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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경수야,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나의 제안마저 ‘쌩 까면’ 어쩌나 싶었는데, 경수는 졸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녀석은 나의 초대에 응했다. 상담실에 어색하게 마주앉았을 때 나는 경수에게 질문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대신 “날마다 엎어져 자는 네가 많이 밉다.”고 말한 뒤 “네 사정을 그동안 묻지도 않고 미워해서 교사로서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겪은 가난한 청소년 시절의 분노와 농대 출신 국어 교사로서 겪은 어려움과 차별을 털어놨다. 경수는 말없이 그저 내 이야기를 들었다. 내 말이 끝났을 때, 녀석은 딱 한 번 입을 뗐다. “말씀 끝나셨으면, 나가도 되죠?”

공고 선생, 지한구. 지한구 지음

그렇게 나는 김동일 유품의 관리자 겸 김동일의 한국 유족이 되었다. 김동일의 삶과 옷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나누고 함께 할 것인지? 책임이 부여되었다. 그 당시는 햇빛 쨍쨍한 날에 내리는 소낙비라고 생각했다. 피할 수 없는 ‘역사 세례’이자 ‘기억 내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애도라는 섬. 권준희 외 지음

만약 사유를 데이터의 선별과 분류 형태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을 때 그것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주어질 수 있는 것[잠재적 데이터]이며, 선별은 하나의 선택이 아니라는 진실을 말이다.

비인간.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이승현 외 옮김

「문 열기」 나는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이나 가지 못 했던 순간에는 다른 나를 보내서 다른 것을 시켰고 다른 나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나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만을 계속 따라다녔다. 그래서 내가 돌아온 길은 돌아온 길이 아니라 걷고 있는 길이다. 그 길은 사람들을 그리워하며 걷는 길이다.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 박솔뫼 지음

미래에 우리가 위험, 취약성,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인간주의적 담론들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해 새로운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목전에 두고 떠오른, 가장 짜릿하고 시급한 글들에서 아주 강하게 다가오는 질문들이기도 하죠. 여기에 달린 건 인간으로서 존재할 새로운 방식들입니다. 우리가 학자이고 연구자라면, 우리가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와 어떤 식으로든 상응하죠. … 제게 이 지평이 매우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_ 폴 길로이와의 대담 중에서

불타는 세상 속 팔레스타인. 일란 파페.캐서린 나타넬 지음, 백소하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