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침묵은 또한 상품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비재들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사고팔리는 상품이다. "우리는 침묵의 사치를 누리자꾸나." 제인 오스틴은 『맨스필드 파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치품의 가격은 평범한 소비자의 재력을 넘어서서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침묵. 존 비게닛 지음, 김명남 옮김나는 이렇게 “너무 백인스러운” 친구와 “너무 아시아인스러운/폽스러운” 친구들에게 유난히 분노를 품었다. 그건 사실 내 안에서 타오르는 자기혐오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싫어한 부분은 결국 나 자신의 모습에서 내가 제일 싫어한 부분과 같았다. 백인성에 지나치게 잘 동화된 모습이거나, 아니면 아시아인다움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 말이다. 그들의 결점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 자신의 문제는 직면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적어도 쟤네만큼 화이트워싱되진 않았잖아, 혹은 적어도 쟤네만큼 폽스럽진 않잖아, 하고 말하며 자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리 역시 내가 다른 아시아계들에게 부여한 자리와 마찬가지로 백인 우월주의 문화에 의해 왜곡된 것이었다. 나는 백인성의 틀 안에서 정의된 “딱 적당함”이라는 범주에 날 끼워 맞추고 있었다. 심지어 거기서도 나는 분노와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 줄리아 리 지음, 강예은 외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