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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죽기 직전에도 병상에 누워 스톱워치를 써서 링거의 떨어지는 물방울을 관찰하며 그 유속을 측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속도비평. 이영준 지음

“출판이 이루어지는 구체적 맥락은 그것이 어떻게 수용되고 신뢰받는지를 규정한다. 전통적인 인쇄물을 우리가 신뢰하는 이유는 그것이 변하지 않으며 동일한 복제본으로 대량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텍스트, 특히 자동으로 끝없이 생성되는 텍스트는 어떤 방식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 초기 컴퓨터 실험은 제한된 계산 능력의 틈 사이로 전자적 본성을 드러냈으며, 이러한 특성은 당시 생산된 인쇄 출판물에도 흔적으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독자의 잠재적 규모와 출판 행위의 즉시성에 기반한 보다 복합적인 출판 생태계가 등장했다. 그 가운데 소셜 미디어는 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간결성과 즉각성에 대한 요구는 텍스트 생산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트위터는 이러한 제약이 만들어내는 잠재적 도전 덕분에 오래전부터 작가들을 끌어들여 왔다. 바로 이 점에서 트위터는 문학적 실험을 위한 이상적인 장으로 기능해왔다.”

전술적 출판. 알레산드로 루도비코 지음, 임경용 옮김

몇십 년 전의 아날로그 전자 매체에서는 걸핏하면 유령들이 현시되곤 했다. 예를 들어 초기 라디오와 텔레비전은 디지털 매체의 선명하고 유려한 형식과 달리 저음질, 저화질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전했고, 잡음과 조악한 해상도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흐름을 방해했다. 라디오 신호가 보내지는 동안 다른 채널이 뿌연 퍼즈(fuzz)와 잡음에 뒤덮여 들어올 때면 마치 라디오가 전적으로 스스로 행동하는 것만 같고, 이런 오작동이 생각보다 잦다는 점이 우리를 특히나 심란하게 한다.(1부 웅얼대는 시체)

웅얼대는 시체를. 그래프턴 태너 지음, 나원영 옮김

라클라우는 어떤 정치 운동이 포퓰리즘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 자체가 이론적으로 잘못된 전제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등가 논리와 차이 논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정치 운동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퓰리즘을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정치 형식이라기보다, 모든 정치적 실천이 일정 부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헤게모니 구성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정치와 동의어”이며 “포퓰리즘의 종말은 정치의 종말”이다.

근본 없는 민주주의. 현우식 지음

재산에서 법으로, 법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공익으로 사고가 움직인다. 이 이론이 휘그 정권의 현실에 적합할 뿐 아니라 로크가 그 안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나는 잦은 사형 집행으로 통치하는 정부의 특징을 묘사하기 위해 “죽음통치”(thanatocracy)라는 용어를 채택한다. ― 2장 “늙은 피투성이 씨”와 죽음통치

목매달린 자들의 런던. 피터 라인보우 지음, 권범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