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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 문장

오늘날 침묵은 또한 상품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비재들에 필적하는 가격으로 사고팔리는 상품이다. "우리는 침묵의 사치를 누리자꾸나." 제인 오스틴은 『맨스필드 파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사치품의 가격은 평범한 소비자의 재력을 넘어서서 계속 높아지는 중이다.

침묵. 존 비게닛 지음, 김명남 옮김

그러나 인간 환자인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완전히 무득점이다. 완치되는 몇 퍼센트에 속하든, 그렇게 못 되는 소수에 속하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소리뿐.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최선의 태도로 임하는 편이 나을지도. 동물들은 늘 최선의 태도로 임하니까.

아픈 동물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 르네 알사라프 지음, 박은아 옮김

레녹스는 자신이 시도하고 있는 것의 결실이 결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불안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희망의 허무함을 노래한 우울한 송가 Sweet Dreams는 그렇게 탄생했다. 가사와 반대로 달콤한 꿈은 실제로 이뤄졌다. 노래는 취향과 세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유니버설 히트곡이 됐다

일렉트로닉 뮤직 명반 가이드북. 이대화 지음

21세기에 영혼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자아에 대해 말하는 것조차 위험하다). 이제 ‘영혼’이라는 단어는 죽은 은유, 즉 어떤 문화에서 신뢰할 만한 개념의 지위를 상실한 후에도 오랫동안 언어 속에 살아남은 단어 중 하나가 되었다. ― ‘이미지’ 중에서

신, 인간, 동물, 기계. 메건 오기블린 지음, 최지숙 옮김

나는 이렇게 “너무 백인스러운” 친구와 “너무 아시아인스러운/폽스러운” 친구들에게 유난히 분노를 품었다. 그건 사실 내 안에서 타오르는 자기혐오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내가 싫어한 부분은 결국 나 자신의 모습에서 내가 제일 싫어한 부분과 같았다. 백인성에 지나치게 잘 동화된 모습이거나, 아니면 아시아인다움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 말이다. 그들의 결점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 자신의 문제는 직면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적어도 쟤네만큼 화이트워싱되진 않았잖아, 혹은 적어도 쟤네만큼 폽스럽진 않잖아, 하고 말하며 자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자리 역시 내가 다른 아시아계들에게 부여한 자리와 마찬가지로 백인 우월주의 문화에 의해 왜곡된 것이었다. 나는 백인성의 틀 안에서 정의된 “딱 적당함”이라는 범주에 날 끼워 맞추고 있었다. 심지어 거기서도 나는 분노와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 줄리아 리 지음, 강예은 외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