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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22
  • 연이와 버들 도령
    백희나 (지은이) | 책읽는곰 | 2022년 1월 "백희나, 3년 만의 신작!"

    백희나 작가가 <나는 개다> 이후 3년 만에 새 그림책을 내어놓았다. 그동안 작가에게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다. 매년 3월 새 책을 내오던 작가는 잠시 작업을 쉬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면서, 다시 일어날 힘을 모으면서, 그리고 이제 일어나 다음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작가는 옛이야기, 연이와 버들 도령을 생각했다.

    '나이 든 여인'과 사는 연이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그저 나이 든 여인이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른다. 추운 겨울날 상추를 뜯어 오라는 요청에도 무작정 눈밭을 헤매며 상추를 찾던 연이는, 지쳐 쉴 곳을 찾다 긴 동굴의 끝에서 따스한 봄과 버들 도령을 만난다. 상추와 진달래꽃을 구해오는 연이를 수상히 여긴 나이 든 여인은 버들 도령을 찾아내어 죽이지만, 몰래 동굴을 찾았던 연이는 버들 도령을 다시 살려낸다.

    긴 겨울을 참고 견디어 풍요로운 봄을 만나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힘, 죽은 버들 도령을 살려낸 연이의 힘은 연이가 이미 내면에 가지고 있던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할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어두운 동굴을 걷고 걸어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고, 펜데믹이라는 긴 겨울을 지나는 우리에게 보내는 따스한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버들 도령, 버들 도령, 연이 나 왔다, 문 열어라. 그러면 내가 문을 열어 줄게요." 버들 도령이, 아니 작가가 말한다. 내가 나에게 말한다.

  • The Earthian Tales 어션 테일즈 No.1
    김보영, 고호관, 곽재식, 구한나리, 구환회, 김창규, 김효선, 박경만, 박문영, 서바이벌SF키트, 시아란, 심너울, 심완선, 위래, 이경희, 이서영, 이수현, 이지용, 이하진, 전삼혜, 전혜진, 정명섭, 정보라, 정이담, 진규, 최의택, 한승태, 해도연, 홍지운, 황인찬, 루토, OOO, 이주혜 (지은이) | 아작 | 2022년 1월 "본격 SF 잡지 출격!"

    지구에서 지구인들이, 계절마다 만들어낼 경이로운 이야기. The Earthian Tales 어션 테일즈가 항해를 위해 닻을 올린다. 왜 '잡지'인가 하는 질문에서 이 기획은 출발한다. '어메이징 스토리즈'와 같은 시도를 통해 메리 셸리와 쥘 베른의 작품이 조명되고, 동시대와 공명하며 장르의 판이 커졌듯, 1960년대 한낙원의 작품은 잡지 <학원>을 통해 연재되며 꿈 많은 독자를 만났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을 통해 2020년대 남유하, 문이소 등의 작가가 소개되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PC통신 동호회와 웹진과 무크지로 모이고 흩어졌던 이들이 한 제호 아래 다시 모여 자신의 이야기로 밤을 밝힌다. 첫 호의 '느슨한' 주제는 '홀로'. 팬데믹을 지나며 홀로 이 우주에 존재하는 단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연결을 꿈꾸게 될까.

    SF와 청소년의 세계를 톺아보는 심완선의 칼럼은 "SF와 청소년이 결합할 때 보이는 특출난 면"(230쪽)을 지적한다. 필연적으로 경이롭고 기묘할 수밖에 없는(242쪽) 것, SF와 사랑을 조화롭게 배치한 전삼혜의 청소년 소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에 대한 이서영의 리뷰를 읽으면서 애처로운 한 시기를 과학적으로 묘사하는 소설가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김보영의 창작론, 김창규의 짧은 소설, 이경희의 중편 소설, 황인찬의 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이 변주된다. 출판사의 요청으로 나 역시 지난 10년에 관한 통계를 살펴보며 짧은 글을 실었는데, 많은 이가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며, 열심히 사랑한 흔적이 녹아있는 숫자를 보며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은 종종 닮아있다. 그 다름과 같음이 모두 존중된다는 것이 과학소설의 멋진 점이 아닐까. 지구인들이 만든 이야기들을 다루겠지만 외계인들의 투고도 물론 환영이라고 하니, 슬쩍 이 배에 함께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각자의 빛이 우주를 향해 출격을 시작한다. 승선을 환영한다.

  •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인가
    이동훈 (지은이) | 해냄 | 2021년 12월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해야할 것들"

    나이가 30대든 50대든, 명예 퇴직을 하든 정년 때까지 다니든,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은 노년에 더이상 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와도 같다. 그런데 그 숙제를 빠르게 끝마친 사람들의 사례가 점점 더 우리를 옥죄어 오고 있다. 이른바 파이어족이라 불리는,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이나 뉴스에서 토픽처럼 다뤄졌으나 이제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지만 직장인이라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한 마음은 FOMO 증후군, 벼락거지 등의 표현 속에 메아리치며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런 조바심 속에 투자가 잘될 리가 없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 현실을 냉정히 점검해 봐야 한다. 저자는 투자는 집짓기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는 투자할 대상이 주식인지 부동산인지, 한국인지 미국인지, 아니면 비트코인인지에 대해서는 자주 이야기하지만 자산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투자를 구조화하여 그 로드맵대로 지속해 나가는 것에는 서툴다. 저자의 조언처럼 돈과 인간의 속성을 알고, 나의 단점을 고쳐 갈 수 있다면, 비로소 건강하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일확천금을 벌고서 그만두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재정독립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그 목표를 두면서 말이다.

  • 내 마음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
    케이티 헐리 (지은이), 인디 (그림), 조연진 (옮긴이) | 픽(잇츠북) | 2021년 12월 "스스로를 응원하고 마음을 다독여 주는 책"

    아무것도 아닌 일에 화가 나고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사춘기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전에 우울감을 느끼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청소년 백서에 따르면 2019년 청소년의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2.2%, 여학생 34.6%로 나타났고 학년이 높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계속되는 전염병의 유행으로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우울감은 사춘기와 아주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이런 상황을 도와주는 유용한 책이 있다.

    이 책은 우울감을 느낄 때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시해 준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법, 산책하며 감사하는 연습하기, 편지 쓰기 등 사소할 수 있지만 확실하게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양육자들 또한 함께 읽어보며 서로의 마음의 방향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워크북.

1.72022
  •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최재원 (지은이) | 민음사 | 2021년 12월 "제40회 김수영 문학상, 최재원의 말"

    최재원 첫 시집. 작가는 거제도, 창원, 횡성, 뉴욕 그리고 서울에서 자랐다. 물리학, 미술, 보디빌딩을 거친 후 시에 다다랐다.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언어'인 수학에 매료되었던 그가 시의 말에 매료되어 몸을 입고 벗는 이유를 들어본다.

    1부 첫 시부터 차근차근 읽기를 권한다. <모 조>의 날개, <걷 기>의 시체, <차>의 밟기 , <신 선>의 젖은 눈. <때>의 소리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이미지들. 수열처럼 확장되는 이미지의 감각을 통해 소리는 마침내 매미의 울음처럼, <FULL VOLUME>에 다다른다. 그렇게 '반복해서 찢기고 납작해져'(...)'우리의 / 몸이 뒤바뀌고 말았다'는 사건의 진술. 이 '몸'은 무엇인가.

    '도둑 딸이 아니라 대견한 아들로 둔갑'하는 몸.(<자수>), '뿔이 잔뜩 난 채 태어났'(<꿈뿔>)다고 진술되는 몸. 무엇보다

    한사코
    신물이 나도록
    부풀어 오르는 몸
    뚱 어 리

    (<소리> 中)

    '내가 피와 살로 되었음을 대대적으로 리마인드해주는' (<말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몸
    뚱 어 리에서 이사할 수 있는 방법을 시는 꿈꾼다. '몸을 태우고, 색을 없애고, 완전히 소멸'(같은 시) 해버리는 말의 실험. '새해가 밝, 발, 밖, 박, 았습니다.' (<백야>)라는 최재원의 '리마인드'와 함께 2022년다운 2022년을 상상해본다. 유동하는, 탈피하는, 몸의 말을 꿈꾸며.

  • 금주 다이어리
    클레어 풀리 (지은이), 허진 (옮긴이) | 복복서가 | 2021년 12월 ""이제 멈춰야 한다. 완전히 끊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회사에 들어가 30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값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보모에게 세 아이를 맡기는 일을 중단하기로 하고, 퇴사 후 전업주부가 되었다. 아이들의 숙제를 봐줄 때도, 친구를 만날 때도, 혼자일 때도 와인을 즐겨 마셨다. 어느 날 오전, 남은 와인을 '세계 최고의 엄마' 글귀가 새겨진 머그잔에 따라 마시던 그녀는 결심한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술을 끊겠다고.

    책은 애주가 클레어 풀리의 금주 과정에 관한 기록이다. 이모티콘을 꼭 말로 하는 아이를 보면 그 사랑스러움에 웃음 짓게 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멀티태스킹이 동반되어야만 하는 전업주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주를 결심한 후 자신의 지난 삶을 되짚어보며 어두운 내면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술이 좋아서, 마시고 싶어서가 아니라, 경력단절에 의한 자신감 상실, 우울증 동반, 육아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했던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는 금주를 결심한 날로부터 내면과 일상을 하나씩 세워나가는 일련의 과정, 그리고 끝내 맞이한 새로운 삶의 변화들에 대해 무척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새해 첫 달,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각오를 다진 많은 이들에게 유쾌한 자극제가 되어줄 책이다.

  •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심너울 (지은이) | 안전가옥 | 2021년 12월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심너울 장편소설"

    소설집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를 통해 하이퍼리얼리즘과 SF를 접목한 상상력을 보여준 심너울의 장편소설. 25세기 서울엔 인간이 낳은 '잉태인'과 유전자 조합으로 인공수정된 '배양인'이 계급을 이뤄 살아간다. 25세기 서울도 '돈만으로 품위와 자유를 살 수 있'(134쪽)는 곳이다. 품위를 살 수 없는 배양인은 저급한 마약인 신스를 통해 짧은 즐거움을 맛본다. 암시장에서 신스를 팔면서 '희망 한두 가지'(14쪽)에 만족하며 살아온 배양인 신록에게 어느 날 서울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잉태인이 나타나는데.

    방사능이 침범한 지상에 가까울수록 땅의 가치는 떨어진다. 땅의 문제가 품위의 문제가 여전한 25세기. 지하 1층에 사는 배양인 신록과 리원이 코란트의 부회장인 잉태인 서지아를 향해 지구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하며 스페이스 미스터리 액션이 무르익는다. 그런데 돈으로 품위를 살 수 있다면, 이 세상은 '인간'적인 걸까? 어떻게 사는 게 '인간'다운 걸까? 심너울의 재기발랄한 주인공과 함께 달리며, 이 전투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

  • 불붙은 링을 뛰어넘는 소년
    허교범 (지은이), 리페 (그림) | 아르볼 | 2021년 12월 "<스무고개 탐정> 허교범 작가의 반전 추리소설!"

    열세 살 민준은 앞집에 살고 있는 세미에게 첫눈에 반한다. 또래 같지 않은 어른스러움, 예측불가한 성격, 풍기는 분위기. 민준은 그런 세미가 자기에게 시키는 일을 모두 한다. 과자 훔쳐 오기, 반 친구에게 주먹을 날리기 같이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세미의 말이라면 하게 된다. 왜냐하면 세미는 위험에 빠져있고 민준은 그런 세미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무고개 탐정> 시리즈로 어린이 추리소설의 지평을 연 허교범 작가의 신작인 <불붙은 링을 뛰어넘는 소년>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가진 캐릭터의 향연이 이어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미, 어른답지 않은 어른과 민준의 싸움은 무엇이 진짜인지 거듭 의심하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묘사 방법은 읽기의 리듬을 선사한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될 것이다.

1.112022
  • 시소 첫번째
    김리윤, 손보미, 신이인, 안미옥, 염승숙, 이서수, 조혜은, 최은영 (지은이)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봄에는 손보미, 가을에는 최은영, 시소의 만남"

    2021년 봄부터 '시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각 계절 발표된 시와 소설을 한 편씩 선정하여 좋은 작품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봄의 시소로 선정된 시인 안미옥은 "시를 발표하고 바로 피드백을 받게 되는 경우가 흔치 않"(13쪽)아 이 프로젝트의 조명이 놀랍고 기뻤다고 말한다. 봄에는 안미옥과 손보미, 여름에는 신이인과 이서수, 가을에는 김리윤과 최은영, 겨울에는 조혜은과 염승숙이 시소의 선택을 받았다. 손보미의 여자 아이가 경험한 <해변의 피크닉>이 2021년의 봄을, 최은영의 전해지지 않을 <답신>이 2021년의 가을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이서수의 <미조의 시대>가 기억하는 2021년의 여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중증 우울증을 앓는 엄마가 쓴 시 속, '떡집에서 못 팔고 버린 떡 같은 하루'(169쪽)를 보내는 미조. 성인 웹툰을 그리는 수영 언니가 추천해준 회사에서 철 지난 압박 면접을 보고, 5천만 원으로 엄마와 둘이 살 수 있는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구로공단역이 구로디지털단지역이 되었듯 생계를 위해 가발을 만들던 젊은 여자들은 이제 생계를 위해 수영처럼 그림을 그린다. 목 디스크와 손목 디스크를 앓으며,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를 앓으며 우리가 유지하는 떡 같은 하루. "저토록 풍성한 머리숱을 유지하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188쪽) 미조의 질문과 함께 2021년의 여름의 지하철을 기억해본다.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을 보는 이들의 정수리가 어쩐지 이 소설과 함께 오래 떠오르게 될 것 같다. 시대를 기록하는 계절의 문학들. 2022년의 시소를 기대하며, 2021년을 기억하는 첫 시소를 소개한다.

  • 오늘부터 다시 스무 살입니다
    김미경, 김미숙, 김민정, 김빛난, 김정민, 김정옥, 김현정, 도현주, 리키마루 사치코, 박경민, 박설희, 박재호, 서지은, 손서윤, 신민경, 안송이, 안영진, 엄선영, 엄수진, 이상주, 이선영, 이성희, 이은미, 이은선, 이현수, 임이랑, 정미선, 정숙영, 정애라, 조미정, 한정훈 (지은이) | 블루웨일 | 2022년 1월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일 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꿈과 희망에 가득찬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과 함께. 반대로 다 큰 성인들에게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뭐부터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로또 1등에 당첨되겠다 아니면 삼성전자 주식에 올인하겠다 같은 답부터 듣기 쉽다. 농담 섞인 이야기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가 꾸준히 열정을 잃어 가는 것은, 요즘은 물론 코로나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이 탓일 가능성이 크다.

    동기부여 전문가인 스타강사 김미경은 그래서 '열정대학'을 설립하고 학장이 되었다. 사람들이 잃어버렸던 꿈을 되찾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입학생들은 30대부터 환갑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이다.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스무 살 때보다 더 스무 살처럼 살게 되었다고. 지금 당장 시작할 용기가 없다면, 이 30명의 진솔한 이야기가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 미식가의 어원 사전
    앨버트 잭 (지은이), 정은지 (옮긴이) | 윌북 | 2022년 1월 "음식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들"

    이 책을 읽으면 카르보나라가, 페스토가, 피자가 어떤 단어로부터 왔는지 알 수 있다. 딤섬도, 춘권도, 핫도그도. 어떤 역사를 가진 음식이며 어떤 맥락에서 이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어색한 식사 자리에서 땀 흘리며 스몰토크 주제를 고민했던 날들과는 이제 안녕이다.

    책은 아침 식사로 시작해 저녁 식사의 마지막 코스까지 풀코스로 요리들에 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차려 놓는다. 익숙한 이름부터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름까지, 이 요리들의 위로 문화사와 정치사가 휙휙 날아다닌다. 거창하지 않지만 핵심적인 정보들이 빼곡하다. 미각을 자극하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앞으로의 인생에 남은 식탁들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 같다.

  • 옥춘당
    고정순 (지은이)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사탕처럼 예뻤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색동옷을 닮은 알록달록한 빛깔의 동글동글한 사탕, 옥춘당. 제사상에서만 볼 수 있는 옥춘당을 가만히 입 안에 넣으면, 그립고도 소중한 사람이 떠오른다. '나'에게도 옥춘당에 얽힌 아련한 추억이 있다. 언제나 가장 예쁜 옥춘당을 골라 할머니에게 주던 할아버지. 항상 두 손을 꼭 잡고, 소소한 말에도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던 다정한 두 사람을 기억한다. 우리 곁에 머무르다 사라졌지만, 언제까지나 남아있는 것들에 대하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다양성 만화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

1.142022
  • 차트의 유혹
    오성주 (지은이)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월 "의식적인 뇌 vs 습관적인 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안 볼 방법이 마땅치 않다. 포털 증권란이든 증권사 앱이든 차트는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좋다, 참고만 해야겠다. 1주, 3개월, 1년, 3년, 5년, 10년 차트를 빠짐없이 확인한다. 이왕 본 김에 20일, 240일 이동평균선도 살펴본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 대략의 추세가 보인다. 일종의 착시다. 최근 주식심리학 강의를 개설한 서울대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에 따르면 그것은 선형성에 의존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착시의 핵심은 우리가 그것이 착시인 것을 알면서도 피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의 많은 실패 요인이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의식적 판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동화된 지각시스템이 차트를 읽어 버린다. 그 무엇도 내일의 주가를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모두가 차트를 판단의 근거로 삼다보니 매매 패턴이 차트에 종속되기 십상이다. 알면서도 당하는 셈이다. 세력들은 차트를 드라마로 만들 힘이 있기 때문에 당하는 것은 늘 우리 개인들이다. 차트가 주요한 참고 사항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우리의 의존도다. 차트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만 지각심리학적 오류를 아는 만큼만 가능한 일이겠다.

  • 영원히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 (지은이), 이지민 (옮긴이) | 윌북 | 2022년 1월 "시처럼 흐르는 삶의 조각들"

    2021년 12월 사울 레이터의 삶을 다룬 영화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가 국내 개봉했다. 피크닉에서도 12월부터 <사울 레이터: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라는 제목의 회고전이 열린다. 우리는 왜 이 작가의 사진을 사랑하는 걸까. 영화 <캐롤>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 사울 레이터의 풍경들, 안개가 끼고 비가 오고, 창문이 젖은 풍경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본다.

    "거리는 발레와도 같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60쪽)라고 사울 레이터는 말했다. 사울레이터가 '증언(함께 실린 에세이에 오타케 아키코는 "삶은 증언하는 과정이다"(293쪽)라는 말과 함께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묘사한다.)'하는 뉴욕의 겨울. 거리를 들여다보던 눈으로 그 자신을 들여다 본다. 내밀한 자화상을 포함해 사울 레이터의 미발표 유작이 함께 실려, 사울 레이터의 팬을 흡족케 할 것이다.

  •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마크 라이너스 (지은이), 김아림 (옮긴이)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6도의 멸종> 이후 15년, 현실이 된 붕괴"

    15년 전 출간된 <6도의 멸종>에서 예상한 기후 재난 시나리오가 낭설로 밝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후에 관한 수백 편의 논문을 분석하고 정리하여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의 내용은, 불행하게도 15년 동안 하나하나씩 착착 들어맞고 있다. 걱정했던 일들은 현실이 되어있고 심지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막지 않는다면 이후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대재난 또한 모두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터질 것이다.

    15년이 지나 한국어판 서문을 포함하여 전면 개정판이 나온 이유는 긴박한 최종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을 펴면 제일 먼저 나오는 한국어판 서문의 첫 문장을 읽고 몸이 얼어붙었다. "어떤 면에서, 2021년이라는 시점에 쓰는 글은 기후문제에 대한 최후의 낙관론일지도 모른다." 여러 데이터들이 이미 많이 늦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더 이상 이 명확한 신호들을 무시하지 않고 기온의 상승을 막아선다면,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면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 책은 희망을 향한 싸움에 동참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건넨다.

  • 존버씨의 죽음
    김영선 (지은이) | 오월의봄 | 2022년 1월 "일하다 죽는 사회에 대해"

    "걔 요즘 일이 죽을 만큼 힘들대."에서 '죽을 만큼'이 과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안다. 매일 새벽 서너시에 좀비 같은 모습으로 택시를 타고 퇴근한다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마다 심장이 아프다는, 회사만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눈물이 흐른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제발 밥이라도 잘 먹고 몸 챙기라는 공허한 말이 진심으로 올라올 때, 우리는 일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과로죽음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과로죽음이 개별적 사건이 되어 눈앞에 일어났을 때 이 사회의 눈은 구조적 모순까지 닿지 못하고 개인의 비극을 형식적으로 가엾게 여기는 데 머무를까. 사회학자 김영선은 죽음과 업무 사이의 연결고리를 떼어놓는 언어, 담론, 장치, 권력을 지적하며 이 사이를 다시 촘촘히 이어가는 작업을 한다.

    책은 여러 과로죽음의 케이스를 다루며 일터가 사회적 살인의 장소가 되어버린 현실을 분석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과로가 더해진 경쟁적 성과 체제라는 구조를 지적하며 이 구조 속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살핀다. '과로죽음', '과로자살'이라는 말은 우리에겐 아직 낯선데, 저자는 노동자들이 과로로 죽는 현상에 대한 언어와 개념의 부재가 이 문제에 대한 본질적 논의를 어렵게 만든다고 말하며 사회적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로 인한 병과 죽음의 책임까지 개인이 떠맡지 않기 위해서는 이 주제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최면에 취해 엉터리 주문들을 내면화하며 죽어가는 우리 삶 앞에 놓인 시급한 문제다.

1.182022
  • 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은이) | 문학동네 | 2022년 1월 "은희경이라는 지도 위에 찍힌 좌표"

    은희경의 소설에서 우리는 대체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을 발견한다.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고 말했던 <새의 선물> 속 진희처럼,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속 현주는 뉴욕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놓여있을 때 "질문을 던져 정면 돌파를 하기보다는 혼자의 짐작으로 그럭저럭 문제를 풀어나가는"(149쪽) 것을 택한다. 나를 들여다보는 나. 우리는 때론 은희경의 인물들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상대방을 '왜곡'하고, 상황을 냉소하며 나 자신을 투과하는 눈. 스스로가 '독선적 진지함'(작가의 말)이라고 말하는 은희경적인 사람들의 일면이 여행을 만난다면.

    은희경의 뉴욕-여행자 4부작. 오랜 친구의 뉴욕 집에서 짧게 머물기로 한 '승아'에게 친구의 집은 상상보다 남루하고, 오랜 우정은 생각보다 얄팍하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이혼을 하고 홀로 뉴욕에서 어학수업을 듣는 마흔여섯의 내겐 같은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보다 인종도, 언어도, 성별도 다른 '마마두'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연극을 쓰기 위해 짧은 뉴욕 생활중인 현주는 영어에 적극적이지 않은 자신에게 점차 흥미를 잃는 '로언'의 무관심을 느끼고,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오십대의 소설가인 '나'는 뉴욕에서 열릴 문학 행사에 동행한 팔십대의 어머니에게서 그간의 그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아연해진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 타인의 색다름을 발견하고, 실망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의 경험. 하지만 기꺼이 이 왜곡을 받아들이는 이들, 그들에게 있어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135쪽) 매 여행이 유쾌하지만은 않았음을 기억하면서도 우리는 다시 떠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은희경이라는 지도 위에, 가장 정확한 내가 좌표처럼 놓여있는 것을 알기에.

  • 밀레니얼 사회주의 선언
    네이선 로빈슨 (지은이), 안규남 (옮긴이) | 동녘 | 2021년 12월 "이 세상이 어딘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

    자본주의라는 단어에서 기회가 연상되던 시대는 슬쩍 저물어버렸다. 노동하는 빈자는 점점 가난해지고 돈이 대신 일하게 하는 자본가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을 축적하는 시대. 사람이 소외된 자본주의의 구조가 구석구석 드러난 지금에, 자본주의와 위기를 연결시키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88년생 밀레니얼 세대 청년인 저자는 더 이상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는 자본주의에서 하차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그는 우리가 새롭게 올라타야 할 체제가 왜 사회주의인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저자는 사회주의라는 단어에 덮인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걷어내면 인간적인 삶이 가능한 이상적 세계가 보인다고 말한다. 인간의 목숨이 돈보다 가볍지 않은 세계, 상품의 실질적 가치를 훨씬 웃도는 이상한 가격표가 없는 세계, 탐욕과 편견, 불평등과 위계질서가 없는 세계. 저자는 자본주의의 반대편에 위치하는 사회주의의 역사적 흐름을 톺아보고 가능한 현실적 변화를 짚어낸다. 더불어 사회주의에 냉소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그간 사회주의자들이 이루어낸 변화를 꼼꼼하게 제시한다.

    "독자를 설득하고 독자가 계속 책을 읽고 싶게 할 만큼 재미있게 쓰는 것"이 자신의 일임을 정확히 알고 있는 만큼 글은 논리와 더불어 재치와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희망을 품은 글 특유의 활기를 뿜는 책이다. 놈 촘스키가 "대단히 가치 있는 사회적 헌신"이라는 말로 추천했다.

  •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조해진 (지은이), 곽지선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1월 "세계의 귀퉁이에서, 조해진 X SF X 짧은 소설"

    넷플릭스에 최근 공개된 애덤 맥케이의 영화 <돈 룩 업>. 지구를 부수고 말 혜성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 영화에는 최초로 혜성을 발견한 대학원생과 교수, 여성 대통령과 초 거대 IT 기업의 경영자가 등장한다. 조해진의 소설에서 X가 지구를 향해 다가온다면 어떨까. 어쩐지 조해진의 소설이라면 지구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거대 기업가의 야심 따위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듯하다. 조해진의 짧은소설 속 이야기, 행성 X가 지구에 충돌할 확률은 (어정쩡하게도) 25%이다. 어떤 사람은 충돌에 대한 공포를 견디지 못해 삶을 버리고, 어떤 사람은 충돌하지 않을 시의 일상의 혼란을 감수할 자신이 없어 매일 출근을 한다. 7년 전 헤어진 연인 이경과 현석은 이 충돌을 앞두고 재회한다. 한 때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감독을 꿈꾸던 이들이 사무직 노동자가 되고 장례지도사가 되어 기다리고 있는 행성 X. 26일이 남았다.

    사회의 중심부 바깥, 저 너머의 희미한 빛을 보던 조해진의 상상이 짧은 소설을 만나 SF의 옷을 입었다. 세계가 무너질 때에도 틀림없이 귀퉁이가 있을 터, 작가는 마지막 날을 상상하면서도 그 부스러기를 본다. 작가가 2008년 발표했던 소설을 보완하거나 (<CLOSED>), 2016년 발표한 짧은 소설에 작가의 다른 소설의 모티프를 더하는 등 (<상자>) 오랜 시간 작가 안에 머물렀을 이야기들이 무르익어 조심스러운 기척으로 말을 건넨다.

  • 지구에서 가장 큰 발자국
    롭 시어스 (지은이), 톰 시어스 (그림), 박규리 (옮긴이) | 비룡소 | 2022년 1월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60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행운이야'라는 노래를 부르던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지구의 전체 인구는 80억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인구 과잉으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이 책은 재치 넘치는 상상력에서 시작한다. 80억 명의 인간이 1명의 거인이라면 어떻게 될까? 키는 3킬로미터, 몸무게는 3억 9천만 톤에 이르는 거인은 3시간 만에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홍해에서 반신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4천 마리밖에 남지 않은 야생 호랑이들을 뭉쳐 대왕 호랑이를 만들더라도 이 호랑이는 거인의 엄지손톱에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맣다.

    지구 상에 남은 기린, 코끼리, 호랑이, 코알라 같은 야생동물은 합쳐도 거인만큼 크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에서 제일 큰 존재인 것마냥 큰 발로 온갖 곳을 뛰어다니는 '거인'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지구에는 인간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212022
  •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제4의 벽 에디션 세트 - 전8권
    싱숑 (지은이) | 비채 | 2022년 1월 "웹소설의 현재진행형 레전드, 출간"

    10년간 연재된 3149화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이하 멸살법)을 끝까지 읽은 단 한명의 독자가 있다. 왕따를 당하던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기업 계열사의 계약직 직원이 된 지금까지 함께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스크롤하며, 김독자의 마음엔 한 세계가 끝나가는 허탈한 마음과 그 세계의 결말을 보게 되었다는 충만감이 교차한다. 평소와 다를 게 없던 퇴근길, 지하철의 앞쪽 칸에서 번쩍이는 빛을 감지한 순간 지하철에서 웹소설 읽기가 취미인 김독자의 인생은 일순간 장르가 바뀐다. '도깨비'가 출현했으며 소설 '멸살법'의 세계로 점프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이 세계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독자'로서, 김독자는 메인 시나리오 속으로 뛰어든다.

    전지적 독자 시점, 일명 <전독시>에 대한 풍문은 익히 들었다. 무료한 명절 연휴, 특정 편까지 무료라는 '전독시'의 광고를 클릭한 것이 내겐 시작이었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사건의 연속, 김독자, 유상아, 유중혁, 이지혜 등 매력적인 인물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세계와 싸워나가는 태도. 웹소설의 문법에 익숙지 않은 내겐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네이버 시리즈’ 누적 다운로드 1억, ‘네이버’ 수요 웹툰 1위 <전지적 독자 시점>의 원작. 웹소설의 현재진행형 레전드가 마침내 단행본으로 엮여 Part 1으로 독자를 찾았다.

  •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
    기욤 뮈소 (지은이), 양영란 (옮긴이) | 밝은세상 | 2022년 1월 "스릴러로 돌아온 기욤 뮈소!"

    안개가 자욱한 밤, 프랑스 파리 센 강의 퐁뇌프 다리 부근에서 투신한 한 여성이 구조된다. 경찰이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해 기억 상실로 추정되는 그는 구급차로 이송되던 중 몰래 탈출한다. 남아있던 몇 가닥의 머리카락으로 시행된 DNA 검사의 결과지는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밀어넣는다.

    도망친 여인과 일 년 전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독일 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밀레나 베르그만이 동일인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여성이 차고 있던 고급 시계와 독특한 담쟁이덩굴 모양의 문신을 단서로 수사 범위를 좁혀나가고, 밀레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소설가 라파엘 바타유에게서 충격적인 목격담을 전해듣는데… 센 강의 데스마스크 전설과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가 녹아든 강렬한 스릴러.

  • 나는 짧게 일하고 길게 번다
    레이철 리처즈 (지은이), 최지희 (옮긴이) | 토네이도 | 2022년 1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쓰기 위해"

    얼마가 있으면 조기 은퇴가 가능할까?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선 얼마를 모아야 하는가? 30억? 100억? 은퇴 시점에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는 자산 규모와 수익률을 계산해 주는 사이트의 도움도 받아 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직장인의 평범한 월급으로는 절대 그 목표 금액을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안 쓰고 다 모으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절약의 한계는 분명하다. 저자는 노후의 자유를 위해 젊음을 희생하고 싶진 않았다고 말한다. 절약해야 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것. 욜로를 포기할 수 없는 우리에겐 월급 이외의 수입이 절실하다.

    모두가 주식 투자에 나선 것도 사실 그 때문이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에서 금융 소득에 대한 내용은 일부에 불과하다. 주식말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우리가 그렇게 벌 수 있는 돈들을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이라 부르며, 27가지 돈 버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그에 앞서 각자 열정을 느끼는 분야가 무엇인지, 자신의 강점과 경쟁력은 무엇이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볼 것을 주문한다. 수동적 소득을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함은 물론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김종진 (지은이) | 롤러코스터 | 2022년 1월 "지금 이곳의 노동 문제"

    N잡러 같은 신조어가 익숙해질 정도로 노동 환경이 달라졌다. 쿠팡맨, 배민 라이더스는 10년 전엔 세상에 없는 직업이었다.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동안 노동자가 보호받는 권리엔 구멍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가 처한 급박한 현실에 비해 법과 기업의 인식 변화는 한없이 느리기 때문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을 연결하는 일을 해온 저자 김종진은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의 상황을 살핀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한 형태의 노동이다. 그는 방송사 비정규 노동자, 학생 인턴, 택배 기사, 청소 노동자, 경비원 등 합법적으로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며 해결 방안을 살핀다. 한 편 한 편의 글이 길지 않은 분량에 잘 정리되어 간결하게 읽히는데, 모아보면 현재 한국의 노동 환경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 소비자의 삶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는 동안 한국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오래전 환경에 상태에 묶여있다. 멈춘 시간을 흐르게 하는 법, 별다른 도리 없이 직접 애써서 걸어야만 한다. 이 책이 우리의 현재 위치를 표시한 지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1.252022
  • 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82년생 김지영> 조남주가 톺아본 지금, 여기

    한국의 100만 독자를 넘어 대만, 일본 등의 세계 독자가 함께 읽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대중적으로 소구된 된 것은 '김지영 씨'의 계급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씨는 대학 교육을 받았고, 경제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으며, 남편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도 크게 악하지 않다. 우리 대부분은 김지영 씨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다. 조남주의 소설은 질문한다. 그런데, 그런 김지영 씨마저 행복하지 않다면, 누가 행복할 수 있지?

    아파트 카페의 게시글. '서영동' 봄날아빠는 질문한다. 도대체 서영동이 용산보다 부족한 게 뭐냐고. 2016년 그는 은라 대림 2차와 서영동 동아 1차 중 고민하다 서영동 동아 1차를 매수했고, 은라 대림이 2년 간 1억 이상 오르는 동안 서영동의 집값은 그대로였다. 서울 시내에 보유한 자가 아파트가 있는데도 왜 봄날 아빠의 글엔 분노가 묻어나는가? (2018년 시점의 글이므로 이후 '봄날아빠'는 필시 경제적으로 큰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라이딩'하는 은주, 아파트 거래로 이득을 본 아빠를 주인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는 보미, 서영동에서 대형 학원을 운영하는 경화, 15억대 집을 소유한 희진. 소설 속 대부분의 인물은 다른 이가 갖길 원하는 뭔가를 갖고 있다. 이 서영동 사람들마저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행복할 수 있을까? 조남주의 소설은 바로 이 지점을 질문한다. 2022년 1월 25일의 코스피 지수는 2720으로 마감되었다. '빚투'와 '영끌'이 낯설지 않은 지금, 여기의 방식은 지속될 수 있을까. 서영동 사람들을 가가호호 방문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조남주의 방식을 따라 우리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제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뱉을 차례다.

  • 돈의 흐름에 올라타라
    홍춘욱 (지은이) | 스마트북스 | 2022년 1월 "시장의 출렁임에 흔들리지 않는 법"

    훌륭한 서퍼는 파도를 읽는 눈이 남다르다. 파도를 고를 줄 알다 보니 좋은 파도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어색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투자자는 시장의 출렁임을 읽어 내야 한다는 점에서 서퍼와 비슷하다. 그러나 바다만 보이면 뛰어들고 싶은 것이 많은 투자자들의 마음이다. 결과는 어떤가. 파도에 올라타는가 싶다가도 금세 바다에 빠지기 일쑤다. 서퍼는 그렇게 바닷물을 먹으며 단련된다지만, 투자자는 치뤄야 하는 수업료가 너무 비싸다. 출렁임이 거세진 지금, 투자자들은 더욱 궁금할 수밖에 없다. 투자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올라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러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에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이 답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탑-다운 투자 전략에 대해서 심도 있게 살펴본다. 시장의 거시적인 흐름을 읽을 줄 알면 그 출렁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황을 관망하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코스피가 2800선이 무너지며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급락한 나스닥에서 서학개미들이 2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는 뉴스들 앞에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하는지 더 늦기 전에 뛰어내려야 하는지 혼란스럽다면, 책의 내용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을 것이다.

  •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김원아 (지은이),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어려운 인간관계, 슬기롭게 말하는 방법!"

    학교는 작지만 모든 세계다. 단짝 친구와 어색해지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싫은 일도 해야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거짓말,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친구들끼리 할 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상황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그러지 말걸!", "그때 이렇게 말할걸!" 후회하고야 만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학교 세계를 관찰해 62가지 상황을 뽑아내고 해결책을 제안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이에 알맞은 대처법을 살펴보면서 실수는 줄이고 경험치는 쌓을 수 있다. 나아가 남에게 상처 주지 않고 말하는 법이나 나를 보호하는 말하기에 대해 연습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의 세계를 헤아려야 하는 양육자도 함께 보면 좋을 책.

  • 젊고 아픈 여자들
    미셸 렌트 허슈 (지은이), 정은주 (옮긴이) | 마티 | 2022년 1월 "젊고 아픈 여자들은 어떤 현실을 겪어내는가"

    사회가 젊음에게 요구하는 이미지는 몇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생기, 낙관, 탄력, 매끄러움. 여성이라면 여기에서 더 압박스러운 몇몇 형용사가 추가된다. 부끄러운듯한 생기, 부담스럽지 않은 낙관, 공격적이지 않은 탄력, 부드러운 매끄러움. 나이와 질병엔 인과관계가 없지만 젊은 여성에 대한 이런 촘촘한 이미지는 실제로 존재하는 질병을 가뿐히 인식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저자 미셸 렌트 허슈는 20대에 여러 건강 문제를 겪었다. 고관절 수술, 라임병, 감상생암, 아나필릭시스 증상, 노인성 속쓰림, 비만세포 활성화 증후군... 이 질병들과 함께 사는 동안 그는 거대한 사회적 차별과 압박의 벽을 마주했다. 연애 상대를 만날 때, 회사를 다닐 때, 병원에 갈 때, 그는 젊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아픈 상태와 결합되면 어떤 문제적 상황이 생기는지 실감하고 그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기록했다.

    가슴에 남은 심장 수술 흉터로 인해 데이트 상대로부터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증상을 얘기했을 때 의사로부터 꾀병이 아니냐는 답변을 듣고,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걷다 초면의 남성으로부터 심한 욕설을 듣는 일들은 젊고 아픈 여성들의 삶이 예상보다 훨씬 궁지에 몰려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자가 인터뷰이들과 같은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끌어낼 수 있었던 솔직하고 심도 깊은 이 이야기들은 아픔의 구체성을 보여준다. 숨어있던 삶들의 생생한 일면을 담은 책이다.

1.282022
  • 다섯 번째 감각
    김보영 (지은이) | 아작 | 2022년 2월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

    가끔 같은 판, 같은 쇄의 책을 산다는 게 같은 시기 이 책을 함께 구매한/할 천 명 내외의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는 일로 느껴진다. (책이 절판되는 사무적인 이유는 많고 많지만) 찾는 사람의 시간과 책이 살아있는 시간이 어긋날 때, 책은 시장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버린 책을 놓쳐본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여타의 사정으로 아주 오래 유통되지 않은 김보영의 초기 소설집이 다시 우정의 항해를 시작한다. 12년 만에 복간된 이야기. 봉준호 감독 추천, 전미도서상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던 두 권의 소설집,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에 실렸던 소설을 개고해 다시 엮었다.

    "내 상태는 나의 일부다. 바꿀 마음이 들지 않는구나."(9쪽) 첫 단편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의 첫 장만 읽어도 충분하다. 왜 모든 병이 치료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김보영의 눈으로 다른 감각을 일깨워본다. 다시 책이 유통되어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을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나는 내가 쓴 문장을 다시 읽어본다. 저 문장이 어떻게 다가갈까?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겐, 책을 살 수 없는 사람에겐, 사람이 아닌 존재에겐... '김보영은 인간의 경험에 대해 장르를 바꾸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말대로 김보영의 소설을 읽으면 (청인인 나는) 소리를 듣는다는 게 새삼스러워지고, 내 발 아래 지표면이 있다는 게 낯설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어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 기쁘다. 김보영의 좋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 초판 1쇄, 그 이후 2쇄, 3쇄를 함께 읽으며 김보영 소설의 멋짐에 대해 이별하지 않고 계속 이야기하고 싶다.

  • 메타버스 사피엔스
    김대식 (지은이) | 동아시아 | 2022년 1월 "김대식, 디지털 대항해 시대의 인류"

    작년 한 해 가장 뜨거웠던 키워드 중 하나는 '메타버스'일 것이다. 아직 품 안에 익숙하게 안기는 개념은 아니지만 메타버스가 앞으로 우리 앞에 열릴 새로운 차원의 거대한 세계라는 데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인류의 역사를 바꿀 이 플랫폼 앞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대비를 해야 인식의 혼란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김대식 교수가 메타버스 시대 앞의 인류에게 필요한 질문과 대답을 준비했다.

    책은 인간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가상 세계는 우리에게 어떻게 실제 현실처럼 다가오는가, 인공지능은 어떻게 가상 현실을 만들어내는가, 우리의 정체성은 어째서 디지털 현실로 확장될 수 있는가 등 뇌과학, 컴퓨터과학, 인류학을 가로지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대식 교수의 실제 강연을 갈무리한 내용이기에 독자의 집중력을 잃게 하지 않는 선에서 흥미롭게 읽힌다. 곧 강연도 공개될 예정이니, 독서 전후로 강연을 듣는다면 더욱 확실한 이해가 될 것이다. 미래 앞에 선 인류를 위한 최소한의 교양으로 추천한다.

  • 바다 인류
    주경철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바다의 기억, 바다의 상상"

    바다가 또 위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흑해의 파도마저 숨죽이는 상황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놓인 동중국해는 또 어떤가. 필리핀과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석유나 생선 같은 자원도 자원이지만 인류가 바다를 두고 이렇게 극성인 까닭은 바다가 곧 길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가 막혀 전 세계가 물류 대란을 겪었던 것이 불과 1년 전 일이다. 인류가 해로를 개척하고 항해에 나선 이후부터 세상은 더욱 긴밀하게 엮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말한다. 바다의 역사는 곧 소통의 역사라고. 이참에 그는 인류사 전체를 바다의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 보기로 결심한다.

    인간이 처음 의도적 항해를 나선 때부터 오늘에 이르는 이 장대한 여정이 그 결과다. 그는 책 말미에 가서는 미래학자로 빙의하여 인류가 직면한 바다의 난제와 희망을 함께 살펴본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듯 말이다. 인류의 지난 바다를 기억하고, 다가올 바다를 상상하기에 그만큼 적격인 저자가 또 있을까. 그는 이 책이 팬데믹 속에 안식년을 맞이한 탓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 그의 바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이 '가택연금'의 성과가 무척 반갑다. 그러나 독자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 이 사태가 못마땅하다. 방방곡곡,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읽을 그날을 고대해 본다.

  •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김민하 (지은이) | 이데아 | 2022년 1월 "왜 변하지 않는가"

    대통령을 탄핵한 한국의 촛불 민주주의를 두고 외신들은 경이로운 눈길을 보냈다. 한국의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한 찬사가 어렵지 않게 들려왔다. 하지만 글쎄, 왜 정치 이야기에 차라리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이들은 점점 늘어날까.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말 앞에서 우린 낯 뜨거워질까. 변화는 요원해 보이고 현실은 영원히 반복되는 굴레 안에 갇혀버린 것 같다. 정치, 사회 평론가 김민하는 우리가 처한 현실 정치의 문제의 핵심을 '반대'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그는 한국의 정치가 오로지 상대에 대한 반대만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서 문제를 찾는다. 진보 정당도 보수 정당도,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향한 철학과 의지에 의해 의제를 설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반대가 논의의 출발이자 목적이기 때문에 발전 없는 반복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반대의 구조 안에서는 유권자의 투표도 주체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김민하는 미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을 살피며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한다.

    간명한 문장들로 쓰인 이 책은 구체적 사건들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지점들을 세밀하게 짚으며 반대의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한다. 정치적 내집단, 외집단을 칼같이 구분하여 서로를 적대하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이들이 현재의 상황을 명료하게 정리하여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