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풍광으로 둘러싸인 섬의 집. 손으로 지은 집은 소박하지만 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친다. 거센 바람이 집을 흔드는 밤이면 타닥타닥 장작이 타는 난롯가 앞에서 어부 아빠의 바다 이야기 보따리가 시작된다. 금세 빠져드는 아이들의 모습에 레베카는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평안한 나날 뒤에 찾아온 어느 3월. 유난히 궂은 날씨에 얼음 위를 걸어 고기잡이를 나간 아빠가 돌아오지 않는다. 쩍 갈라진 얼음 사이로 바닷물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흐른다. 레베카는 슬픔이 다가오는 것을 본다. 어떻게든 삶을 꾸려가야 한다. 섬의 바람은 여전히 거칠고 난롯가의 이야기도 계속된다. 이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는 레베카다.
레베카는 그래픽노블 <오리들>로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 케이트 비턴의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할머니라고 한다. 먼 조상이지만 가족 안에서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이름이다. 비턴은 "살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던, 참혹한 슬픔을 마주해야만 했던" 레베카의 이야기에 깊이 사로잡혀, 꼭 써야만 한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그림을 얹는 이는 반드시 시드니 스미스여야 했다. 그렇게 고향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풍경과 정서를 공유하는 두 작가가 만나 이 책이 탄생했다. 자신의 일부가 되어버린 슬픔과 함께 담담히 일상을 살아내는 한 사람의 생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