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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홀로코스트를 다룬 책을 챙겨 보는 편이다. 실제 사건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같은 인간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상상하기도 싫은 그 역사적 비극 앞에 늘 마음 한구석이 침울해지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히틀러의 반대편엔 스탈린이 있었고, 스탈린이 저지른 대량학살은 히틀러에 맞먹는 규모였다. 그렇게 히틀러와 스탈린의 만행으로 살육당한 사람이 무려 140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우리를 또 다른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전사한 병사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여성, 어린이, 노인이었다. 그들의 절반은 식량을 배급받지 못해 굶어 죽었다.
‘블러드랜드’라 불리는 독일과 소련 사이 지역의 수많은 희생자들은 나치와 소련의 철저한 살육 정책에 의해 학살당했다.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정치적 대량학살의 전모를 드러낸다. 그는 10개 언어로 된 16개의 기록보관소에서 찾은 막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둠 속에 감춰졌던 블러드랜드의 역사에 불을 밝히고, 그런 만행이 가능했던 체제와 사회를 분석한다. '희생자는 애도자의 뒤에 가려져 있고 살육자는 숫자들 뒤에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그 죽은 이들의 숫자를 하나하나의 이름과 삶으로 되돌려 놓는 가슴 벅찬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