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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작은 키에 마른 몸, 투 블록과 상고머리를 오가는 커트 머리, 25호 파운데이션을 발라도 톤 업이 되는 피부와 짙은 쌍꺼풀을 가졌다. 만나는 사람이 고만고만한 시골 마을을 떠나 도시로 나오고 나서는 외모에 관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우리는 언제나 타지에 있다. 고예나 지음

2030년에 이르자 미국은 완전히 버려진 땅이 되었다. 한때 붐비던 도시들은 고요한 폐허로 전락했다. 유럽 우방국들의 동의를 얻은 대통령과 연방대법원과 연방의회는 서베를린에 미국 망명정부를 세웠다. 그러나 결국 그 기관은 아무런 역할도 수행할 수 없는 형식상의 정부일 수밖에 없었다. 브라운 대통령이 일본의 선원으로 도피해 버리자 대통령 자리는 유보 상태로 남았고, 의회는 해산을 선언했으며, 이후 모든 연방정부의 공직 선출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미합중국 정부와 국체가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_ 「7 고난의 시대」에서

헬로 아메리카.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매혹은 오히려 말을 할 수 없는 것이라기보다는 말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매혹은 항상 태어나는 상태에 있는 것이기에, 연속적인 상태에 있는 우리에게는 이전의 순간을 제거해야만 현재의 순간이 허락되기 때문이다. 이 교대는 고스란히 시간성의 멜랑콜리가 된다. 그래서 음악은 기억이라는 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향기를 극단적으로 펼쳐낸다. 그 향기는 제 자신의 과거의 과거성(passeite)에 영혼을 천천히 젖어들게 하여 혼란스럽게 하고 얼근히 취하게 만든다. - Ⅲ. 매혹과 알리바이

음악과 말로 할 수 없는 것.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이충훈 옮김

최근에 나는 운터스베르크1의 눈 덮인 정상에 서 있었다. 내 머리 바로 위, 거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공중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바람 속을 활공하고 있었다. 까마귀의 몸통으로 당겨진 발톱의 노란색은, 새의 이상적인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햇살을 받아 빛으로 일렁이는 날개는 금색이 섞인 갈색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푸른색. 그 세 가지는 드넓고 편평한 공중에 널찍한 색채의 띠를 만들며 흘러갔고, 그래서 순간 나는 허공에 휘날리는 세 가지 색의 깃발을 본 듯했다. 그것은 주장이 없는 깃발, 오직 색채만의 사물이었다.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페터 한트케 지음, 배수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