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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스티븐 호킹은 고독한 천재라는 신화의 화신이다. 또한 그는 합리주의적 데카르트 전통에서 남녀 불문 우리가 상상해온 ‘완벽한 과학자’를 대표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우주의 신비를 생각하는 것” 뿐이지만 그의 지성은 그의 육체에서 해방되어 평범한 정신을 어지럽히는 (감정, 가치, 선입견 같은)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듯 보인다. 바로 이 덕분에 그는 우주에 대한 궁극의 법칙을 관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들어가며)

호킹 주식회사. 엘렌 미알레 지음, 김연화 옮김

그것들은 여전히 나무였다. 그렇다면 생각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자극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쳐 지나가지만, 말을 걸지는 않고, 그래도 당신을 멈춰 서게 하는 것. 틈새로 보이는, 전혀 다른 세계의 기호들? 난 이제 그것들을 더이상 볼 수 없다. 그것들은 겨우 며칠 동안만 지속되었을 것이다.

과수원을 지나며. 필리프 자코테 지음, 류재화 옮김

사슴들은 여전히 갓길에서 배회했다. 그러나 흰꼬리사슴은 I–80이 개통한 이후로 교통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도로를 건너려는 시도를 중단해버렸다. 도로가 확장되면서 더 빠르고 더 시끄럽고 더 고압적인 차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지자 도로 양편을 오가는 일을 아예 단념한 것이다. 고속도로가 더 안전해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심장이 멈출 만큼 위험해지는 바람에 동물들이 아스팔트에 발을 들일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래서 로드킬이 줄었다. 벨리스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 자체가 사슴들이 차로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움직이는 울타리moving fence’가 되고 있다”라고 추정했다. - 1. 이제 악마의 마차가 우리 앞에!

크로싱. 벤 골드파브 지음, 조은영 옮김

인류 사상사에서 그런 유토피아를 추구한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그들이 제대로 소개되지 못했던 우리의 빈약한 사상계에 참된 노동 민주주의의 사상을 더하여 모두의 삶이 즐겁게 꽃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극단에 치달은 경쟁으로 인해 노동이 나에게서 분리되고 나로부터 소외되어 극소수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치가 되는 현실을 이제는 극복해야 합니다. 그처럼 소외된 노동은 인간 고유의 능동성과 창조성을 죽이고, 체념과 무책임에 젖은 인간만을 양산합니다. 그로써 민주주의의 실질적 실패를 초래하고 결국 파시즘이나 전체주의를 결과합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비통한 현실 속에 살고 있습니다. _「머리말」에서

노동이란 무엇인가. 박홍규 지음

지구 팀이 지금 환경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라고 해 보자. 세계 권력을 잡고 있는 선진국 정부와 다국적기업이 감독과 코치진이 될 것이다. 9회 말 투아웃, 그때까지 낮잠을 자던 감독이 갑자기 일어나 ‘파이팅’을 외치며 꺼내든 단어가 바로 ‘인류세’ 아닐까?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폭증과 숲·바다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을 일으킨 핵심에는 거대 자본과 이를 뒷받침한 선진국 정부가 있다. 그런데 자기들은 아무 책임도 없는 것처럼 이제 와서는 우리 모두, 그러니까 인류의 책임이니 잘해 보자고 한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류세’라는 말에 넣어 떠내려 보내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도전적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류세는 더는 가치중립적인 지질학적 개념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1장: 인류세의 우연한 탄생?

닭뼈와 플라스틱. 남종영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