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전업 번역가로서 30여 년 동안 25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와 문학 서적을 많이 번역했다. 성균관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문학을 위해 죽다』, 『번역은 글쓰기다』, 『전문번역가로 가는 길』, <『지하철 헌화가』, 『살면서 마주한 고전』 등이 있다.
나는 지난 15년 동안 《로마제국 쇠망사》 원서를 세 번 읽었다. 읽을 때마다 그 방대한 분량에 놀라움과 위압감을 금치 못했다. 원서는 국판 크기의 600쪽짜리 책 여섯 권으로, 2백자 원고지 2만 장 분량인데 요즘 나오는 짧은 장편소설로 치면 무려 스무 권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원서를 완독하고 내려놓을 때마다 뚜렷한 스토리라인과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체의 핵심만 추려낸 축약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축약본은 총 71장의 관련 주제들을 모두 전달하되 원서의 3분의 1 분량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미 나온 영미권 축약본 네 종을 참조하되 원서의 각주들은 모두 생략했고, 가급적 역주 없이 본문만 읽어도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도록 친절한 번역을 시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