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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내가 나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잠긴 채 수면을 올려다보면서 차가워진 머리로 생각한다. 이 열광은 내가 나를 살아가는 것과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일까? 후미코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일’은 권력 타도나 하나도 남김없이 다 부순다는 사정射精적인 혹은 오르가슴적인 순간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죽음의 순간까지 후미코는 ‘나 자신의 일’과 자신을 부르는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생각했을 것이다. 이 젊은 여성은 운동가가 아니라 철학자였다.

여자들의 테러.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두려움은 경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서입니다. 대공황 시대의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생각해 보세요. 금융사에서 이보다 유명한 명언이 또 있던가요?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사실 두려움은 인간사에서도 가장 강력한 감정입니다. 새벽 4시에 행복감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도 강렬한 정서이기에 다른 정서적 요인에서 비롯된 노이즈를 걸러내고 이 신호에만 집중하는 일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최근의 시장 동요 추세와 매체에 나타난 ‘두려움’과 관련된 어휘, 즉 테러, 비상, 공황, 공포, 혼란, 불안, 위협, 탄저, 핵 등의 빈도를 대비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얻어 낸 결론은 두려움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사실이었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어느 물리학자의 비행.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허탈하게 웃고 있는데 시위대가 내 앞으로 밀려왔다. 나도 시위대와 함께 최루탄을 피해 황후상광장으로 갔다가 소호로 향했다. 달려가는 내내 익숙한 풍경들이 곁을 스쳤다. 양조위가 좋아하는 우육면 가게, 주윤발이 총격전을 벌이던 골목과 영화 속에서 그리도 쓸쓸해 보이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는 그대로였지만 더 이상 내가 알던, 내가 사랑했던 홍콩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아서 쫓기는 자와 쫓는 자만 남은 도시를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리멤버 홍콩. 전명윤 지음

파란빛 슬픔은 가위로 길게 잘라낸 뒤 다시 칼로 잘게 썬 달콤함이다. 그것은 백일몽과 향수(鄕愁)의 슬픔이다. 가령 그것은, 이젠 그저 기억일 뿐인 행복의 기억일 수도 있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기에 먼지를 털어낼 수 없는 틈새 속으로 물러나버린. 선명하지만 먼지투성이인 파란빛 슬픔은 그 먼지를 털어내지 못하는 당신의 무능력에 기인한다. 그것은 하늘만큼 멀리 있어 닿을 수 없다. 그것은 모든 사실의 슬픔을 비추는 사실이다. ― 〈파랑〉 중에서

나의 사유 재산. 메리 루플 지음, 박현주 옮김

1969년 뉴욕, 익명의 편지 한 통이 미술인들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편지의 화자는 "우리는 이 혁명을 지지해야 한다. 우리가 속한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변화의 초석을 닦아야 한다. 이 행동은 미술이 자본주의로부터 완전히 결별함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편지의 끄트머리에는 '어느 미술노동자'라는 문구만 적혔을 뿐이었다.

미술노동자. 줄리아 브라이언 윌슨 지음, 신현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