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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자폐스펙트럼이란 ‘무언가가 정형발달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방식, 인식하는 방식이 근본부터 정형발달인과 다른 것 아닐까? 예를 들어, 내가 보는 세계는 대부분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훨씬 다채롭다. 내게는 사람의 ‘색’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제각각 고유한 ‘색’이 있는데, 나는 수많은 색들이 담긴 색상표에서 망설이지 않고 하나를 골라낼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개개인의 ‘색’을 인식한다.

정원에 묻은 것을 파내야 한다. 사이토 미에 지음, 김영현 옮김

생쥐들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정말이지 호기심 많은 생명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예요? 가본 적 있다면 말해줘요. 혹시 식료품 창고에도 가본 적 있나요? 선반마다 치즈가 가득하고 들보마다 햄이 매달려 있는 곳 말이에요. 거기선 기름 초 위에서 춤출 수도 있고, 홀쭉이로 들어갔다가 뚱뚱이가 되어서 나올 수도 있다던데요.” “그런 곳은 몰라.” 전나무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숲을 알아. 햇살이 쏟아지고 작은 새들이 노래하는 곳이지.” 전나무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은 생쥐들은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숨죽인 채 귀 기울여 듣고는 감탄했다. “와! 정말 많은 걸 보면서 살았군요. 얼마나 행복했을까!” “내가?” 전나무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 그 시절은 제법 즐거웠지.” 전나무는 사탕과 양초로 장식되었던 크리스마스이브의 기억도 들려주었다. “와, 운이 참 좋았군요, 늙은 전나무 아저씨.” 생쥐들이 감탄했다. (「전나무」)

우리 몫의 후광은 없나 보네. 오 헨리 외 지음, 김영글 옮김

고양이가 목을 울린다든가 그르렁거린다는 얘기는 책이나 사람들한테 들어 익히 알았지만,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마흔 몇 살 넘어 처음이었다. 이게 기쁨을 표현하는 징후라니! 처음 듣는 나로선 아무래도 곧장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 고양이, 폐 상태가 안 좋은가?"라고 말했다가 엄청나게 웃음을 샀다.

전차 B의 혼잡. 데라다 도라히코 지음, 안은미 옮김

언어는 아픈 몸과 거리를 둔 곳에서만 출현한다. 아픔을 고스란히 옮긴 글이 있다면, 그리하여 한 점의 왜곡도 없이 쓰인 글이 있다면, 그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메이 지음

셰익스피어는 작품을 쓰기 시작한 1590년대 초부터 펜을 내려놓을 때까지 매우 심란한 한 가지의 문제로 고심을 되풀이했다. 그 질문은 이러했다. 어떻게 한 나라 전체가 폭군(tyrant)의 손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을까?

폭군. 스티븐 그린블랫 지음, 김한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