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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지를 스치는 바람의 미세한 떨림과 나무를 때리는 바람의 깊은 울림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바람이 잦아들면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하늘과 나무와 대지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풍경이었고 인간의 집에서 나는 인공적인 울림이나 소음과는 달랐다. 나는 냄비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물 트는 소리, 말소리를 더 의식하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리가 녀석에게 어떻게 들릴지 알 수 없었다.

산토끼 키우기. 클로이 달튼 지음, 이진 옮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사회주의란 종교와 예술과 존엄을 사회에서 없앴을 때 인간의 신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사회에서 태어난 나처럼 평범한 아이의 몸은 과연 무엇을 느끼면서 성장했을까. 그곳에서 살아가며 매일매일 말과 신체의 감각을 잃었다. 고등학생 때의 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다. 평생에 걸쳐 당시 잃어버린 말과 신체를 되찾는 것이 앞으로 나의 목표다.

상냥한 지옥. 이리나 그리고레 지음, 김영현 옮김

결국 그녀는 죽고, 그만 홀로 남았다. 하지만 사실 그녀, 에밀리아가 죽기 여러 해 전부터 그는 이미 혼자였다. 그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에밀리아라고 불렸으며,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훌리오라고 불렸고, 앞으로도 계속 훌리오라고 불릴 거라고 하자. 훌리오와 에밀리아. 결국 에밀리아는 죽고 훌리오는 죽지 않았다. 그 나머지는 문학이다.

분재. 알레한드로 삼브라 지음, 엄지영 옮김

제국들은 대부분 영원하고자 애썼다.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유피테르 신이 로마의 창시자인 로물루스에게 "영원한 제곡"을 선물한다는 이야기를 썼다. 나치 정권은 천년 제국을 꿈꾸었다. 다행스럽게도 제국의 불멸을 추구한 이런 시도들은 번번이 실패했다.

골리앗의 저주. 루크 켐프 지음, 박수철 옮김

인간의 삶과 창조성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가? 정신분열증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많은 것을 자신의 체험과 비교함으로써 어느 정도 가까이 이해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거기에는 언제나 결코 닿을 수 없는 것,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남아 있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그것을 ‘미친 것’, ‘어긋난 것’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스트린드베리와 반 고흐. 카를 야스퍼스 지음, 홍성광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