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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여름이면 우리 집은 계곡에 놀러 가곤 했는데, 계곡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다. 바로 수박을 계곡물에 넣어 놓는 일. 역시 수박은 시원해야 제맛이다. 수박을 자르기 전에 '통통' 두드려 확인해 보는 절차도 잊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통통 두드리는 담당은 나였다. 청명한 소리가 나길 기대하면서. 여기 다른 이유로 수박을 통통 두드리는 할머니가 있다.
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귀가가 늦은 팥 할머니. "엥, 저게 뭐여. 돼지여?" 데굴데굴 구르기 좋은 모양새로 나타난 수바는 원래 태양을 비추어 하늘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는 용이었다. 수바의 날개와 태양 빛을 탐내던 둘 머리 용에 의해 날개를 뺏긴 채 도망치다 할머니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수바는 자신의 날개를 찾기만 하면 '용의 보물'을 주겠다며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할머니의 뛰어난 활약으로 둘 머리 용에게서 날개를 찾은 수바는 약속대로 할머니에게 '용의 보물'을 주고 하늘로 돌아가는데... 과연 '용의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은 이지은 작가의 전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수박'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할머니는 전작에서와 같이 여전히 인정 많고 털털하다. 새로운 캐릭터인 '수바'가 등장하는데, 작가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집 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용'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작가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맺는다. "제가 어릴 땐 수박을 통통 두드리면 100개 중 1개는 수바였어요. 여름 내내 놀다가 쌀쌀해지면 하늘로 가곤 했는데, 요즘은 아무리 수박을 두드려도 수바가 나오질 않아요. "수바야, 잘 지내니? 우리 또 만나서 '퉤퉤퉤퉤.'하고 놀자.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