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는 운터스베르크1의 눈 덮인 정상에 서 있었다. 내 머리 바로 위, 거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공중에 까마귀 한 마리가 바람 속을 활공하고 있었다. 까마귀의 몸통으로 당겨진 발톱의 노란색은, 새의 이상적인 이미지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햇살을 받아 빛으로 일렁이는 날개는 금색이 섞인 갈색이었다. 그리고 하늘의 푸른색. 그 세 가지는 드넓고 편평한 공중에 널찍한 색채의 띠를 만들며 흘러갔고, 그래서 순간 나는 허공에 휘날리는 세 가지 색의 깃발을 본 듯했다. 그것은 주장이 없는 깃발, 오직 색채만의 사물이었다.
세잔의 산, 생트빅투아르의 가르침. 페터 한트케 지음, 배수아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