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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자율성이 없다면 타율성도 존재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사회적 영역을 넘나들 수 있는 실질적인 가능성이 없다면, 결국 타율성도 의미를 상실한다. 자율성의 가치는 어쩌면 근대의 꿈이었으며, 여전히 노력할 가치가 있는 목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근대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 경유지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는, 결국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 ― 6장 타율성을 경유한 자율성

예술적 다중의 웅성거림. 파스칼 길렌 지음, 서창현 옮김

서로 다른 형식과 전통 안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저마다 다른 재료와 매체를 가지고 작업한다. 화가는 물감으로, 작곡가는 소리로, 조각가는 점토나 대리석으로. 트리에와 타르코프스키는 모두 시간을 자신들이 작품을 빚어내는 재료로 삼는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이 시퀀스는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매체이자 예술 형식으로서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메타적 논평으로 기능한다. 영화는, 이를테면, 시간을 멈출 수 있다.

요아킴 트리에의 영화. 요아킴 트리에 지음, 안네 옐스비크 글, 강탄우 옮김

하지만 그 대상을 살아 있는 이들로만 한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 개개인의 웅장한 피날레를 거기에 따르는 좌충우돌과 오점까지 포함해 고스란히 전달한다면, 필시 울퉁불퉁하고 얼룩덜룩할 미래를 앞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피날레.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그런데 나는 이런 단절 자체와 전혀 다른 것일까? 나는 외부 세계에 의해 주조된 사고나 우연의 결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나를 나이게 만드는 것은 끊임없는, 그러나 다 알아볼 수는 없는 이런 작은 단절들의 총합이 아닐까? - 「들어가며」

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물은 근본적인 것. 우리를 구성하지만 그 안에선 살 수 없고 그 없이도 살 수 없는. 내게 수영의 의미를 설명한다는 건 맑고 잔잔한 물속 깊은 곳에 놓인 조개껍데기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저기, 선명하게 존재하지만 손을 뻗어 수면을 건드리는 순간, 잔물결에 굴절되고 마는. 조개껍데기는 다섯 개였다가 스물다섯 개가 되고, 나는 크고 작게 일렁이는 그것들 사이에서 몹시도 또렷하게 보였던 그 조개껍데기를 찾아 더듬거린다.

수영 그만두기. 린 섀프턴 지음, 최리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