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토끼 식당은 맛있는 요리와 신기한 효능으로 유명하지만, 아무나 맛볼 수는 없다. 아주 섬세한 달토끼들이 마음에 드는 요리가 완성된 날에만 손님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매일 진귀한 재료를 찾아 길을 나서는 달토끼들. 첩첩산중을 헤매던 중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구멍을 발견하고, 오랜시간 정성껏 달여 '구멍청'을 완성한다. 늦은 밤,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던 달토끼들의 식당 문을 빼꼼 연 이가 있었다. 곰돌이 인형이었다.
아기 주인 곁에서 자장가를 들으며 한창 꿈나라에 있어야 할 곰돌이가 어쩐 일일까. 엉킨 털에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이는 곰돌이를 위해 달토끼들은 귀한 구멍청을 내어놓는다. "삶에서 한 번쯤 만나는 구멍을 애써 피하지 않고, 다정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때로는 작은 해소로, 따뜻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장을 덮고 나면 지친 하루의 끝에 달토끼 식당에 들러 곰돌이와 함께 가만히 앉아있고 싶어진다. 노란 불빛 아래 따끈한 차를 홀짝이면서. 일상을 살아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생겨버린 깊은 구멍. 그 공허를 다독이며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그림책.
- 유아 MD 권벼리
<행성어 서점>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우리는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의심해야 한다.
<모래 이야기>에서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그림처럼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모래'는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그림이 영원히 그때의 그 그림일까. '아주 긴 시간 속에서는 물감을 이루는 알갱이들이 계속 움직이고 움직여서, 결국 그림의 색과 형태도 천천히 변해가지.'(24쪽) 갈색 정령의 목소리는 소설 너머 독자에게 전해진다. 소설 너머에서 우리는 함께 고정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있는지, 안과 밖의 경계가 그토록 선명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 의심이야말로 김초엽의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이다. 쓰레기더미에서 갑자기 생겨나 도시의 시스템이라는 효율에 달라붙는 '해파리'.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지닌 '골렘'. 이 존재들은 존재하는 것으로 불편을 야기하고, 이 불편은 왜 우리가 불편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은 개인방송의 인플루언서, 인터넷 게시판의 문법을 차용해 질문을 던진다. 게시판 이용자는 '그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닿았다 하면 다 쓸모가 없어진다고, 게을러지고 바닥에 드러눕는다고.'(64쪽) 불평한다. 다른 이용자는 해파리는 그냥 잠깐 존재할 뿐이라고. 해파리가 도시를 망친다는 시스템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모든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해파리는 목적도 쓸모도 없이 퍼져나간다. '당신의 의식 체계에 아주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69쪽) 이것은 해파리가, 김초엽의 소설이 하는 일이다. 해파리들이 유영하면서 흩뿌리는 보라색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급진적이다. 김초엽의 소설은 멈춰선 당신을, 의심하는 당신을 마침내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 하지만 능력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라면, 무엇도 할 수 없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는데? 이 해파리들은, 아무런 기능이 없어. 능력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그냥 위아래로 움직이고, 부유하고, 존재하는 게 다인걸. 무쓸모한 것들이 도시를 가득 채우면, 뭘 할 수 있는데? 그저 무쓸모한 게 늘어날 뿐인데......
- 그러면 세상을 멈춰 세울 수 있어.
타래가 속삭인다.
"의전이 사람을 망쳤다."라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권력은 확실히 사람을 변화시킨다. 어째서 그런걸까? 대체 왜, 어떤 내면의 과정을 통해 변화되는 것일까? 이 책은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파헤친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우선 권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분석한다.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권력이 없어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우리는 왜 권력에 이끌리는가. 그리고 이렇게 다진 개념을 바탕에 둔 채,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들여다본다. 권력은 타인을 대상화하고, 연민을 잃고, 억제력을 무너뜨린다. 분석을 읽는 동안 여러 얼굴, 특정 조직과 사회, 국가의 언어와 행위 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책은 이제 '권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까지 나아간다. 우리 자신이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더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가정과 답변은 조금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권력이 "모든 관계 속에 스며 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가 일상적 권력의 존재를 주지하고 있을 때 세상은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권력 심리학에서는 일관되게 나타나는 하나의 인식 패턴이 있다. 즉,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타인을 고정관념에 따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되었다. ‘고정관념’이란,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에 대해 개인 간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가 동일한 특성이 있다고 일반화하는 인지적 편향이다. 이는 개인의 차이를 무시한 채, 나이, 외모, 출신, 성별 등과 같은 외형적 특성을 근거로 작동한다. 오늘날 특히 널리 퍼져 있는 고정관념 중 하나는 ‘젊은 세대는 게으르고 뻔뻔하다’는 것이다.
2024년 출간된 화제의 법학 동화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잇는 <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의 저자이자, 검사 출신 변호사인 서아람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로, '연쇄 급식 테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수사에 나서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전국적으로 급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영양초등학교' 급식실에 비상이 걸렸다. 소금투성이인 소시지 야채 볶음, 감쪽같이 사라진 회오리 감자와 급식실 국자들, 그리고 뒤죽박죽이 된 식단표. 연쇄적으로 발생한 급식실 테러 사건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히자, 아이들은 '급수대(연쇄 급식 테러 사건 수사대)'를 결성해 범인 수색 작전에 나선다.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며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데…
<우리들의 재판>이 샌드위치 도난 사건을 소재로 법과 재판에 관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면, <우리들의 수사>는 급식 테러 사건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수사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속도감 넘치는 추리 서사에 수사의 개념과 절차를 알기 쉽게 녹여 냈다. 마지막에는 경찰과 수사에 관한 질문과 답 코너를 마련해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우리들의 재판>과 함께 읽으면 각기 다른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추천사
원고를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입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범행 동기, 방법, 기회 등 일반적인 수사 이론과 절차를 자연스럽게 소개합니다. 수사를 위해 끝까지 설득하고 협의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수사 과정을 넘어, 친구 관계와 어른들의 세상에서도 꼭 필요한 삶의 지혜를 전해 줍니다. - 박미옥 (<형사 박미옥>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