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녀는 삶을 바꾸려 들지 말자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까? 아니, 차라리 이렇게 자문해보자. 혼자서 살아가려면 부딪혀야 할 갖가지 문제들이 지닌 무게, 또는 그저 슬픈 운명처럼 보이는 것 앞에서의 체념은, 어떻게 어머니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상황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를 마침내 포기하도록 이끌었는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처음에 나는 평범한 인생에 대한 변명 같은 글을 쓰려고 했던 것 같다. 유명하고 비범한 사람들이 회상록에다 자신의 비범하고 특출한 운명에 대한 변명을 적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어떻게든 자신들의 인생 이야기를 꾸며 내어 그 이야기가 단일하고 사실에 가까운 그림이 되게 만든다. 그 이야기에 어떤 단일한 연결선이 생기면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이제 나는 가능성이란 게 무엇인지를 이해한다! 인생은 여러 상이하고 가능한 삶들의 집합이며, 그중에서 단지 하나 또는 몇 개만이 실현되는 반면, 다른 삶들은 단편으로서나 가끔 발현되든지, 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인생 (모노 에디션, 알라딘 특별판).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요리의 이름을 정할 때는 ‘재료의 나열, 그리고 조리법’이 기본이다. 아스파라거스튀김, 우설탕수, 이런 이름들도 뜯어보면 재료와 조리법의 결합이다. 그런데 주재료와 부재료를 나눠서 표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쓰는 말인데도, ‘곁들인’이라는 단어는 최대한 쓰지 않는다. 이제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안 나온다. 식당이란 공간에서 장난치는 것처럼 보일까봐 의식적으로 다른 말을 쓰게 된다. 물론 이 말이 나오길 기다리는 손님도 있다. ─〈메뉴〉 중에서
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