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이 책의 한 문장

이데올로기가 해체 일로에 있고 우리는 내적인 삶의 본질에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면, 내적인 삶의 우위에 대한 발레리의 주장은 공허하게 울릴 수밖에 없다. 역으로 과학의 영향을 받아 우리 세계를 이루는 물질적 요소들이 중요성을 얻게 되었다면 영화가 그 물질적 요소들에 갖는 편향성은 발레리가 인정하려는 정도보다 훨씬 더 정당해지리라. 어쩌면 발레리의 가정과는 정반대로, 그가 영원히 현전하리라고 당연시하는 내적인 삶의 포착 불가능한 내용으로 가는 지름길이란 없지 않을까? 어쩌면 그 길은, 만일 그런 길이 있다면, 피상적 현실surface reality의 경험을 관통하여 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영화가 막다른 길이나 한갓 이탈로가 아니라 입구라면? (16장 「우리 시대의 영화)

영화의 이론.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지음, 김태환.이경진 옮김

벽 위 녹슨 못에 거울을 단단히 걸고 나는 거울을 통해 발터를 보았다. 발터의 눈이 내 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발터가 눈으로 하는 이야기는 시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발터가 시선을 돌렸다. 나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발터를 거울을 통해 보았고 스탈린이 역사적 기록에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삭제해 버림으로써 과거를 없애 버린 일을 떠올렸다. 하지만 나는 발터의 시선이 발터의 욕망의 역사적 기록이라는 걸 알았다. 그걸 지울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본 남자. 데버라 리비 지음, 홍한별 옮김

조지 오웰은 '냄새'라고 표현하고, 이반 일리치는 '값'이라고 불렀던 그것.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은 언어에 민감하지만, 언어의 계급적 감각에 대해선 무심한 경우가 많다. 자기가 쓰는 말이 '보통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쓰지 않는 말을 쓰는 사람에게서 다른 계급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그 말이 습득 과정에 많은 비용이 드는 '값비싼 말'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감각으로 안다.

먼지의 말. 채효정 지음

나는 점점 잠깐 누리는 느린 시간에 중독되었다. 그 영향은 글에도 나타나기 시작해서 문장에서 구두점은 물론 단락 같은 단위도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것들은 느린 나무의 언어에 비해 너무 주제넘고 인위적인 것 같았다. 나무처럼 글을 쓰는 것이 가능할까? 〈나무 사진 찍는 방법〉

내 속에는 나무가 자란다. 수마나 로이 지음, 남길영 외 옮김

“추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왜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까? 그렇지만 우리는 꽤 오랫동안 그저 추락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추락을 걱정하고 있는가?”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 아이우통 크레나키 지음, 박이대승.박수경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