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책은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죠. 동물원에 가면 사람들은 무엇을 볼까? 이미 어른인 저에게는 동물은 안 보이고 동물원만 보이더군요. 이름판만 바꿔놓으면 코끼리 울인지 원숭이 울인지 알 수 없는 비인간적, 아니 비동물적인 동물원 말입니다. 너무 촘촘해 아무 것도 들여다 보이지 않는 철장과 한줌 이끼도 끼지 않는 콘크리트 벽으로 지은 동물들을 '위한 공간 말이지요.
동물원을 돌다 보면 실제로 텅 빈 동물 우리와 이따금 마주칩니다. 그 우리의 주인은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어느 구석에서 쉬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 비어있는 동물 우리는 묘한 풍경을 연출하지요. 어쩌면 동물들은 사실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을 지도 모르죠. 어쩌면 아이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림책 속의 아이처럼 말입니다.
이 책의 독자님께,
언젠가 꼭 생일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종이를 엎었다 펼쳤다, 어떻게 그릴지 고민만 하다가 두서없이 작업 노트에 몇 자 적곤 했습니다.
울고 싶지만 따뜻하게,
한 번 걸러 낸 마음으로.
뭘 자꾸 그리려 하지 말고,
빡빡하게 칠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담아서 무심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자유롭게.
밀도가 있으면서
밀도가 없게 그리고 싶네.
가능한 걸까요.
이렇게 뒤섞여 목에 무언가 걸린 듯한 시간을 지나온 것 같아요. 여전히, 벌떡 화가 나고 그립고 사랑스럽다가, 벼락처럼 슬픔이 찾아오고.
오래전 시작했지만, 시를 만나 다시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책에 담습니다.
그러니 지금 여기에서 사랑하기를.
보이는 그대로, 있는 힘껏 사랑하기를.
매일 매일 으스러지도록 안아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