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을 단단히 붙잡을 필요가 있다, 악취 나는 그런 몽상, 그런 금속성의 소음, 그런 수치로부터, 그리고 허름한 육 층 아파트의 한 창턱에 위험스레 놓여 있는 빨간 베고니아꽃으로부터, 혹은 중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긴 다리의 소녀들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도록. -「스물한 개의 사랑시」 부분
문턱 너머 저편.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한지희 옮김슈뢰딩거는, "우리는 우리가 보는 만큼만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건 현실이 상대적이라는 의미다. 모든 관찰자는, 그가 전자의 운동을 관찰하든 우주 전체를 관찰하든 상관없이 항상, 슈뢰딩거가 '파동다발'이라고 부른 것의 일부다. 하지만 이 파동다발은 원래 관찰되는 대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체와 객체는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방식으로 뒤섞여 있다. 결국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세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클링조르를 찾아서 1. 호르헤 볼피 지음, 박규호 옮김여기에서 저기로 간다는 것, 혹은 갔다가 돌아온다는 것은 반복되는 루틴이라고 해도 매번 새로운 단 한 번의 사건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갈 길을 가는 다른 사람들이나, 거대한 인프라와 치밀한 약속들의 체계와 사람들이 합을 맞춰 춤을 추는 탈것들이 그러한 것처럼, 서로가 전혀 그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장소와 사건들을 이으며 시간과 공간을, 사회라는 픽션을 만들어 낸다. 매일 거의 똑같이, 그러나 완전히 같지는 않게 덧붙이면서. -「도쿄의 안은별: 시간과 공간을 생산하는 중」
바로 손을 흔드는 대신. 박솔뫼.안은별.이상우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