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세계적인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서구 근대성이 오늘날의 거대한 문제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해왔다. 그에 따르면 서구 근대인은 자연과 사회, 자신과 타자, 객체와 주체를 나누는 잘못된 이분법의 좌표계로 세상을 재단해왔고 그 결과 정치는 극한 갈등의 상황으로, 전 지구적 생태는 위기의 상태로 치달았다. 근대성은 잘못된 설계였을 뿐 아니라 애초에 우리 스스로도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도발적 비판이 그를 세계에 알린 문제의식이다.
이 책에서는 그의 전작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근대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벗어나 세계의 다원성을 복원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과학'과 '경제' 앞에 다른 가치들이 무릎 꿇게 되는 범주 오류에 주목하고 근대적 가치와 제도들을 탐구해나간다. 부차적으로 치부되어온 비근대적 가치들의 본래적 가치를 어떻게 복원할 것이며, 근대성의 작위적 이분법으로 인해 끊어졌던 연결들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지속 불가능성이 입증된 서구 근대성의 삶의 형태는 어떤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을 꿰뚫는 핵심 주제다. 서구 근대성이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브뤼노 라투르의 사상을 집대성한 대작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근대인의 이상형은 전진을 멈출 수 없는 “근대화 전선”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로 향해 가는 사람이다. 그러한 개척 전선, 그러한 프론티어 덕분에 근대인은 자신에게서 떨쳐내야 하는 모든 것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진보하기 위해 지향해야 하는 모든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근대인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과거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고 있던 사람이었다. 요컨대 어둠에서 빛으로, 계몽으로 향해 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 특이한 좌표계를 정의하기 위한 시금석으로 ‘과학’을 사용한 것은 과학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의 혼란이 근대화의 장치 전체를 위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실과 가치를 다시 뒤섞기 시작한다면, 시간의 화살은 비행을 중단하고 주저하며 사방으로 꼬여서 마치 스파게티 한 접시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숲의 어린 나무들을 키우는 어머니 나무가 있다면 어떨까. 이 따뜻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실증적으로 밝혀낸 이가 있다. 하나의 숲을 구성하는 모든 나무들이 땅속 경로 체계로 연결되어, 화학적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 소통하고, 서로에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마치 인간이 아이를 기르는 것처럼 오래된 나무들은 어린 나무들을 양육하고 음식과 물을 주며, 어떤 묘목이 자신의 친족인지 아닌지 구별한다. 이러한 숲속 상호작용의 중심에는 '어머니 나무'가 자리한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가 보인다면 그 나무가 바로 어머니 나무이다.
어머니 나무는 생의 마지막 날을 예감하면,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해야 할지, 무엇이 득이 되고 해가 되는지 등 그간 축적한 방대한 지혜를 친족과 후손 나무들에게 대대로 이어지도록 전파한다. 게다가 나무들은 인간의 신경 전달 물질과 같은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이런 비밀스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우드 와이드 웹'이라 불리는 이 생명의 네트워크를 발견한 삼림 과학자 수잔 시마드의 연구는 "찰스 다윈의 발견에 비견되는 혁명적인 연구"라 불리며 과학계는 물론 문화와 사상 측면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고, 특히 영화 '아바타'의 세계관에 핵심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인간의 짧은 인식으로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숲의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를 만나보자.
- 과학 MD 권벼리
작가의 말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
스프레드시트의 빈 셀에 ‘0’으로 시작하는 숫자를 넣는 작업을 하다 보면 맨 앞자리 숫자 0이 입력되지 않은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귀찮은 수정작업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대한민국 휴대전화 번호는 왜 하필 010으로 시작하는가에 대해 특정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불평불만을 토하며 수정작업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제 더 긴장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바야흐로 주민등록 번호가 00으로 시작하는 2000년대 출생자들이 사회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정부 취업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인턴사원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엑셀에 기재하다가 오류를 의심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렇다. 이제 200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에서 ‘공무원을 갈망하고, 호구가 되기를 거부하는 낯선 존재’인 90년생들에 대한 위트 있는 통찰로 주목받았던 임홍택이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 인간’ 2000년생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세대론을 ‘세대 팔이’라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우려하는 입장, 그리고 새로운 세대에 대한 제대로 된 관심 없이 ‘요즘 것들’을 그럴듯하게 표현하기 위해 ‘MZ’를 무분별하게 남발하는 부류 양쪽에게 말한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으며,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시킬 수도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지금 한국의 2020년대를 설명하고, 그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들 앞에 놓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나눠서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유용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 세대의 범위나 이름이 아니고 제대로 된 관심이라고. 어느 시대에, 어떤 세대라도, 혼자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2017년 서태지가 V앱을 한다는 뉴스가 알려지자 반응은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한쪽은 서태지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했고, 다른 한쪽은 V앱이 대체 뭔지 궁금해했다.
전문 번역가로서뿐만 아니라, 에세이스트로서도 사랑받고 있는 권남희 작가가 새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반려견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딸 정하마저 독립하게 되면서 우울증을 앓게 된 작가.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생활이 계속되자 작가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노트북을 들고 스타벅스를 찾았다. 그렇게 시작된 스타벅스에서의 특별한 날들이 모여 한 권의 일기로 완성되었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에만 몰두해오던 작가에게 스타벅스란 곳은 어느 때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카페가 아닌, 약간의 용기와 의지를 장착해야 찾을 수 있는, 사람과 세상을 만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번역과 글쓰기 작업을 하기도 하고, 우연히 곁에 앉게 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작가만의 경쾌한 필치로 썼다. 생활밀착형 작가답게 우리네 삶의 풍경을 정감 넘치게 풀어내는데, 마음 놓고 읽다가 곳곳에서 웃음 터지게 만드는 매력의 글쓰기를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준다.
- 에세이 MD 송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