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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원 세상에, 여기에 모인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든 물어보세요. 그 뭐냐…… 위원님이 〈궁전〉이라 말하는 그것은 그저 〈어느 촌뜨기의 머릿골에 뒤섞여 있는 터무니없는 것들을 애처롭게 모아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요!」 「장관님의 의견은 그와 다릅니다. 위원님은 결행하시는 게 나을 겁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명령을 받고 일했나요? 그건 그렇고, 위원님은 그 우체부의 건축물을 보기는 하셨나요? 〈전체적으로 보아 아주 망측하다고요.〉」

바보들은 내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닐스 타베르니에 지음, 이세욱 옮김

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앞뒤가 맞지 않는 글을 씁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쓴 말도, 나중에 “지금 말은 없던 걸로!”라고 쓴 말도, 양쪽 모두 노인에게는 실제 경험이 뒷받침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인생은 순식간이다”라는 말도, “인생은 되새길수록 길다”라는 말도 노인의 입장에서는 둘 다 실감이 납니다. “결혼은 지옥이다”라는 말도, “결혼은 천국이다”라는 말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둘 다 사실이구나” 하고 실감하죠.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겁니다. 다양한 의견이나 감상에 대해 어느 것이든 “그러고 보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라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늙음의 레슨. 우치다 다쓰루 지음, 박동섭 옮김

말레이타섬에 와보니 뜻밖에도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지진 당일 바다 건너 솔로몬제도에서도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어 섬과 연안에 사는 아시들이 서둘러 고지대로 대피해야 했다. …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지진 소식은 발생 직후부터 라디오 등을 통해 말레이타섬에도 전해졌다. 일본 국토의 대부분이 쓰나미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날 보더니 이구동성으로 뉴스를 듣고 정말 걱정했다면서 내가 얼마나 피해를 보았는지 묻고 또 물었다.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나를 쓰나미가 휩쓴 일본에서 간신히 탈출해 온 피난민으로 여기는 듯했다. 일본과 말레이타섬을 동시에 덮친 ‘쓰나미’라는 사건으로 인해 아시의 ‘바다 위의 삶’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온한 열대. 사토미 류쥬 지음, 차은정.손성규 옮김

소설은 죽음이다. 그것은 삶을 운명으로, 기억을 유용한 행위로, 지속을 방향성과 의미를 띠는 시간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변형은 오직 사회의 시선을 받을 때에만 성립될 수 있다. 소설, 즉 하나의 기호 복합체를 초월로서, 그리고 어떤 지속의 역사로서 강요하는 것은 바로 사회이다. 따라서 우리가 예술의 장중함을 통해 작가를 사회에 연결시키는 계약을 알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소설적 기호들의 명료성 속에서 포착되는 그 의도의 명백함에 의해서다. 소설의 단순과거 시제와 3인칭은 자신이 쓰고 있는 가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는 작가의 바로 그 치명적인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의 글쓰기)

영도의 글쓰기. 롤랑 바르트 지음, 이채영 옮김

"소리가 소리만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재앙의 근원이며, 나는 거기에 저항하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일까. 스기모토 타쿠 지음, 오롤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