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빵 봉지의 성분표를 읽다가 시작되었다. ‘보름달’이란 이름의 빵이었는데, 빵 대신 진짜 달을 이 봉지에 넣으려면 어떤 성분을 기재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급기야 직접 달의 성분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거기 적어둔 몇 가지는 기억난다. 자외선 차단제, 몇 종류의 색소, 보정용 코르셋 같은 것. 그 상상은 하늘을 컨베이어 벨트 삼아 흘러갔다. 밀봉된 달이 하나, 둘, 셋, 넷…… 어디론가 유통되고, 뉴스가 된다. 버려진 빵 봉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무중력증후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이 소설의 하나뿐인 시작점이 아니라 시작이 될 많은 가능성 중에 하나였다. 유일한 게 아니라는 점 때문에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