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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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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새드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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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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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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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속 그녀를 보며 자신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순간을 떠올리는 일과 미쳤다고 말하며 쉽게 잊고 마는 것, 그 사이의 간극에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그녀는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같은 문구가 적힌 푯말을 들고서 같은 구호를 뱉으며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걷는 그녀들을 자주 만나왔을 것이다.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서, 활자 속에서, 우뚝 선 건물들 틈 사이나 넓은 광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모여 앉아 당연하고도 완벽한 문장을 가장 큰 목소리로 내뱉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그 말을 오래도록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곤 가장 쉬운 방식을 찾아 그녀를 매도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라며 그녀를 설명하는 일은 네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수식어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녀의 이름을 안다면 그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취미나 취향, 혹은 미래. 그런 것이 있다는 걸 네가 알고 있다면. 너는 같은 색의 옷과 구호, 마스크에 가려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을지라도, 수많은 역사 속에서 나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고야 만다. 너의 그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는 왠지 그녀의 이름을 알 것만 같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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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상상한다. 현재의 나를 품고서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을.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자꾸만 까먹는 듯한 신을 원망하면서 차라리 스스로 신이 되는 세상을. “희망의 희자는 희박하다는 희자.” 그러니까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했던가. 별로 친절하지 않은 이 세계에서 희망이란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른다. 사랑이나 양심, 연민과 연대 같은 건 언제나 미약하게 존재하고, 그걸 품은 심장은 아주 깊숙한 곳에 있기에. 막연한 두려움은 미래를 알고 싶게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내게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알게 했다. 혼자서 그곳에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모든 역사를 짊어진 채 함께 다다르는 곳이 미래일 뿐이라고. 이 세계를 단단히 밟으며 내일로 향하는 작가들의 뒤통수를 바라본다. 책을 덮고서, 나도 걷기로 한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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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몸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움직이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생각의 꼬리를 잡기 위해 빙글빙글 돌던 어린 서솔의 모습을 상상하며 몸을 일으켰고, 싸우지도 이기지도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허휘수의 뚝심을 보고 한 발자국 내디딜 용기가 생겼다. 그들의 끝없는 고민과 갈증은 모든 창작가의 과정과 닮아 있음이 틀림없다. 자신의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를 펼쳐 든 순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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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어쩔 수 없게 느껴지는 날에는 이 책을 또다시 집어 들고 싶다. 서로를 돕는 방법이 끊임없이 말을 걸어 주는 일이라면, 나는 책 속의 여자들에게 또 한번 빚을 졌다. 남은 건 갚아 나가는 일뿐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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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악을 마주하며, 이럴 거면 그냥 망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겠어? 할 때가 있다. 그래. 망하자. 주저앉아 버린다. 그러나 『마령의 세계』는 우리를 일으킨다. 그러곤 기회를 준다. 부디 한번 잘 살아 봐. 언제나 지켜보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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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빠르게 달리는 이동수단,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빠른 속도임에도 또렷이 보이는, 저 멀리 우뚝 솟은 건물들. 모두 그것을 찍고 있다. 흐드러지는 얇고 가느다란 풀잎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너무 빠르고 가까워 쉽지 않다. 하지만 천선란 작가는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흐릿한 풀잎을 바라본다. 지나칠 수밖에 없을지라도,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린다. 나는 그 장면을 목격한 첫 번째 사람이고, 그의 시선을 따라 힘껏 고개를 돌린 첫 번째 독자가 되었다. 우리 언젠가는 뛰어내릴 수 있을까? 그곳이 고속도로 한복판일지라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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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리는 이동수단, 그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흐드러지는 얇고 가느다란 풀잎에 초점을 맞추기에는 너무 빠르고 가까워 쉽지 않다. 하지만 천선란 작가는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흐릿한 풀잎을 바라본다. 지나칠 수밖에 없을지라도, 있는 힘껏 미간을 찌푸린다.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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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납작하고 얄팍하게 대해 오는 동안에도 나는 방대한 우주를 만들어 보려 애썼다. 그 곳이 아주 작은 틈 사이였다는 건 몰랐지만. 소리는 점점 선명해지고 나는 따라가기로 했다. 너는 내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여기서 아주 잘 살고 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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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아왔던 것 같다. 그냥 겪었고 그냥 지나갔다. 예방할 수 있는 많은 시스템은 여성들을 외면했고 낙인의 시선은 입을 막는다. 철저하게 고립되면서 앎의 과정에서 느껴야 하는 두려움은 여성 스스로만의 몫이 되어 버렸다. 모두 그냥 겪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지난한 순간들을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 이 책이 나왔다. 잘 아는 만큼 잘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더 잘 싸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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