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히 사망한 남동생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가오루코는 동생의 전 연인 세쓰나를 찾아간다. 그러나 세쓰나는 약속 시간에 20분이나 늦은 것은 물론, 동생이 유언장에 남긴 그녀 몫의 유산도 거부하며 매정한 태도를 보인다. 이해할 수 없는 세쓰나의 태도에 분노하던 가오루코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줄곧 냉랭한 태도를 보이던 세쓰나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온다. 무뚝뚝한 태도로 주방으로 들어가 가오루코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 내오는 세쓰나. 가오루코는 점차 세쓰나와, 세쓰나가 일하는 가사 대행 회사인 ‘카프네’에 관심이 생긴다.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만드는 동안, 타인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을 마주한 두 사람의 세계는 서서히 변화해 간다.
2025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수상작. 힐링 서사의 온기에 미스터리적 긴장감을 엮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돌봄’이 현대인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쳐냈다. 가사 대행 회사 ‘카프네’에서 각각 청소와 요리를 맡아 파트너로 일하며 ‘생활이라는 싸움’을 견뎌온 현대인의 피로와 고독이 여실히 묻어나는 생활공간을 정리하고, 정성껏 만든 음식으로 내며 온기를 전한다.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면서 남동생 하루히코 갑작스러운 죽음과 유언의 의미가 드러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은 가족과 타인, 그리고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물으며 독자를 예상 밖의 결말로 이끈다. 다정한 접촉과 사소한 돌봄이 오늘을 살아내는 가장 강력한 실천임을 보여주는 다정한 소설.
이 책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에서 활동하던 우익 민병대 조직 자유군단의 젊은 남성들을 분석한다. 독일 파시즘과 나치당의 급부상에 큰 힘을 보탠 이들에겐 어떤 "증상"이 있었는가. 저자 클라우스 테벨라이트는 자유군단의 남성들이 쓴 자서전과 당시 유행했던 소설들, 일기, 만화, 잡지, 선전선동물, 편지, 포스터 등 광범위한 텍스트들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관계, 정서, 공통된 방어기제 등을 파헤친다.
테벨라이트가 이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발견해낸 것은 '여자 탓'이다. 연대하고 확장하는 원형적 여성성은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거세 위협이다. 하여, 이들은 모든 것을 여자 탓으로 돌린다. 여성적인 모든 것을 몰아내려 한다.
반복되는 역사, 과거에 겹치는 현재의 모습. 50년 만에 한국어판으로 출간된 이 책은 공포와 공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1400 페이지가 넘는 대작, 물리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묵직한 충격을 선사하는 책이다.
청소년 문학에서 성장담은 여전히 중요한 축이다. 한 사람의 내면이 흔들리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도 유효하고, 반드시 읽혀야 할 이야기다. 다만 그 과정이 '안전한 서사'에 머무를 때, 우리가 외면하게 되는 현실 또한 분명 존재한다. 지금의 청소년은 이미 복잡하고 거친 세계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가.
<판데모니움>은 그 질문을 한 걸음 더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친구의 죽음 이후 시작된 의문의 메시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작품은 도박과 마약,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지는 범죄의 구조를 드러낸다. 이 모든 것은 분리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맞물려 작동한다. 청소년을 노린 범죄는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하나가 시작되면 톱니바퀴처럼 다음 범죄로 이어진다. 작품은 이러한 연결 고리를 따라가며 그 작동 방식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과 누아르적 긴장감, 그리고 예측을 뒤집는 반전까지,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문제작'이라 불릴 만하다.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충분히 다루지 않았던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기 때문이다. <판데모니움>은 성장소설의 자리를 부정하는 대신 그 경계를 확장하며, 지금의 청소년 문학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1회 소원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짧은 문장 하나에 이끌려 책장을 단숨에 넘겨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과 제자 산석의 특별한 만남을 담은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가 바로 그런 힘을 지닌 책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공부의 의미와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에 관해 진중하게 되짚는다.
정약용 앞에 선 열다섯 살 산석은 스스로를 "둔하고, 앞뒤가 꽉 막힌 답답한 사람"이라 말하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그 물음에 정약용은 망설임 없이 답한다. "너 같은 아이라야 공부할 수 있다." 짧은 대화지만, 그 안에는 배움의 본질을 꿰뚫는 굳은 믿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공부에 관한 기술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가르침과 배움에 진심을 다하는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통해 진짜 공부의 의미, 마음과 태도를 자분자분 들려준다.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모퉁이를 접고 싶은 구절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결국 이 책은 공부 이야기를 넘어, 사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삶을 단단하게 세워주는 지혜에 관한 이야기로 남는다.
<행동>으로 인간 본성을 집요하게 파헤쳐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던 로버트 새폴스키가 이번 책에선 자유의지에 대해 말한다. 과학계와 철학계에서 오랫동안 의견이 양분되어 온 '결정론'과 '자유의지'에 대해 새폴스키는 자유의지란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그가 자유의지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뇌과학과 생물학적 이론에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의지라고 믿는 특정 행동을 하기 이전에, 인간 뇌의 보조운동영역은 이미 활성화되어 움직임을 지시하는 신경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여기엔 최근 우리가 본 것, 몇 시간 전 느낀 허기, 통증, 피로 등의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새폴스키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통제할 수 없는 생물학과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만일 그의 말이 맞는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곧바로 윤리에 관한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동을 했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새폴스키는 예상되는 우려점들에 대해 하나하나 답하며 낙관적 전망을 내어 놓는다.
자유의지 논쟁이라는 주제와 묵직한 책의 디자인에 지레 위압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책은 평이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막힘없이 잘 읽힌다. 우리 선택과 행동의 메커니즘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뇌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으며 독파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고르는 것 또한 당신의 자유의지는 아니겠지만.
부활절을 앞둔 어느 날, 루이사는 고가의 미술품 경매가 열리는 어느 교회를 찾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몰래 잠입했다. 배낭에는 스프레이 페인트와 몇몇 잡동사니, 그리고 그림엽서가 한 장 들어있었는데, “조만간 만나자, 엄마가.”라고 적혀있는 엽서의 앞면에는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 잔교,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다의 초상>. 엽서에 그려진 그림의 제목이자 오늘 경매에 출품된 그림 중 가장 비싼 그림. 처음에는 그저 그 그림을 한 번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림을 비싼 투자 대상 정도로만 보는 ‘돈 많은 어른들’에 질려버린 탓일까, 루이사는 <바다의 초상> 옆에 자신이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다 들통나 경비원에게 쫓기며 달아난다. 그리고 도망치던 어느 골목길에서 <바다의 초상>을 그린 화가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바다의 초상> 원본 그림을 건네받으며 그림에 얽힌 사연을 찾아 모험을 떠나기 시작한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의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불안한 사람들> 이후 국내에 5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소설. ‘스웨덴의 국민 작가’를 넘어 출간과 동시에 영미권 주요 매체의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하고, 2025년 굿리즈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 및 NPR과 USA투데이 등 8개 주요 매체가 선정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가정폭력, 학대, 따돌림 등 잔인한 현실을 견디며 서로에게 내일을 살아가야 할 이유와 꿈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사랑이 되어준 아름다운 우정에 관한 이야기.
솔개마을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던 외증조할머니의 49재가 시작된 날, 우찬과 태성은 접근 금지 구역으로 묶인 솔개산 비밀 들판, '솔비들' 위로 드론을 띄운다. 그러나 드론은 예기치 않게 추락하고, 두 소년은 그것을 찾기 위해 금지된 경계를 넘어선다. 그때, 종소리와 함께 낡은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한 소년과 마주친다. 그 일 이후 소년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우찬과 태성은 80년간 숨겨진 비밀에 점차 다가가는데···
우찬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책은, 솔비들 소년의 정체를 좇으며 한 편의 영화처럼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12시 정각 종이 울리면 나타나는 소년과의 대화를 통해 이름과 사연이 밝혀지고, 흩어져 있던 단서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진다. 외증조할머니의 삶, 솔개마을이 품은 비밀, 그리고 오래도록 봉인되어 있던 시간의 흔적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이어지는 서사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결국 더 큰 역사로 확장된다. 잊힌 이름들, 그들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진실. 한 개인의 이야기와 역사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인 이 작품은 마지막 장까지 몰입시키고, 동시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2024년 <궤도>로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서맨사 하비의 유일무이한 에세이가 출간됐다. 작가가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간절히 들여다보며 불면증의 심연으로 계속 빠져든다.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그의 문체는 여기가 꿈속인지 아닌지 독자들을 혼동하게 만들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어지는 서사는 매번 새로운 형태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히 불면증을 겪는 한 사람의 기록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지나쳐버리는 ‘불안’의 실체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채 마음 한 켠에 머무는 감정,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생각들을 작가는 집요하게 언어로 붙잡는다. 그래서 이 책은 불면을 겪어 본 사람에게는 깊은 공감을,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쉽게 지나쳐 온 감정의 결을 또렷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읽는 동안 막연했던 불안은 점차 언어를 얻고, 끝내는 외면할 수 없는 하나의 감각으로 자리 잡는다. 불면증뿐 아니라 다양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인들에게 바치는 매혹적인 찬사다.
2026년의 봄은 선을 넘어 올듯 말듯 좀처럼 오지 않는다. 활동 10년 이내의 작가가 한 해 동안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젊은작가상과 함께하는 열일곱번째 봄을 맞아 수상자 김채원, 길란, 남의현, 서장원, 위수정, 이미상, 함윤이의 소설을 차곡차곡 따라 읽으며 이 소설들의 변화무쌍함이 올 봄의 정조와 유독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상 수상작인 김채원의 소설을 별개로, 2025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길란과 남의현의 소설을 한 갈래로,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서장원,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위수정,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이미상,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함윤이를 한 갈래로 읽는 방식으로 차차 읽어나가길 제안하고 싶다. 사람과 귀신 사이, 여성과 남성 사이, 부자와 빈자 사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 이 소설들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막간의 틈을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그곳에 있을 무언가가 그리는 독자적인 궤도를 따라 돈다. 남의현의 <나는 야구를 사랑해>의 서술자가 '하지만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일도 있어. 그걸 모르는 구나.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말을 더듬을까봐 두려워'(106쪽) 말을 삼킬 때, 위수정 <귀신이 없는 집>의 서술자가 '사회가 우리한테 적응을 왜 하냐?'(201쪽)라는 말을 던질 때 독자 역시 소설가가 멈춘 자리에서 서서 여기에 누군가 머무르고 있지 않을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모과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해 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전쟁과 피난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증조할아버지를 목격했을 때 어린이였던 나의 '할아버지'는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 됐다. 사람이 죽다 살아날 수도 있다고, 홑껍데기 몸으로도 삶이 계속될 수 있다고 할아버지의 손녀인 '나'는 할아버지를 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땅의 흙을 만지는 것으로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그냥 편을 들어주는 게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김채원의 소설 속에서 움직인다. '나'의 생각의 속도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리듬을 따라 마무리에 이르며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올 봄도 참 아름답구나, 했다.
맨 처음에는 서핑을 즐기는 아이의 표지를 보고, 단순히 ‘서핑’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파도가 좋아서, 나도 따라 웃었다." 책장을 넘기자 펼쳐지는 바다 풍경 속 이 한 문장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고, 이내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주인공 '그래'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은파 시로 이사를 한다. 꿈을 접은 채 마음의 병을 앓게 된 엄마는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홀로 서울로 떠난다. 엄마와의 이별 이후, 그래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몰래 엄마를 찾아가지만, 끝내 다가서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선다. 앞집 쌍둥이 친구들, 서핑 마니아인 또래 소녀 수아, 그리고 따뜻한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새로운 삶에 스며든다. 바다와 파도, 서핑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그래는 아빠와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과 마음 상태를 하나씩 배워 간다.
이 책은 변화무쌍한 바다처럼 때로는 잔잔하다가, 때로는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낯선 마을, 서툰 관계, 아빠와의 어색한 침묵, 엄마와의 이별. 차분한 성격의 그래가 마주한 파도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래 못지않게 엄마와 아빠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넘어야 할 파도를 안고 있다. 세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들리며, 다시 중심을 잡는 법을 터득해 간다. 그 과정이 지나침 없이 섬세하게 그려져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네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깊은 공감과 조용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작품이다.
정신과 의사가 쓴 운동 가이드라니, 일단 신선하다. 책은 운동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짚어주며 시작한다. 근육이 많은 사람은 병에 걸려도 회복이 빠르고, 운동을 해서 척추를 곧바로 세워야 기분 조절도 잘 되고 집중력도 향상된다. 마음은 몸 안에 있다. 마음이 고민과 불안에 몰입해 있을 때, 몸을 잠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빠져나올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도, 굳이 따지자면 몸의 건강이 먼저다."
그렇지만 모든 걸 뚫는 창과 모든 걸 막는 방패의 대결처럼 운동의 좋은 점에 대한 설파 후엔 늘 따라붙는 반응이 있다.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상황적으로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세세한 맞춤형 가이드를 내놓는다. 우울증, ADHD, 공황장애, 트라우마, 사회불안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운동, MBTI, TCI 별 성향에 따른 운동 등을 추천하며 각 사정과 성향에 따라 주의할 점과 유념하면 좋은 점을 설명한다.
그 자신 역시 운동 신경이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몸이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따뜻하고 세심한 동시에 아주 끈질기게 독자를 설득한다. 잘 쓴 심리서의 덕목은 역시 살면서 왠지 이해 안 가던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을 해소 시켜 주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남들은 좋다고 하는 운동이 왜 나에겐 안 맞았는지, 왜 어떤 운동은 하러 가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속 시원하게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 놀라움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맞는 운동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책에 멱살을 잡히면 결국 운동의 세계로 끌려가게 될 것이니, 준비된 자라면 몸을 맡겨보시길.
아이는 긴 방학의 시작을 아쉬워한다. 빨리 시간이 흘러 방학이 끝나기만을 바라던 아이는 <피니토>라는 이름의 책을 만난다. "여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한 장씩 넘기면서 네 삶을 상상해 봐." 책을 건넨 이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아이는 호기심에 책장을 펼친다. 그 안에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무수한 순간들이 있다.
다정한 손에 안기던 감촉, 처음 반려동물을 맞이했을 때의 마음, 한여름 햇살 아래 녹아내리던 아이스크림의 맛. "어린 시절, 그 시절이 건네는 모든 마법 같은 순간들"에 이어 유년의 끝이 모습을 드러낼 때, 아이는 비로소 알아간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삶이라는 버스를 탈 때, 어떤 노선을 선택하든 한 가지는 분명해. 모두 마지막 정거장에 다다른다는 거지." 사라지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들. 무심히 흘려보내던 하루를 가만히 되짚어 보게 하는 그림책.
창작자라면 완전한 허구의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 성격과 특성을 직접 빚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캐릭터 설정과 서사의 큰 줄기를 짜내는 데는,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가 과도하게 들어간다. 러프하지만 기본적인 설득력을 갖춘 프리셋 목록이 있다면 어떨까? 그 목록에서 마음이 가는 인물을 골라 다듬기만 해도 된다면 창작을 훨씬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뭉툭하게 틀 잡힌 찰흙에 장식을 더하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또렷한 인간으로 만드는 일은 창작자의 몫이지만, 기본 틀이 눈앞에 늘어서 있는 것만으로도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상하는 데엔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목록을 제공한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저자는 자신이 상담해온 내담자와 허구의 인간상을 엮어 400여 개에 이르는 인간 성격의 지도를 구축했다. 인간의 성격 유형,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 단계의 특징, 범죄자의 유형, 성적 행동 양식, 인생의 주요 사건이 일으키는 역학, 가정환경의 작용, 정신적 충격과 재해에 대한 반응 등 캐릭터 구상에 필요한 요소들을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해두었다. 창작을 시작할 때도, 막혀 멈춰 섰을 때도, 책장을 드르륵 넘기다 보면 뜻밖의 단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대건 작가는 벌써 "지금 퇴고 중인 소설 캐릭터의 돌파구를 이 책에서 찾았"고, 수많은 눈 밝은 창작자들은 출간 전 펀딩을 통해 이미 이 책을 책상 한 편에 구비해두었다. 알라딘 북펀드 목표액을 무려 2600% 달성한 화제의 작법서.
진은영의 시와 이수지의 그림이 나란히 놓인 이 책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억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그해 가을. 열일곱 번째 생일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를 대신해 쓰인 진은영의 시 '그날 이후'는 아이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생일 모임에서 읽혔고, 그 목소리는 함께 슬퍼하고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깊게 남았다.
이수지 작가는 떠나간 아이들과 그날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고등학생 아이의 뒷모습에서 시작해 막 태어난 아기의 얼굴로 닿는 흐름의 그림을 오랜 시간 홀로 다듬어 왔다. 시와 그림이 만나게 된 것은, “오늘은 나의 생일이야.”라는 시의 마지막 문장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인 갓난아기의 앞모습과 서로 기다려 온 듯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쌓여온 시와 그림이 만나 이 책이 탄생했다. 어김없이 돌아온 열두 번째 봄, 세상 모든 아이의 삶을 축원하며.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 후티 반군에 의해 인질로 잡혀있는 홍해의 관문 바브엘만데브해협, 해상 정복을 위한 러시아의 첫 단추인 아조프해, 무력 동원을 통해서라도 중국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하는 남중국해,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대만해협, 아직은 열리지 않은 미지의 가능성인 북극해. 하나같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이며 복수의 이해 관계국 사이의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공통점으로, 이곳들 모두 ‘바닷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작인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등 5대륙 28개국의 지정학적 현황을 120개의 생생하고 스펙터클한 지도와 함께 설명했던 저자들이, 이번에는 호르무즈해협, 남중국해, 흑해, 대만해협, 홍해, 발트해 등 경쟁과 대립, 갈등의 공간으로 ‘사실상 전쟁터’가 되어버린, 즉 21세기 ‘최고의 지정학적 격전지’로 떠오른 전 세계 21곳의 해협과 바닷길을 다룬다. 세계 교역량의 90퍼센트가 바다를 통해 운송되고 인터넷 데이터의 98퍼센트가 해저 케이블을 통해 오가는 오늘날의 세계와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시각, 바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틔워줄 마중물 같은 책.
그러나 그건 그가 혼자 힘으로 얻은 세계였다. 단 한번도 그려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지만 어쨌든 지금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었다. 아름답지도, 근사하지도 않지만 그가 어렵게 다다른 어떤 곳이었다.
<푸른색 루비콘> 102쪽
<오직 그녀의 것> 김혜진 소설집. 김혜진의 소설은 열기도 냉기도 아닌 온기로 삶을 바라본다. 김혜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그려본 적 없고, 상상한 적 없는' 삶에 놓여 제가 놓인 자리를 두리번댄다. 그 삶은 작은 호의, 혹은 오지랖을 부리는 삶의 방식을 두고 '정해야, 다른 사람들 심기를 건드리면 좋아?'(<관종들>, 33쪽)하는 지친 조언을 듣는 삶. 성경 수업에서조차 '묘하게 불청객이 되어가는 느낌'(<푸른색 루비콘> 83쪽)을 받는 삶, '사는 동안 수없이 오답을 적어냈던 문제의 해답'(<하루치의 말>, 134쪽)을 손에 쥐고도 여전히 어렴풋해하는 삶이다. 이 삶은 자전거 가게에서 갑자기 고춧가루를 팔게 되는 삶, 아픈 엄마의 이불가게를 떠맡게 되는 삶, 피해자 단톡방에서 혼자 일기 쓰듯 메시지를 보내는 삶이다. 몇 억 단위의 부채가 아닌 700만원 정도를 빌려주고 떼이는 삶. 그러한 삶이 놓인 자리에서 김혜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생계를 유지하며 산다. 소설은 생선을 조리듯 이 삶이 품었을 미움이며 원망을 적절한 온도로 오래 데운다. 인물이 사건과 감정 바깥으로 움직이면 '과묵한 선의'(조해진의 추천사 중)로 비로소 인물의 손을 잡는다.
이 노란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면 '바깥의 열기와는 무관한, 내부에서 만들어져 흘러나오는 온기'(<달걀의 온기> 233쪽)가 내 마음 역시 덥혔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에 삶을 포갠 연약한 읽는 이가 자신이 놓인 자리에서도 온기를 감지할 때, 그렇게 소설 밖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이미 21세기 고전의 반열에 오른 <축의 시대>에서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의 경이로운 시기에 대해 다루었던 저자 카렌 암스트롱이 이번엔 세계 종교 경전들에 대한 역사서로 돌아왔다. 성경, 쿠란, 탈무드를 넘어 주역, 논어, 법화경 등 동서양 문명을 넘나들며 인류에게 경전이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종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경전에 대해서는 여러 궁금증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경전은 인생을 내거는 절대적 진리인 반면 누군가에겐 과거의 신화 혹은 허무맹랑한 허구에 불과하기에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부딪힘으로부터 근본적인 질문들이 피어난다. 암스트롱은 세계의 경전들이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추적하며 이 질문들에 답한다. 놀라운 공통점은, 서로 다른 종교 문화권 내에서도 경전은 늘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수행 지침이었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 에고를 넘어서 타인을 향하는 태도에 대한 가르침. 모든 경전의 근원적 메세지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경전의 본질이란 고통스러운 필멸의 삶에서 초월을 추구했던 사람들, 자아 속에 갇혀 있지 않고 자신을 넘어 타인과 공존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남긴 성찰의 기록이다. 경전을 근거로 오만한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이 활개치는 세상에 카렌 암스트롱은 이 치열하고 고고한 작업물을 내놓았다. 경전이 믿었던 인간의 성스러운 잠재력을 되살려내고자 하는 역작이다.
태어나서 누구나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다. '목 가누기-몸 뒤집기-앉기-기기-서기-걷기' 물론 아이마다 속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앞선 단계가 충분히 다져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는 존재이다. 아직 앉을 수 없는 몸으로 걷기를 시도하지 않으며, 수없이 반복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학습은 또 어떤가? 더하기와 빼기를 지나 곱셈과 나눗셈을 익히고, 그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에야 미적분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유독 '부'를 대하는 태도만은 이 질서를 벗어나 있다. 현재의 자산 상태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쌓아가기보다, 단번에 결과를 기대하고 동일한 방식만을 반복하다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 역시 성장과 동일한 구조를 지닌 과정이며, 단계에 대한 이해 없이 결과만을 좇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역할이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는데도 자산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 재테크 책을 몇 권씩 읽었지만 정작 나에게 맞는 방법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 혹은 "지금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특히 반가울 것이다. 출발점이 어디든 상관없다. 지금 내가 어느 단계에 서 있는지를 먼저 냉정하게 확인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음 칸으로 올라서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길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는 자꾸 건너뛰려 한다.
하지만 모든 단계는 건너뛸 수 없다.
결국, 한 칸씩이다.
길을 걷다 동전이나 지폐, 열쇠고리 인형, 신용카드 같은 물건을 주워 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지하철역 앞에서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한 적이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주운 뒤, 약 5초 정도 망설이다가 역무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건넸다. 그 만 원이 무사히 주인에게 돌아갔을까.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도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열두 살 두민이는 유난히 돈을 잘 줍는다. 주운 돈으로 뭐라도 사 먹자는 아빠의 말은 뒤로한 채, 엄마와 함께 지구대에 가서 돈을 맡긴다. 표창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칭찬 한마디쯤은 기대했지만, 돌아온 것은 무심한 반응뿐. 시무룩해진 두민이는 그날 이후 동네 야시장에서 주운 돈의 주인을 직접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두민이 뒤를 따라붙으며, 뜻밖의 ‘주인 찾아 주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두민이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단서를 모으고, 주인을 추리하고, 엉뚱한 작전을 세워 가는 과정은 무척 밝고 순수해서 절로 웃음 짓게 된다. 그러다 주운 돈을 가로채려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한층 쫄깃해진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 적절한 긴장감을 절묘하게 섞어, 마지막 장까지 온전히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동화다.
하나의 현상이 된 두 권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로 10만 독자를 만난 고선경이 새까만 여름 밤 같은 시집으로 새로운 문을 연다. 예쁘게 차려 입고 과일 케이크도 먹고 셀카도 많이 찍은 낮이 지나면 얼음 위로 쏟아낸 위스키 같은 밤이 찾아온다. '부드럽고 끈적이는 마시멜로를 질겅'(19쪽)거리며 '마이멜로디'를 뽑을 수 있는 인형뽑기 '갓챠GOTCHA'를 하면서 화자는 순간 생각한다.
'덜렁거리는 집게로 신의 내부를 헤집고 싶다'(20쪽)
귀여운 전자 음악이 흐르는 인형뽑기방, 표정을 숨길 수 없는 환한 조명 아래에서 이제 고선경의 귀엽고 폭력적인 시 속 화자는 출근 시간을 생각한다.
이제부터 꽃길만 걷자는 사람에게 흰 국화밭 보여주고 싶었던 거 (<순수하고 뒤숭숭하며 존경스러운>, 14쪽)
꽃길 걸으라는 한 마디조차 귀에 거슬릴 때가 있다. 고선경의 시는 그런 순간을 포착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젊은 여성이, 더구나 '소녀'적인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사람이 도시에 사는 것은 외로운 일이다. 난지한강공원에서 '내가 넘어지면 깜짝 놀란 눈으로 잠시 내려다보지만 끝내 손 내밀지 않는 사람들'(<남자 친구가 정신과 약 먹는 여자를 싫어해요>, 39쪽)의 당혹스러워하는 얼굴을 볼 때 '멀어진 친구가 업로드한 인스타 스토리'(<물거품과 면도날>, 84쪽)를 굳이 열어볼 때.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을 때 고선경 풍의 센티멘탈은 위스키의 맛과 향처럼 코를 자극한다. 읽고 나면 조금 취하고 싶어지는 시. 어둑어둑 감각적인 여름 밤으로 친구가 될 독자를 초대한다.
<작은 것들의 신> <지복의 성자>의 세계적인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전적 에세이로 책은 어머니 '메리 로이'의 죽음으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도 내 진보적인 교육 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평생을 바쳤던 어머니 메리의 그 빛나고도 위대한 업적 뒤에는 아주 어두운 서사가 동시에 존재했는데 그것은 바로 아룬다티 로이와 그의 오빠에게 수시로 가해졌던 어머니의 폭력과 학대, 그리고 방임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사랑하고, 그래서 가장 증오했던 어머니라는 존재로부터 '작가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그에게 가장 '매혹적인 주제'인 동시에 '폭풍이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성장기이자, 한 사회의 구조를 비추는 기록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가장 내밀한 관계 속에서 발생한 균열은 카스트와 종교, 여성의 삶을 둘러싼 인도의 현실과 맞물리며 더욱 복잡한 층위를 만들어낸다. 아룬다티 로이는 끝내 어머니를 단순히 이해하거나 용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관계를 이루고 있던 감정의 결을 집요하리만큼 끝까지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사랑과 폭력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 어떤 진실이며, 이 책은 바로 그 모순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어디로 갈까? 한 번쯤 떠올려 봤을 이 질문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분명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2026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이자, 2026 dPICTUS '아름다운 그림책 100'에 선정된 그림책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귀여운 상상력으로 경쾌하게 그려낸다.
이 작은 책 속에서 죽음은 어둡고 슬프지 않다.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는 곳에 숨게 되는 걸까? 작은 조각으로 흩어지는 걸까? 구름 위로 이사 가는 걸까?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변신하게 되는 걸까? 발랄한 상상과 유쾌한 대답은 눈물 대신 웃음을 불러온다. 검은색 배경 위에 펼쳐지는 단순한 글과 그림은 죽음에 대한 상상의 세계를 더욱 선명하고 대담하게 드러낸다.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로 변신하거나, 구름 위의 집에서 살아가게 된다고 상상해 보면 죽음은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1935년의 어느 날, 작년부터 기르기 시작한 마모셋 원숭이 미츠와 함께 여행하다 독일 본에 당도한 버지니아와 레너드 부부는 “유대인은 우리의 적”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붙은 거리에서 거대한 군중과 마주친다. 제복 입은 남자, 소총을 지닌 군인, 제복 차림의 아이들은 악대의 연주에 맞추어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독일 여행 중 무슨 일이 있어도 나치 집회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건만, 어쩌다 보니 그 한가운데에 갇혀버린 두 사람에게 검은 제복의 나치 돌격대원이 다가온다. 유대인인 레너드가 긴장한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 미츠도 흥분하며 운전대 위로 뛰어올라 끽끽 소리를 낸다. 얼굴이 몹시 붉은 검은 제복의 나치 돌격대원은 운전대 위에 앉아 있던 주먹만 한 마모셋원숭이 '미츠'를 발견하고 외친다. "다스 리베 클라이네 딩!(이 사랑스러운 작은 것!)" 울프 부부는 군중의 나치 경례를 받으며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온다. 훗날 울프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일화를 전한다. "마모셋이 우리를 어떻게 히틀러한테서 구해냈는지 제가 말씀드렸던가요?”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소설가 시그리드 누네즈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간집에서 발견한 이 문장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하여 이 소설을 썼다. 히틀러와 나치당이 집권하며 유럽 전역에 전쟁의 그림자가 번져가던 1930년대 중반,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를 돌보며 읽고 쓰고 토론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산책하는 울프 부부의 마지막 평화의 시기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 속에서 시리도록 빛난다.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 시그리드 누네즈의 건조한 듯 온기 있는 문체와 유머를 사랑하는 눈 밝은 독자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소설이다. 출판사 코라초프레스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p.244)
청소년기를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늘 비슷한 언어를 꺼내든다. 흔들림, 방황, 성장통. 그 단어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그 안에 담긴 진짜 무게는 자꾸만 희석되고 만다. 이 소설이 다른 이유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작가는 청소년의 불안을 다정하게 쓰다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에 잠긴 지구, 심해 속에 세워진 도시라는 낯선 세계를 무대 삼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매일 마주하는 질문을 정면으로 들이민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 언제부터인가 쇳덩이처럼 가슴을 짓누를 때, 옆 사람과 나를 끊임없이 견주며 스스로를 갉아먹을 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는 공포가 발목을 붙들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 물음은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의 이야기다.
많은 성장소설이 청소년의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는 데 집중할 때, 현실의 날카로운 모서리는 종종 뒤편으로 밀려난다. <파란 파란>은 그 모서리마저 외면하지 않는다. 가장 가혹한 비판자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이라는 것, 그 사실을 직면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성장임을 이 소설은 조용하고도 단단하게 증명한다. 심해라는 배경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잠수하는 내면의 깊이이며,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헤엄쳐 나아가야 한다는 삶의 은유다. 지금 이 순간 자신만의 레인에서 홀로 버티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소설은 가장 필요한 산소가 될 것이다.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깨달은 게 있다면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세우면 안된다는 거였다." (p.155)
<어린이라는 세계> <어떤 어른>의 김소영 작가가 내놓은 첫 그림책 에세이. 전작들을 통해 '어린이'의 관점으로 세상을 좀 더 다정하게 바라보길 권유해 온 작가는,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50권의 그림책을 추천하며 그 안에 담긴 어린이의 진짜 생각과 관점을 탐구하길 제안한다.
그림책은 짧고 단순한 형식을 지녔지만, 그 안에는 어른이 미처 포착하지 못한 감정의 결들과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기준이 담겨 있다. 작가는 각 그림책을 따라가며 어린이가 기꺼이 머무는 장면과 시선을 세심하게 짚어내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과 태도를 복원해 낸다. 결국 이 책은 그림책을 읽는 일이 곧 어린이를 이해하는 일이자, 더 나아가 지금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연습이 될 수 있음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설득하고 있다.
때밀이 장갑네 가족은 목욕탕을 가업으로 삼고 있다. 개업 후 단 하루도 닫은 적 없는 목욕탕이 보여주듯, 끈기만큼은 장갑 마을에서 유명한 집안이다. 하지만 때밀이 장갑만은 다르다. 개그맨을 꿈꾸며 이것저것 시작은 잘하지만, 줄넘기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수영, 미술, 바둑, 태권도까지 금세 그만둔 일이 수두룩하다. "싫어요! 재미없단 말이에요!"라며 도망가는 때밀이 장갑에게 아빠 장갑이 호쾌하게 말한다. "좋아, 앞으로 하기 싫은 일은 안 해도 돼. 단, 아빠가 시키는 일을 끝까지 해내면 말이지. 그때까지는 게임기도 압수야."
청천벽력 같은 말과 함께 때밀이 장갑이 끌려간 뒷마당에는 거대한 동상이 서 있다.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와 아빠까지 대대로 커다란 바위를 문질러 만들어온 동상. 때밀이 장갑에게 주어진 일은 미완성으로 남은 동상의 발 부분을 쇠솔로 문질러 마무리하는 것이다. 금방 끝낼 수 있을 거라 여긴 일은 예상과 달리 고되기만 하고 돌은 도저히 깎여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드는 가운데, 때밀이 장갑은 이번만큼은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손절해야 하는 사람 유형 톱 3’, ‘이런 행동하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마세요’, ‘엮이면 안 되는 독이 되는 사람 유형 1위’, ‘OO박사가 알려주는 인간관계 정리하는 법’. SNS에 넘쳐나는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들은 대체로 관계를 맺는 방법 보다는 끊어내는 방법에 집중한다.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내게 유해한 인간관계에 선 긋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책, 타인과 거리를 두고 스스로의 감정을 보호하라 조언들이 넘친다. 모든 것이 서열화와 경쟁의 대상이 되면서 인간관계도 투자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평가 과정을 통해 나의 감정적 에너지를 소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과만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내 자존감을 높여줄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자 무해한 사람을 찾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피곤한 관계는 정리하고 무해한 관계만 남긴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졌을까.
98년생 사회학 연구자 이승연은 20대 여성의 우울증 치료 경험에 관한 연구를 하던 중 “청년 세대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외로움을 호소하는 동시에 자발적으로 단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렸고, ‘손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시대의 인간관계를 사회문화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이 사람들이 겪는 역경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견디게 할 버팀목, 즉 의미 있는 관계의 부재에서 온다면, 그리고 관계의 부재를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면, 더 나아가 그러한 관계의 단절을 장려하는 사회문화적 동인이 실재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때가 되었다. 누가 인간관계에 손익계산서를 두드리게 하는가. 개개인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사회적 연결이 무엇인가.
세상의 눈높이에서 반 층 밑, 지각과 대기권에 반씩 걸친 '반지하'에 사는 화자는 집 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와 마주한다. 그의 존재감에 놀란 화자는 주민센터를 방문해 등본을 떼보지만, 서류상 그 주소에는 화자 혼자만이 살고 있다. 바퀴벌레를 없애려던 화자는 이후 돈벌레, 초파리, 거미 등 수많은 다른 거주자와 만나게 된다. 화자는 이들의 무단 점거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구청과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침입자를 화학적, 물리적으로 없애려던 화자는 문득 깨닫는다. 처음엔 그들이 자신의 집을(사실 집주인의 집을) 침범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들은 줄곧 이곳에 있었다.
한국만화가협회에서 주관한 '이달의 출판만화' 선정작인 이 책은 반지하에서 시작된 혐오와 공존을 다룬 그래픽 노블이다. 곤충은 징그러우니까 혐오해도 괜찮고, 작으니까 쉽게 죽여도 되며,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도시의 정당화 속에서 화자는 묻는다. 왜 어떤 생명은 이토록 쉽게 죽여도 되는 존재가 되었으며, 왜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가. 책을 읽으며 '엄마'라는 단어에 벌레 충(蟲)자를 붙인 유행했던 '맘충'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왜 엄마에게 벌레라는 말을 붙였을까 다시 곱씹으며, 우리가 어떤 혐오를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따져 묻고 싶어진다.
달토끼 식당은 맛있는 요리와 신기한 효능으로 유명하지만, 아무나 맛볼 수는 없다. 아주 섬세한 달토끼들이 마음에 드는 요리가 완성된 날에만 손님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매일 진귀한 재료를 찾아 길을 나서는 달토끼들. 첩첩산중을 헤매던 중 좀처럼 만나기 힘든 구멍을 발견하고, 오랜시간 정성껏 달여 '구멍청'을 완성한다. 늦은 밤,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을 기다리던 달토끼들의 식당 문을 빼꼼 연 이가 있었다. 곰돌이 인형이었다.
아기 주인 곁에서 자장가를 들으며 한창 꿈나라에 있어야 할 곰돌이가 어쩐 일일까. 엉킨 털에 어딘가 마음이 편치 않아 보이는 곰돌이를 위해 달토끼들은 귀한 구멍청을 내어놓는다. "삶에서 한 번쯤 만나는 구멍을 애써 피하지 않고, 다정히 들여다보고, 천천히 어루만지며 때로는 작은 해소로, 따뜻한 온기로 채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장을 덮고 나면 지친 하루의 끝에 달토끼 식당에 들러 곰돌이와 함께 가만히 앉아있고 싶어진다. 노란 불빛 아래 따끈한 차를 홀짝이면서. 일상을 살아내다 저마다의 마음속에 생겨버린 깊은 구멍. 그 공허를 다독이며 조용히 곁에 머물러주는 그림책.
<행성어 서점>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우리는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의심해야 한다.
<모래 이야기>에서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그림처럼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모래'는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그림이 영원히 그때의 그 그림일까. '아주 긴 시간 속에서는 물감을 이루는 알갱이들이 계속 움직이고 움직여서, 결국 그림의 색과 형태도 천천히 변해가지.'(24쪽) 갈색 정령의 목소리는 소설 너머 독자에게 전해진다. 소설 너머에서 우리는 함께 고정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있는지, 안과 밖의 경계가 그토록 선명한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 의심이야말로 김초엽의 소설을 끌고 가는 힘이다. 쓰레기더미에서 갑자기 생겨나 도시의 시스템이라는 효율에 달라붙는 '해파리'.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지닌 '골렘'. 이 존재들은 존재하는 것으로 불편을 야기하고, 이 불편은 왜 우리가 불편하면 안 되는 것인지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은 개인방송의 인플루언서, 인터넷 게시판의 문법을 차용해 질문을 던진다. 게시판 이용자는 '그 플라스틱 쓰레기들과 닿았다 하면 다 쓸모가 없어진다고, 게을러지고 바닥에 드러눕는다고.'(64쪽) 불평한다. 다른 이용자는 해파리는 그냥 잠깐 존재할 뿐이라고. 해파리가 도시를 망친다는 시스템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모든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해파리는 목적도 쓸모도 없이 퍼져나간다. '당신의 의식 체계에 아주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69쪽) 이것은 해파리가, 김초엽의 소설이 하는 일이다. 해파리들이 유영하면서 흩뿌리는 보라색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급진적이다. 김초엽의 소설은 멈춰선 당신을, 의심하는 당신을 마침내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의전이 사람을 망쳤다."라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권력은 확실히 사람을 변화시킨다. 어째서 그런걸까? 대체 왜, 어떤 내면의 과정을 통해 변화되는 것일까? 이 책은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심리학적으로 파헤친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우선 권력이라는 개념 자체를 분석한다.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권력이 없어졌을 때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우리는 왜 권력에 이끌리는가. 그리고 이렇게 다진 개념을 바탕에 둔 채,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들여다본다. 권력은 타인을 대상화하고, 연민을 잃고, 억제력을 무너뜨린다. 분석을 읽는 동안 여러 얼굴, 특정 조직과 사회, 국가의 언어와 행위 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책은 이제 '권력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까지 나아간다. 우리 자신이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더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가정과 답변은 조금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권력이 "모든 관계 속에 스며 있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가 일상적 권력의 존재를 주지하고 있을 때 세상은 조금이나마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권력에 대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
2024년 출간된 화제의 법학 동화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잇는 <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의 저자이자, 검사 출신 변호사인 서아람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로, '연쇄 급식 테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수사에 나서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전국적으로 급식이 맛있기로 소문난 '영양초등학교' 급식실에 비상이 걸렸다. 소금투성이인 소시지 야채 볶음, 감쪽같이 사라진 회오리 감자와 급식실 국자들, 그리고 뒤죽박죽이 된 식단표. 연쇄적으로 발생한 급식실 테러 사건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히자, 아이들은 '급수대(연쇄 급식 테러 사건 수사대)'를 결성해 범인 수색 작전에 나선다.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며 서서히 진실에 다가가는데…
<우리들의 재판>이 샌드위치 도난 사건을 소재로 법과 재판에 관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면, <우리들의 수사>는 급식 테러 사건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수사에 직접 참여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속도감 넘치는 추리 서사에 수사의 개념과 절차를 알기 쉽게 녹여 냈다. 마지막에는 경찰과 수사에 관한 질문과 답 코너를 마련해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해 준다. <우리들의 재판>과 함께 읽으면 각기 다른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