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불 작가, 번역가.
지은 책으로 《밥상의 말》,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야성의 사랑학》.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페미니즘들의 세계사》, 《에코사이드》, 《자발적 복종》,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등이 있다.
9월 3일 오후 4시 반, 여름 날씨라고 하기엔 바람이 심심찮게 불고 가을이라 하기엔 여전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는 긴 햇살을 맞으며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 길. 봄날인양 원피스 자락을 하늘거리는 ‘작가 목수정’을 만났다. 알라딘 인문학스터디 강의가 6월 3일이었으니 정확히 세 달만의 만남, 강의에서 ...
“스테판 에셀이 죽었다.”
95년간 타오르던 에셀이라는 촛불이 조용히 꺼졌을 때, 프랑스에 술렁인 것은 슬픔이라기보다 경외감에 휩싸인 탄식이었다. 감동을 자아내는 죽음이라니. 경이로웠다. 한 사람의 생애가 건넬 수 있는 그토록 넓고 포근한 위로가.
이제 더는 지상에서 지속될 수 없는 그의 삶은 책으로 남았다. 이 책은, 스테판 에셀이 자신의 삶의 내밀한 순간들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고백이자, 이제 곧 몸에서 모든 기운이 빠져나갈 것을 느끼는 한 인간이 남은 세대의 손에 쥐여주는 간절한 유언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일 년 남짓, 그는 마지막 남은 모든 기운을 다해 후세에 전해줄 말을 찾고 다듬고 재차 다짐했다. 죽음도 차마 멈추지 못할 진보에 대한 그 간절한 희망과 신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