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이 7년 만의 산문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 사이 작가도 독자도 조금씩 나이를 먹었다.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겪었고, 함께 코로나를 지나왔으며, 이제는 AI와 말을 주고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김애란은 그 시간을 생활인으로, 소설가로, 한 사람의 동시대인으로 지나오며 자신에게 남은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자꾸만 내가 지나온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김애란의 산문을 오래 기다렸다는 것은 어쩌면, 그가 우리의 시간을 어떤 문장으로 바라보았을지 기다렸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전보다 그저 나이를 좀더 먹었을 뿐인데 몇몇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느라 문득 말이 줄고 눈이 깊어졌을” 독자를 떠올리며 쓴 문장들은 여전히 정확한 곳에 가닿는다. 문학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묻는다면, 이제는 김애란의 말을 빌려 답하고 싶다. “삶의 어려움을 겪을 때 우리는 문학의 언어에 자주 기댔고, 그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김애란의 문장도 오래 그렇게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마음의 말을 건네고, 때로는 내가 보지 못한 타인의 자리까지 바라보게 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떤 시간을 지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시간을 김애란과 함께 건너며, 그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다시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훗날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 그때 우리의 삶과 마음이 어떠했는지 적어둔 문장이 곁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문장을 쓰는 사람이 김애란이라는 것. 김애란의 시대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기쁘다. 다시 그의 문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되어도 좋을 만큼.
- 알라딘 에세이 MD 박진희
이 책의 한 문장
밥과 꿈이 번번이 우리 손에서 미끄러져 나갈 때, 낯설게 얼굴을 바꿀 때 그 간극을 관리하고 메우는 사유와 언어를 갖는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이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기술을 익히는 일 말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20년대의 어느 여름, 영국의 젊은 기자 조지프 애들레이드는 한 통의 편지를 움켜쥔 채 프랑스 남부의 낯선 시골 마을에 도착했다. 살아있는 전설이자 은둔 화가인 에두아르 타르튀프를 취재하기 위해, 망설임 끝에 보낸 편지에 돌아온 답장은 단 한 마디였다. “Venez.” (오라.) 내셔널갤러리와 소더비 경매장의 금박 액자 속에서만 보았던 화가의 서명이 휘갈겨진 그 짧은 회신을 품고 조지프는 곧바로 프랑스로 향했다. 하지만 기차도 닿지 않는 프로방스의 깊은 시골에서 찾아간 대가의 작업실에서, 조지프의 앞에 나타난 타르튀프는 그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그를 매몰차게 쫓아내려 했다. 그때 등장한 화가의 조카 에티가 조지프를 "새 그림의 모델"이라고 둘러대고, 이에 화가는 그가 모델이 되어 준다는 조건 아래 함께 지내기를 허락한다. 그리하여 괴팍한 은둔 화가와 그의 조카딸, 그리고 이방인 기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출간과 동시에 영미권 출판 시장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무서운 기세로 화제의 중심에 선 소설. 영국 최대 규모의 서점인 워터스톤스에서 ‘올해의 데뷔작’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역대 수상작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거장 화가의 은둔 저택이라는 공간 속에서 겹겹이 쌓인 비밀과 얽히고설킨 욕망이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는 완벽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초고를 읽은 9명의 에이전트가 소설의 판권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 억대의 선인세와 두 권의 출간 계약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면서 “비상식적일 정도로 과감한 계약 사례”라고 보도되기도 했던 화제작.
- 알라딘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도망치고 싶다. 찬란하게 빛나며 세상 속으로 분출되어 나가고 싶다. 세상의 온갖 눈부신 질감을 손끝으로 느끼고 싶다. 세상을 움켜쥐고 손바닥 안에 둔 채 절대 놓아주고 싶지 않다. 삶을 맛보고 깨물고 싶다.
<너의 퀴즈>, <거짓과 정전> 의 저자 오가와 사토시가 알려주는 소설 작법. 일본에서 출간 4개월 만에 1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다. 이렇게 단기간 내에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이 무엇인고 하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술술 읽히는 내용이다. 오가와 사토시는 젠체 없이 자신이 깨달은 소설 작법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창작자로서 염두에 두어야 할 지점들을 마치 말하듯 매끄럽게 풀어낸다.
이것들은 '원칙' 같은 딱딱한 이야기라기보단 주로 어떤 '감'으로 이해해야 하는 유연한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사토시가 말한 내용을 내 글에 그대로 적용해 보자'와 같은 감상을 가지긴 어렵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마음에 담아두고 창작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소설 사고'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창작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움받을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 책. 정세랑, 김초엽 작가가 추천했다. - 알라딘 인문 MD 김경영
추천의 글
오가와 사토시를 알게 된 이후로 줄곧 주목하고 있다. 드물게 진한 오로라를,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설표를 주목하듯이. 만약 당신의 글이 “뭔가 낯선 색깔인데?” 하는 평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이 이 책을 통과하며 명료해지면 그다음에 쓸 것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일지 모른다. - 정세랑 작가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의 윤여림 작가가 쓰고, 독창적인 그림 작업뿐 아니라 글 작업도 꾸준히 해온 소복이 작가가 그린 <코끼리 고모부>는, 어린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티 없이 맑은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아홉 살 하나의 눈에 고모부는 우람한 코끼리로 보인다. 우연히 고모부와 시간을 보내게 된 하나는 고모부에게 땅콩죽을 끓여주고, 함께 진흙 놀이를 하고, 나비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모부에게 감춰진 슬픔의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
편견 없이 고모부를 바라보고 대하는 하나, 고모부가 코끼리라는 하나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응원하는 친구 찬기, 그리고 무겁고 크고 아팠던 코끼리에서 가볍고 작고 하얀 나비로 변신하는 고모부의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펼쳐진다.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슬픔을 무겁지 않게 그려내며, 순백의 목련꽃 사이를 날아가는 하얀 나비처럼 눈과 마음을 정화해주는 그림책이다.
- 알라딘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당신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제대로 보고 있나요? 하나에서 친구 찬기로 이어지는 앎과 이해, 공감은 쓸쓸할 뻔했던 고모부의 죽음을 그야말로 ‘멋진!’ 일로 만들어 버립니다. 당신과 나의 코끼리 고모부는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는 그를 제대로 보고 있을까요? - 송수연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