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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어느 날 아침 애리는 자신이 오랜 시간 흔들리는 창을 보며 시간을 보내왔음을 알았다. (…) 어딘가로 향하는 감각과 함께 창 너머 공터와 집들과 골목들을 실제로 걷는 일은 왜인지 일어나지 않을 일처럼 느껴지고 언제까지나 좌석에 앉아 멀어지는 사람과 집들과 빨래와 커튼을 보고 있을 것 같다. _박솔뫼 「사과」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박솔뫼 외 지음

1923년 어느 날 파나마의 콜론에서, 한 말단 서기가 일과를 마친 뒤 정부 청사를 나서고 있었다. 월말 마지막 날이라 경리과에 들러 월급을 챙겨서 나서는 길이었다. 그 순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그는 대략 열두 시간에 걸쳐 긴 시 한 편을 쓰게 되었다.

바라모. 세사르 아이라 지음, 권미선 옮김

살아 있는 것도 인프라의 일부로 일단 받아들이고 나면, 인프라의 개념 또한 인간의 목표를 넘어선 부분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뿐 아니라 인간 외 존재들이 구축한 다른 형태의 생태적 공학도 인프라로 간주할 수 있지 않을까? 부유하는 부레옥잠 군집은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물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이는 건축물이다. 이 군집은 모기 유충을 비롯한 일부 생물들에게는 유익하지만, 이 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생물들도 있다. 인프라를 ‘사회적 생활이 가능한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필수적인’ 사회 기술적 구조라고 정의한다면 그 사회가 꼭 인간 사회여야 할까?33 부레옥잠은 물의 흐름을 늦추고, 산소를 감소시키고, 부영양화를 촉진하며, 수중 그늘을 만들어 일부 생물에게는 유리하고 다른 생물에게는 불리한 틈새 환경을 조성한다.

패치 인류세. 애나 로웬하웁트 칭 외 지음, 김희정 옮김

이 책은 나의 인생 궤적을 따라간다. 이 책은 영화적 양식을 가능한 한 깊이 있게 탐구하는 한편, 영화 시놉시스와 비평을 오간다. 그러나 여전히 이 책은 무엇보다 나의 삶에 관한 책이다.

미친 여자들의 집. 케일라 재니스 지음, 이승연 옮김

1933년 5월 10일 어둠이 짙게 내린 베를린의 오페라광장(나중에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아우구스트 베벨의 이름을 따서 베벨광장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에서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이 주도하는 기이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책들을 쌓아놓고 불을 지른 이 행사는 나중에 ‘베를린 분서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독일인들은 이날 히틀러가 저지른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기념물(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경구를 새긴 청동판)을 설치했습니다. “이것은 서막일 뿐이다. 책을 불태운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불태울 것이다.” _「1장. 야만이 온다」

비상구는 왼쪽에. 강신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