드컵’이 ‘프로 월드컵’이 된 것처럼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을 지향한다는 식의 농담이었죠. 그런데 그 내용이 크게 기사화가 되었습니다. 표제가 그렇게 나오기도 했고요. 제가 ‘프로 소설가’라고 말할 때 맥락에서의 의미는 소설로는 돈을 벌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어떤 제한을 받지 않겠다, 수정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 하는 식입니다. 소설은 소설로서 가치 있는 것이므로 내가 쓰려는 소설에 대한 어떤 타협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종류의 의지가 그 안에 있는 것이죠. 소설은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서...

"소설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겠다."

알라딘 : 시인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데, 소설가로 전향(?)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연수 : 시가 짧잖아요. (웃음) 처음엔 다 시를 쓰죠. 그렇지 않나요? 저희 세대 이전까지는 다 시를 썼어요. 소설은 쓰지 않았죠. 그러다 저희 때부터 (동시대 작가들, 작가지망자들을 지칭)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시를 쓰기 시작했고, SF도 쓰고 다 쓰겠다하는 뭉뚱그려진 생각이었죠. 어떤 종류의 글을 쓰겠다는 것은 장르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그저 ‘글을 쓰겠다’였지 어떤 것을 쓰겠다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과 등가의 감정으로 시 쓰기를 시작한 거지요. 그러다 시에서 호흡이 길어지면 단편으로 옮겨갔고, 더 호흡이 늘어나면 중편을 쓰고 하는 식이었어요. 선배들이 제 시를 보면 ‘너는 말이 많다’고들 하셨는데, 사실 제가 처음 쓴 시가 4장짜리였어요. 시를 길게 써봐야 좋을 게 없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죠.

알라딘 : 그럼 시와 소설 쓰기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어느 쪽이 더 편하신지 궁금하네요.

김연수 : 어차피 지금은 시를 못 쓰니까요. 시 쓰는 분들을 존경하는 상태입니다. 시의 언어는 압축적이고 축약되어 있어서 소설가들이 잘 사용하지 못하는 단어라든가 그런 것이죠. 반면 소설가들이 더 힘든 점도 있어요. 대상에 대해서 세밀하게 파악하고 표현해 나가야 하니까요.

알라딘 : 일본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와이 알라딘 행사에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인기도 좋으시고요. 팬이나 일반 대중에게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시려는 것 같아요.

김연수 : 사실 그 자리는 히라노 씨의 팬으로써 참여한 건데요. 갑자기 나오라고 하셔서 조금 당황했어요. (웃음) 대중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특히 요새는 말이 많아졌어요. 독자와의 만남 행사는 재미있어요. 특히 인터넷서점 행사 같은 경우는 1/2 정도는 제 책을 두세 권씩 읽으신 분들이잖아요. 그런 분들과는 바로바로 소통이 되니까요. 지방에 있는 국문과 같은 곳에 가게 되면 그렇게 잘 안돼요. 인터넷서점 행사는 기분이 좋으니까 참여하려는 편이죠. 제가 어떤 내용을 말해도 그분들은 맥락을 알고 계시니까요. 신이 나서 떠드는 거랄까요. 반면에 진중한 자리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문학의 문제는 무엇인가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앞이 캄캄하고 암울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알라딘 : 창작 이외에 번역도 함께 하고 계신데요. <대성당>이나 <행복한 글쓰기>처럼 원래 책이 좋기도 하지만 작가 김연수가 번역했다는 이유로 더 화제가 된 책도 있습니다. ‘프로 소설가’라는 말을 계속 사용해서 좀 그렇지만, 번역 활동을 계속 하시는 이유를 여쭤도 될까요?

김연수 : 카버의 <대성당> 같은 경우는 물론 책이 좋기 때문이지요. 그런 책을 번역하다보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필사’ 같은 개념이라고 할까요. 그런 책들은 가능한 많이 (번역) 하려고 하고 있어요. 조금씩이나마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성당>의 경우는 특이한 경우였어요. 윤문하지 않고 직역해도 제대로 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책이어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 이를테면 이렇게 번역을 하는 것도 옳은 일이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알라딘 : 이제껏 번역하신 작품 중 가장 좋았던 책은 어떤 것인가요? 앞으로 번역을 통해 소개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요?

김연수 : <권력과 영광>이라고 있는데요, 요샌 동시대의 글들에 관심이 가서... 영어책들을 많이 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 많이 하고 싶죠. 재디 스미스라던가... 예전에는 그걸 꼭 하고 싶었어요. <온 더 로드> (잭 케루악). 헤밍웨이도 해보고 싶고요. 일전에 번역가 이윤기 선생께 가르침 받은 경우가 있었어요. 전문적인 내용인데 이를테면 라틴어 어근이 있는 단어는 한자로 옮겨라, 와 같은 것이었죠. 제게 번역은 육체노동에 가까운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정신노동을 했으니 글 쓰고 나면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데, 번역으로 문장을 들어서 옮겨 놓는, 그런 육체노동 같은 느낌이에요.

"아, 좋은 생각이 났다! 하고 쓰기 시작하면 안 되고요..."

알라딘 : 엄청나게 다독하실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평소에 책은 얼마나 읽으세요?

김연수 : 시간이 없어서요. 뭔가에 계속 쫓기기 시작한 지 조금 오래 되었어요. 직장 다닐 때는 책을 많이 읽었죠.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읽으면 사람들이 노는지 일을 하는지 잘 모르니까. 직장에서 나오면서 책을 많이 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저널'을 다니고 리브로에 다니고 했을 때는 계속 책만 읽었죠. 인생에서 제일 책을 많이 읽은 시절인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은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고, 전에 비해서 인문서를 덜 읽습니다. 소설에 관련된 책은 많이 읽지만요.

알라딘 : 작품 쓰실 때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김연수 : 연재를 많이 해서 하루에 10매 정도를 두고 채워나가는 식이에요. 이때는 출판사에서 정해주는 출판사 마감일이 있고, 자체적으로 설정한 최종 마감일이 있어요. (웃음) 최종 마감에서 하루에 10매씩 역산을 하면, 80매 단편은 8일 정도 걸리는 셈이지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 그 훨씬 이전부터입니다. 사실 그때가 제일 괴로운 상태고요. 작업실에서 계속 괴로운 상태로 있죠. 그러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하는 순간이 있는데, 좋은 생각이 났다고 쓰면 안 되고, 앞뒤의 상황이나 관계 등을 정확히 따져봐야 해요. 예를 들어 ‘냉장고를 들여다보았다’라고 한다면, 왜 냉장고를 들여다보게 되었는지 앞뒤를 맞춰보는 과정에서 ‘아, 이런 식으로 흘러와서 냉장고 문을 열게 되었구나, 그러니 대충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하루에 10매씩.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속도는 좀 빨라지고요. (웃음) 작품이 잘 안 풀리면 밖에 나가지 않고 처박혀서 계속 쓰는 거죠. 하다가 막히면 인터넷 서핑을 한다던지 (먼산) 아고라라던가... 시간이 아까우니까 막판에는 거의 잠을 자지 않으면서 글을 쓰게 되는 것이죠. 그걸 바꿔보려고 <밤을 노래한다>는 아침에 출근해서 얼마쯤 쓰고 퇴근하는 식으로 해봤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저는 계간지 연재가 딱 맞아요. 일간지는 죽을 것 같고요. 계간지는 주기가 맞는다고 할까요. 몇 달 푹 쉬다가 열심히 쓰고 또 술 마시러 다니고 그러는 거죠.

알라딘 : 연재하시고 계신 것이 많은데 시간활용도가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김연수 : 네 많이 쓰죠. 요즘은 4개 쓰고 있어요.

알라딘 : 연재하시는 칼럼을 보면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음악은 얼마나 좋아하세요?

김연수 : 그 칼럼은 쓰기는 쓰는 것인데...

알라딘 : 좀 오래 되셨죠.

김연수 : 네. 음악은 많이 좋아해요. 모던 록 좋아하고요. 그렇지만 소설 쓸 때는 그런 걸 들을 수 없으니까 퓨전 같은 음악을 들어요. 클래식도 아닌 것이 연주곡이기는 하고 그런 음악이요. 밴드를 예로 들자면 ‘시규어 로스’ 아주 좋아하고요. 포스트록이런지, 얼마전에 그... 호드리고 레아옹 같은 것도 좋아합니다.

알라딘 : 김중혁, 문태준 작가와의 관계는 이미 화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도 아주 가까우신지 궁금하네요.

김연수 : 김중혁 작가는 중학교 동창이고요. 문태준 시인은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이지요. 김중혁 작가는 아주 절친한 친구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나서... 이 친구는 약간 이단의 느낌이에요. 저희는 김천 역전에서 자랐고, 문태준 시인은 김천 주변에 (저 멀리) 있는 금릉군에서 살았지요. 소도시의 자영업자들 정서에 영향을 좀 받았는데요. 김천이라는 동네는 문학하기에 좋은 동네가 아니었어요. 인구 7만 정도의 경상도 도시니까요. 개방적이지도 않고 웃긴 일이 많이 일어나는 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소설을 쓰겠다, 라고 선언처럼 말해도 도움을 주는 곳이 아니었죠. 요샌 ‘김천을 대표하는 소설가 김연수 선생님’이라고 ‘생가 방문’ 이런 거 하자고도 하시는데 (웃음) 저는 ‘아,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지요. 그런 분위기가 낯설고 그래요. 아 참, 문태준 시인은 한다던데요, 생가 방문. (웃음)

알라딘 : ‘김연수’라는 작가는 매우 청년의 이미지인데요. 알고 보면 이미 결혼도 하셨고, 사회생활도 매우 안정적인 것처럼 보입니다.

김연수 : 사실 제가 나이가 많지는 않은데... (웃음) 불혹이 되는 건데, 어마어마하잖아요 나이가. 불혹이 뭐예요 불혹이.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아, 대충 뭐 이렇게 되는 것이구나’ ‘이렇게 해봐야 안 돼’ 이런 것들이에요. 인생은 재탕 삼탕에 가깝다. 어떤 일이 또 일어나고 같은 경로로 또 일어나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지금 원하는 것이 있다면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 것인데요. 정신없는 할아버지가 되는 거예요. 계속 호기심을 가지는 할아버지요. 황석영 선생님, 김훈 선생님 뵈면 사실 ‘하유, 언제 철드시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좋아요. 청년처럼 보인다는 것은 좋은 일이죠.

"역전의 천재소년? 농담이고요."

알라딘 : 김연수 작가님의 소년 시절이 궁금합니다.

김연수 : 역전의 천재소년? 농담이고요.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아이였죠. 글을 잘 쓰는 건 아니었습니다. 작가라기보다는 책을 많이 읽었고... 독서가였죠. 성향이 이과 쪽에 맞고 이과 쪽으로 일자리를 얻어서 책을 많이 읽겠다는 것이 그때의 생각이었어요. 김천에서는 구하지 못하는 책들을 구하러 다니고, 대구까지 나와서 책을 사들였으니까요. 그런 일들이 있었죠. 대구로 책을 사러 가는 길은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었는데 그 동안 무진장 행복했어요. 이후로도 빨리 김천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친구들은 가출을 하기도 하고... 방법은 하나였지요. 서울로 가야겠다. 무조건 서울로 가는 수밖에 없다. 김천 같은 곳의 특성은 부모님들이 서울에 있는 아주 좋은 대학이 아니면, 경북에 있는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었어요. 그때는... 계속해서 꿈을 꾸고 그랬죠.

알라딘 : 알라딘에는 유독 김연수 작가님의 팬이 많습니다. 웹상으로 경험하는 팬들과의 만남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연수 : 예, 자주 살펴보는데요. 대개는 다 좋은 말씀이셔서 기분 좋고 쑥쓰러워요. 너무 오버하시는 것 보면 좀 그렇고, 기분 나쁜 말이 있으면 화나고, 일반적인 느낌이에요.

알라딘 : 주로 인용을 많이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주옥 같은 글을 발견한다던가 하면, 적어두는 편이세요?

김연수 : 예 인용이 많았던 것은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등의 작품에서 많이 사용했죠. 그땐 책을 쌓아놓고, 본 뒤에 글쓰기를 시작했어요. 저는 지금은 좀 괜찮은 사람이지만, 그때는 괜찮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해요. 세상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해, 화자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연륜도 그렇게 안되고 하니 책을 무진 읽은 다음에 그것에 대해 쓰는 것이죠. ‘박지원’이라면 그 인물에 대한 배경이나 역사적 사실 등 이것저것 많이 아는 상태에서 말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인용을 끌어들이더라도 체화해서 쓰도록 하려는 편이고요.

알라딘 : 작가님은 글을 봐도 그렇고 실제로 뵈니 더 그런데요. 소위 ‘스타일’이라는 걸 좀 따지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 김연수에게 ‘스타일 좋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김연수 : 예... 따지죠. 결심한 것은 프로소설가라는 거죠. 소설로는 돈을 안 벌겠다. 돈은 다른 일 해서 벌면 되지. 소설 쓰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인데요, 소설을 써서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 일은 매우 은밀한 것이고, 나에게 주는 것은 남들은 모르는 은밀한 성취감뿐인데. 구질구질하게 쓰지는 말자는 생각이 있죠. 독자의 니즈를 파악한 뒤에 어쩌고 하지만 내가 왜 그런 것들을 파악해야 하느냐. 내가 그런 것에 타협할 필요가 없다. 폼 나게 계속 소설을 쓰자. 마음에는 큰 꿈을 가지자. 뭐 그런 생각이 있는 거죠. 일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체력이 약하다고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를 낮출 수는 없지 않겠는가, 라고 한 적이 있어요. 목표를 수정하거나 그렇게 하지 말자. 소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말자. 이 소설에 대해서 어떤 사람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이것을 지킨다. 그런 거죠. 억지로 받게 되는 청탁에는 콧방귀도 안 뀌는 것. “저는 그런 소설을 안 씁니다.” 이런 의지가 제가 소설을 쓰면서 결심했던 것이에요. 제 꿈이 그래서, 불가능하겠지만, 이렇게 계속 써서 (누적으로) 팔십 만부에서 백만 부 정도 파는 게 꿈이에요. 불가능하겠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바꿔라, 라고 말을 하는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이 어렵다는 것. 그건 다 아는 것이니까, 남들 앞에서는 궁색하게 그러지 말자라는 것이죠.

알라딘 : 개인적으로는 단편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보고 아주 감탄했는데요. 한국이라는 틀을 깨고 세계로 뻗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국경을 넘어서는 글쓰기에 대해서는 여러 번 밝히신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연수 :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소수자 입장이 되니 언어 자체가 투명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순수한 느낌이랄까요.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에서는 주인공에 의해 영어로 쓴 것을 다시 옮기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사실은 영어로 말했던 것처럼. 그가 영어로 느끼고 말한 것을 최종적으로 작가인 내가 작업하는 형식의 실험이었죠. 언어라는 것은 말하는 순간 권력이 끼어들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말 속에 담긴 권력적인 것을 다 빼고 나면 뭔가 통하는 게 있지 않을까. 동양인끼리 영어하는 그런 상황 같은 거예요. 객관적인 대화만 간신히 나눌 수 있는 상황에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이 많아요. 제 꿈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등단하게 하는 거예요. 한국 문학에 대한 탈출구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때도 딜레마는 남겠지만요.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로서의 권력이 남아있을 테니까요. 한국문학의 세계화 같은 것이 있다고 치면, 번역된 상태의 작품을 다시 번역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한 번 외국어로 번역된 작품을 다시 옮기는 과정에서 그 둘이 일치한다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알라딘 :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상복이 있으시잖아요. 소감은 어떠세요?

김연수 : 고마운 경우죠. 상의 도움이 커요. 상을 받으면 몇 년을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예상하고 받는 경우는 없었어요. 깜짝 놀라죠. 이 정도 쓰면 상 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 안 되죠. 별 기대 없이 있으면 상을 타게 되더라고요.

알라딘 : 작가 김연수에게 ‘역사’라는 것, 실제 있었던 사건은 큰 의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맞나요?

김연수 : 제가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역사에서 잘 안 써주는 사람들이에요. 실패한 사람들. 그게 소설가가 가져야 될 사람들이죠. 실패한 사람들이나 역사적 사건 속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사람들에게 끌려요. 끌리니까 자꾸 그쪽을 보게 되고. 그들이 끌리는 이유는, 그들의 삶을 납득할 수 있다면 내 삶도 납득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삶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예요. 계속 분노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뭐 이렇게 만들어놓은 인새들이 있는가. 도대체 이해가 안가기 때문에 이것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실패를 겪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거죠. 그런 방식으로 생각을 하니 역사에 많이 관심이 가죠. 해답은 아니지만 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가, 혹시 그게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희망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닐까, 고민해보는 거예요.

알라딘 : 그럼 <밤은 노래한다>에서는 누가 가장 실패한 것 같으세요?

김연수 : 박길룡이 가장 실패한 것 같아요. 윗세대잖아요. 공화주의를 거쳐 공산주의까지 가는 사람인데,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고통이 적을 것이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고통이 큰 것이죠.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알라딘 : <밤은 노래한다>는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을 것 같으신지요.

김연수 : 많은 사람들이요. (웃음) 누가 읽었으면 좋겠다기보다는 읽고 나서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 ‘비슷한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알라딘 : 10년 후의 김연수는 어떤 존재가 되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김연수 : 10년 동안은 계속 소설을 쓸 것 같고요. 10년이 지난 후에는 소설을 그렇게 열심히 안 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은 산문이에요. 긴 산문을 쓰고 싶어요. 지금은 그렇게 쓸 수 없을 것 같은데, 수전 손택 같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 그러나 절망이 아닌 어떤 따뜻한 느낌으로..."

알라딘 : 말씀하실 때 ‘납득’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는 것 같은데요. 작품의 종국에 보면 용서나 복수에 대한 납득이 안 되어서 그렇게 쓰셨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용서일 수는 없고 말 그대로 ‘납득’이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가 갠 느낌 같은 것이요. 완전히 찬 건 아니고.

김연수 : 그래서 그 장면이 두고두고 생각해 볼 문제죠. 하지만 그렇게 쓴 뒤에는 상쾌했어요. 그건 용서가 아니죠. 아무것도 아니예요. 죽이고는 싶으나 도저히 죽일 수 없다. 그런 당위 같은 것이에요.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 그런 일에 가까운데, 뭔지는 대충.... 어렴풋이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희망 같은 것이 아닐까. 그 ‘희망’이라는 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인거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타인들이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그가 안 되는 것을 알지만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잖아요. 뒤집어 이야기하면 삶은 희망 없이 사는 것이란 말과 같지만, 당신들에게 다 나눠주겠다는 생각, 그런 식의 느낌이에요. 열망, 열망 막 써놨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책이 나왔다는 게 이루어진 셈이지만요.

다른 수많은 것들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이 아주 절망적인 느낌이 아니라 ‘희망이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우리가 계속 매달리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 순간의 따뜻함... 열망하는 순간이 곧 삶일 거라는 거죠. 반쯤만 소원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살아가는 거예요.

*** 이후로도 우리는 ‘아편굴에 대한 가장 정확한 묘사’라던가, ‘지평선 덕에 바로 눈앞에 펼쳐진 별들’, 그래서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몽골의 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말들에는 한결 같은 느낌이 있었지요. ‘희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절망’이 아닌 어떤 따뜻함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같은. 가장 아름다웠던 그 순간의 이야기로 김연수 작가와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칩니다.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2001년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제14회 동서문학상, 2003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동인문학상, 2005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제13회 대산문학상, 2007년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7번 국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소설집 <스무 살>,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가 있고, 옮긴 책으로 <파란대문집 아이들>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별이 된 큰 곰> <상상해 봐> <기다림> <대성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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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총 5건의 글이 있습니다.

 
서재바로가기책읽는 고양이  2008-10-27 22:55
언젠가 다른 인터뷰에서 '재능은 집중력이다.'란 말을 하셨는데, 요즘 제가 그 말을 실감하고 있는 편이라 이 인터뷰 또한 여러모로 자극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서재바로가기moon  2008-10-27 15:41
잘 읽었습니다~
 
서재바로가기spinozian  2008-10-23 11:30
인터뷰의 포인트가 없어요.ㅠ.ㅠ <밤은 노래한다>에 포커스를 두고 인터뷰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요?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라는 말만 인터뷰 후기에 보이네요. 어렸을 적 이야기나,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에 대한 것은 그야말로 인터뷰의 양념격 같은데요.
 
서재바로가기에링  2008-10-22 23:59
잘 읽었습니다.
 
서재바로가기이대  2008-10-22 14:29
아, 김연수 작가님. 김연수 작가님의 인터뷰 글은 어느 매체에서 보든 다 참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제 삶에 대해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