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윤고은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80년, 대한민국 서울

직업:소설가

기타: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최근작
2023년 10월 <불타는 작품>

이 저자의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자목련
1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syo
2번째
마니아
마니아 이미지
[그장소...
3번째
마니아

1인용 식탁

이 책의 마지막 말을 쓰기 위해 대청소를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 정갈한 책상, 적절한 어둠, 오롯한 촛불, 연필 혹은 만년필, 도톰한 종이.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창밖이 노랗게 흔들린다. 라디오에서는 최악의 황사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삼겹살 먹으러 가자는 벗의 문자 메시지, 시작도 하기 전에 웅크린 청소기, 건드리기 전보다 더 산만해진 서랍들, 켤 줄도 모르면서 꺼내놓은 성냥과 초를 그대로 놓아둔 채 마치 승천하듯, 쓴다. 책을 펼치는 행동은 문을 여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문을 열고 이 책 안으로 들어온 그대에게 감사하다고. 책을 덮는 행동은 문을 닫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그대에게 출구는 없다고, 압사하진 않을 거라고, 활자와 활자 사이에 유연하게 누워보라고, 혹은 걸어보라고, 다만 조심하라고, 아직 내뱉지 않은 말들도 매복해 있다고, 지뢰처럼. 2010년 봄밤

도서관 런웨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는 소리가 난다면 어떨까. 말의 순서를 바꾸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기면 계절이 바뀌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한 장이 넘어 갈 때 한동안 멈춰 있던 계절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하고, 이렇게 각별한 해동의 경험은 우리가 계속 소설을 쓰거나 읽도록 만든다. 아주 거대한 판형의 책을 종종 떠올린다.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쯤 되는, 페이지를 넘기려면 두꺼운 커튼을 치고 걷을 때처럼 몸짓이 커져야 하는 책.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얼마나 놀라운 바람이 불까. 가방에 넣을 수도 없고 집에 둘 수도 없어 오직 내 머릿속에서만 펼쳐보는 책 인데, 마지막 페이지를 아직 만나진 못했다. 다만 상상할 뿐, 그리고 경이로운 바람에 닿고 싶어 계속 쓸 뿐. 2021년 단 한 번뿐인 오늘 윤고은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소설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어떤 세계를 창조하는 행위 때문에 외롭지 않다고 하면 엄청난 착각이거나 위대한 발명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무용하지 않은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 물론 이로 인해 외로워지는 순간을 헤아리자면 그 또한 한가득이겠지만, 모든 산술 계산을 마치면 (하지 않아도) 소설은 확실히 매혹적인 세계라는 결론이 난다. 이거야 말로 꽤 멋진 1인용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같은 책 한 권을 나란히 읽기 시작해도 잠시 후면 각자가 도달해 있는 문장이 다르다.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는 세계, 밤의 꿈처럼 오롯한 1인용의 세계, 이 세계에서는 작가와 독자가 1:1로 만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산책을 한다.

해마, 날다

설렌다. 누군가의 이름을 문패처럼 달고 있는 문학상이기에 더 설렌다. 이효석이라는 이름 석 자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수상 소식 이후 도리어 생경하게 들린다. 지금 그의 이름이 걸린 문 앞에 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초인종을 누른다.

해적판을 타고

소설의 탄생은 별의 탄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안에서 부유하던 먼지들이 서로 만나고 뭉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건 언제나, 먼지다. 유해 폐기물을 내 집 마당에 묻은 건 소설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이미 선점한 장면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를 다룬 뉴스에서 방사능 폐기물을 묻은 어느 집 마당을 본 적이 있었다.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표정도. 그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채로, 길을 걷다 우연히 ‘마당을 빌려주세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보게 됐다. 그 현수막은 폐기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는데, 그 순간 내 안의 먼지들이 합쳐졌고 첫 문장과 둘째 문장과 셋째 문장과,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이 소설을 이렇게 요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상한 폐기물을 발아래 두고 자라는 십대.’ 그러나 그게 과연 유나네, 십대, 잔꽃마을만의 이야기일까? 생각해보면 내 집 아래에 뭐가 있는지, 내 산책로 아래에 뭐가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책이 되기까지 애써주신 문학과지성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이 소설을 일주일에 두 번씩 연재할 때, 3+1+3으로 한 계절을 함께 통과했던 독자들께도 감사드린다. 참고로 3+1+3이란 사흘 쓰고 하루 쉬고 또 사흘 쓰는 방식을 말한다. 그 결과 일주일은 7일이라기보다는 3+1+3의 합이 되어버렸다. 3+1+3은 내가 아는, 가장 완벽한 조합이다. 이제 책으로 마주하게 될 독자들께도 반가운 마음을 전한다. 언젠가 카페에서 내 책을 읽는 사람을 보고는 너무 설렌 나머지 그 카페를 뛰쳐나간 기억이 있다. 폭발적인 즐거움으로 팽창했다고나 할까? 『해적판을 타고』와도 그런 식의 만남을 꿈꿔본다. 어떤 글은 쓰고 나면, 창작물이라기보다 되찾은 유실물 느낌을 준다. 이 여섯번째 책도 그렇다. 그게 어느 부위에 필요한 것인지는 몰라도, 오래 찾았던. 2017년의 한 번뿐인 어느 오후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