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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작가파일 > 알라딘이 만난 작가들 : 임정자
2001-06-15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는 첫 문장부터 호흡을 멈추게 했다. '어,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어쩜 이렇게 아이 편에 서서 동화를 쓸 수 있지?' 도대체 이 작가, 이것이 몇 번째의 작품일까? 놀랍게도 이 책이 작가의 첫번째 작품집이었다. 임.정.자.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기대감에 부풀어 부랴부랴 인터뷰를 준비했다. (인터뷰 | 알라딘 편집팀 어린이 담당 유여종, 이예린)


나는 이런 사람

알라딘: 100자로 나를 소개한다면?

임정자: 내세울 만한 게 없어서 소개를 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생긴 모습도 성격도, 출생도 다 그저 그래요. 저는 잘난 척하는 사람, 힘을 남용하는 사람,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 공을 내세우는 사람을 싫어해요. 좋아하는 건 너무 많아서 100자 안에 다 못 써요.

알라딘: 심심할 때 주로 하는 일은?

임정자: 심심하면 놀아요. 아이들이랑 놀고 아이들 없으면 흔한 게 책이니까 책이나 꺼내 읽고, 그것도 재미없으면 길거리를 걸어다녀요. 그러나 마루에 발랑 누워서 하늘보고 이런저런 생각하는 게 가장 편하긴 하죠.

알라딘: 남에게 다 주어도 "이것만은 못 줘"하는 보물이 있다면?

임정자: 내게 소중한 건 두 딸 나경이, 수민이, 친구인데 사람은 어차피 각자 자기 인생을 살고, 내 것이라 할 수 없으니 적절한 대답이 안 되고. 뭐가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없네요. 물건이야 아무리 귀하게 생각해도 누가 달라면 주게 되잖아요? 굳이 한 가지 찾는다면 시간이겠죠. 지금의 내가 있게 만든 시간들,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 아, 또 하나 있네요. 엄마가 물려주신 진주반지요. 나중에 나경이가 자라서 물려주기 전까지는 내가 간직해야 할 테니까요.

('주다'의 단어를 꼼꼼하게 따져 답변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꼼꼼한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알라딘: 자신의 성격 중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임정자: 감정의 변화가 심해요. 살이 오통통하게 쪄서 언뜻 보기엔 무던해 보이는데 무척 예민해요. 조금 무뎌졌으면 해요. (글쎄.. 우리가 아닌 것 같다고 하자, 작가는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다 안다고 했다. 별수 없이 한바탕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알라딘: 10년 뒤, 나의 모습은?

임정자: 지금이랑 비슷할 거 같은데요.

(10년 전과 작가의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고 했다. 동화를 쓰면서 많이 무던해지고,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솔직히 첫만남인데도, 임정자 씨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했다.)

알라딘: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소망이 있다면?

임정자: 황당합니다. 사회에 관한 건 빼고 아주 개인적인 소망을 대라면 방랑자와 고래와 함께 푸른 바다를 헤엄치며 다니는 거... (아이가 있어서 방랑을 할 수 없다며 좀 아쉬운 얼굴을 했다. 고래는 정말 좋아한다고 한다. 멋졌다!)

동화작가가 된 계기

알라딘: 특별히 동화작가가 된 계기가 있다면?

임정자: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 1기로 등록하면서예요. 그 전에는 그냥 동화에 대한 공부만 했거든요.

(이 답변은 좀 황당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화를 공부해보려고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에 다녔는데, 거기서 작품을 써서 서로 평을 하는 거에 맞춰 할 수 없이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숙제를 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게 된 셈이었다.^^)

알라딘: 이번 동화를 쓰면서 가장 행복했을 때, 혹은 가장 비참했던 때가 있다면?

임정자: 내가 아이들을 이해하는 자리에 서지 못하고 늘 윗자리에서 구박하고 강요하고 그러고 있음을 깨달았을 때는 비참했고, 그래서 이런 글들을 쓰고 나니까 아주 조금이지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습니다. (작품을 보게된 독자들도 행복할 겁니다.^^)

알라딘: 작품의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에서 얻나? 자료 file을 따로 만드는지?

임정자: 아이들이 속상해 하는 일상들과 내가 살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이 기본적인 동기가 되고, 요즘은 우리 신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 겨레는 상당히 많은 신화를 갖고 있어요. 예전엔 단군신화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신기하고 철학적이면서도 재미난 우리 신화를 어린이문학에서 많이 배우고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첫 작품에 대해 말한다면...

알라딘: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 이 작품집에는 5편의 단편동화들이 실려 있다. 이 중에서 아이에게 가장 호평을 받았던 작품은?

임정자: '낙지가 보낸 선물'과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던데요.

(역시 아이들이다 싶었다. 임정자 씨는 작품을 써서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한단다. 그러면 아이들이 읽고서는 재미있다, 싫다라고 평을 하는데, 그게 가끔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아닐 때도 부지기수..^^;;)

알라딘: 표제작이기도 한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의 주인공 이름이 자녀 이름과 같은데, 진짜 아이를 모델로 한 것인가?

임정자: 19층에 산 적이 있는데 18층에 사는 아줌마가 신경이 무척 날카로운 분이셨어요. 우린 딸이 둘인데 둘이 놀다보면 시끄러운 적이 많죠. 또 우리 집에는 손님이 많이 오는 편이라 자주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늘 18층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괴롭고 그랬어요. 그 분은 무척 예민해서 아파트에 살려면 아이들에게도 발뒤꿈치 들고 다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죠. 하여간 우리 집에 와서 한바탕 하고 가는 날이면 나는 아이들에게 "좀 조용히 놀아!" "나가 놀지 못해!" 소리치곤 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집 아이들 이야기인 셈이죠.

(작품 '낙지가 보낸 선물'의 주인공 남수도 작가가 어린이 도서관에서 일할 때 만난 아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아파트 이야기부터 남수 이야기를 주욱 나누면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아이 자체를 존중해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봤다.)

알라딘: 동화에 보면 재미난 놀이들이 나온다. 특히 '내장 놀이'는 이름과 놀이방법 모두 신기한데, 직접 즐겼던 놀이인가?

임정자: '내장놀이'는 조카 병년이가 하던 놀이예요. 내장놀이가 엄마와 아이가 의사소통이 잘 안 되어 속이 불편한 거와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놀이를 넣었어요.

('내장놀이'는 아이들이 각자 밥, 반찬, 병균, 소화제로 역할을 나누어 미끄럼틀에서 하는 놀이이다. 밥과 반찬이 미끄럼틀(내장)을 내려가다 병균이 밑에서 꽉 막으면, 소화제가 등장해, 밥과 반찬이 똥으로 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작품 '꽁꽁별에서 온 어머니'에서 담은이의 엄마는 '내장놀이'라는 말조차 '대장놀이'냐고 물어본다!)

알라딘: 작품 '꽁꽁별에서 온 어머니'의 엄마처럼 아이에게 "엄마는 외계인 같아"라는 말을 들어보았는지?

임정자: 아니오. 아이와 어른들 사이의 단절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한 거예요.

(실은 아이와의 관계를 여쭙고자 해서 한 질문인데, 조금 오해가 있었다. 첫 아이 나경이가 내성적이라서 작가가 이웃집 아줌마를 사귀고, 그 집 아이를 사귀어 다시 나경이랑 친구를 하게 해주었을 정도. 지금 작가의 집은 나경이랑 수민이의 친구들이 점령했다고 한다. 작가 말로는 티격태격 아이랑 싸우기도 하고 서로 우기기도 하는 사이라고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경이랑 수민이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 작품집에 실린 삽화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과 좀 싫은 것이 있다면?

임정자: 표지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싫은 거는 없는데요. 이형진 씨가 무척 열심히 그려 줬어요.

(정말 싫은 것이 없냐고, 삽화가 좀 어둡지 않냐고 했더니, 작가는 책을 한장 한장 다시 펴면서 다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슬쩍 던지는 말, '예쁜 그림보다는 어두운 것이 좋아요.')

나의 소망, 나의 꿈

알라딘 : 작품들을 보면 전래동화나 자장가 같은 전래동요들이 나온다. 전래동화 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이야기는?

임정자: 서사무가에 나오는 세경본풀이, 보통 자청비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가 재미나고요, 삼신할미 이야기도 재미나요. 반쪽이 이야기도 좋아하고요. 그래도 무엇보다도 재미난 건 하늘나라 신선들이 금벌레 은벌레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창세신화가 상당한 의미를 안고 있고, 새롭게 다가오죠. 왜 하필 벌레로 사람을 만들었을까? 재미난 화두죠?

(요즘 신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작가는 막상 이 대목에 이르자 눈을 더 빛내기 시작했다. 우리 신화의 독특함과 우수성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던 작가는 그 신화를 동화로 담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 제주도 신화를 모티브로 쓴 동화 <하늘나라 꽃밭지기>(박재형 지음, 푸른책들 펴냄) 를 잠시 이야기했다. 작가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며, 책 제목을 적어갔다.)

알라딘: (작품에 대해) 가장 듣고 싶은 칭찬이 있다면?

임정자: 도시 아이들의 삶을 잘 반영했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을 거 같아요. (^^)

알라딘: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동화책"이란?

임정자: 읽을 때 재미나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 살면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야기. 그러려면 아무래도 현실에 뿌리를 박고 진행되는, 삶의 본질에 관한 게 숨겨져 있는 이야기여야겠죠?

(좀 구체적으로 답변을 달라고 하자, '옛날 이야기'같은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실제 이야기하는 것은 직접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걸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옛이야기의 어법'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어두운 계단에서...>는 맞고 사는 아이, 도시의 아파트에서 맘껏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 맞벌이 부모를 두어 외로운 도시 아이의 삶을 이야기하는데도 상상과 공상의 세계가 절묘하게 맞닿아 있었다. 이것이 아직 작가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옛이야기의 어법으로 그리고자 하는 바람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 가장 존경하는 작가나 가장 싫어하는 작가는? 작품을 이야기해도 좋다.

임정자: 싫어하는 작가를 굳이 따질 수는 없고요, 허무맹랑한 공상만 가득한 동화는 안 좋아해요. 사람에 대한 강한 애정이 묻어있는 작품들이 참 좋아요. 우리 나라 작가로는 <몽실언니>를 쓴 권정생 선생님이나 <잔디숲 속의 이쁜이>를 쓴 이원수 선생님이 좋고, 요즘 작가로는 <문제아> 박기범 씨가 좋고요, 외국 작가로는 <삐삐 롱스타킹>을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세 친구 요켈과 율라와 에리코>, <오이대왕>을 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모모>, <끝없는 이야기>의 미하엘 엔데 같은 작가들이 좋아요. 구드룬 파우제방도 참 좋아요.

1966년생.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에서 동화공부를 했다. 한겨레아동문학작가교실 1기 수료. 현재 월간 "어린이문학" 을 편집하고 있다. 2001년 5월 첫 작품집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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