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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아마도 우리는 끝내,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될지, 어떤 삶을 살게 될지를 온전히 선택하지 못할 터다. 우리의 전기는 대개 시간과 공간의 질서 속에 미리 마련된 자리들을 차례로 점유해가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여러 틀이 우리에게 부과되고, 여러 역할이 우리의 몸과 정신을 사로잡으며 우리에게 깊은 흔적을 남기고, 앞으로 우리가 누구와 함께 삶을 살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만남들이 우리 운명을 빚어낸다.

셋. 바깥을 향한 열망.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지음, 유재홍 옮김

하드윅의 문장은 언제나 혼자이며 서로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아예 관심이 없어 각 문장이 자기본위적이고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녀는 (이런 표현이 맞다면) 병렬적으로 나아간다. 인상 위에 인상을, 비유 위에 비유를 쌓아, 마침내 그 효과가 다 떨어진 뒤에 꽤 엄격하고 직접적인 것이 우리에게 드러날 때까지. ―「파괴의 간계」(엘리자베스 하드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브라이언 딜런 지음, 김은지 옮김

예술작품을 본래의 세속성으로 되돌리는 것, 이것이 바로 비평가의 최대 과제이다. 예술가는 세계에서 무언가를 떼어내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되돌려놓는 것이 비평가의 일이다. 나는 영원과 역사, 여가와 노동, 교환가치와 사용가치의 차이에 관해 말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원하는 만큼 찬란한 창조의 천국으로 올라가도 좋다. 그를 땅으로 다시 끌어내리는 일은 비평가에게 달려 있다.

권위. 안드레아 롱 추 지음, 허원 옮김

고독의 절차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의미할 것이다. 자신의 주어진 조건들에 대한 사랑이 아닌, 알려지지 않은 가능성에 대한 사랑의 절차. 그것은 어떻게 나르시시스적 자아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돌파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절차이다. 고독의 절차는 나의 자아라는 괴물을 숨 쉬게 하는 외부로부터의 공기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존재를 진공의 상태로 만드는 기술이며, 이때 질식당한 자아는 텅 빈 자리를 남기며 소멸한다. 고독의 절차는 바로 그 텅 빈 자리를 유지하는 욕망의 기술이다. 텅 빈 자리에 어느덧 사건의 유령이 들어와 떠돌 수 있도록 소량의 환상만을 허용하는 기술. 그것은 소멸을 애도하는 기술인 동시에, 그러한 애도를 축제로 뒤집는 기술이다. 매번 새로 시작되어야 하는 세계를 위한 고독하지만 어쨌든 축제인 그것.

고독의 매뉴얼. 백상현 지음

만약 철학이 절대적 담론으로서 스스로를 시작해야 한다면, 철학의 역사란 무엇이며, 특정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특정 사회 계급에 속하며,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는, 고유한 특정의 개별자와 함께 시작하는 이 시작(commencement)이란 무엇인가?

담론의 질서.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