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탄식과 섞이고 어떤 애도는 종종 자기방어술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이 책에 실린 한 소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쓴 적이 있습니다. 탄식 아닌 슬픔이 없고, 자기방어 아닌 애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그러니 ‘기억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쓴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사람은 가련하지만 부끄러운 사람은 아닙니다. 그런 생각에서 아주 멀리 가지는 못했습니다. 어떤 시인의 고백처럼, 늘 “죽은 사람에게는 돌려주지 못한 것”이 많은 법이니까요. 돌려주지 못한 것만큼이나 ‘들려주지 못한 것’도 많은 법이니까요. 그런데 그 목록들은 그의 죽음 후에 탄생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 에서는 갑자기, 혹은 비로소.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이 돌려주지 못하거나 들려주지 못한 것들을, 갑자기, 혹은 비로소 태어나게 하는 걸 테지요.
그러니까 아마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탄식 없이 슬퍼하고 변명 없이 애도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이해받으려는 간절함’이 아니라 ‘간절함을 이해하는’ 글의 저자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