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낯선 조합, 유시민과 과학 책이라니. 문과와 이과. 한국 사회에 대표적으로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드높은 문턱 아니던가. 문과적 지식인의 선봉장 유시민이 이 문턱을 훌쩍 넘어갔다. 이번 책에서 그는 저명한 과학 교양 도서들을 읽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침묵의 봄>, <엔드 오브 타임>, <원자폭탄 만들기>등, 그가 읽은 책들은 대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목이다. 이 책들을 읽었거나 읽고 싶은 독자들에겐 유시민의 읽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다. 과학과 과학자에 대해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다"는 친근한 불편함으로 시작한 그의 독서는 과학의 세계를 만나며 새로운 질문을, 관점을 얻는다. 그의 깊은 문과적 소양은 이 책들을 받아들이며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서 인간 존재, 세계, 인간의 세계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생각을 여러 갈래로 피워낸다.
무지를 드러내며 겸허하게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는 태도, 새로운 앎을 받아들이는 과정, 배움을 통해 변하게 된 마음과 관점까지, 독자들이 자극받을 지점이 많은 책이다. 올여름휴가의 책으로 한자리는 이미 선점된 듯하다.
- 인문 MD 김경영
책 속에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는 과학교양서가 아니다. 나는 중요한 과학의 사실과 이론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내가 흥미롭게 본 사실, 내게 지적 자극과 정서적 감동을 준 이론, 인간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내 생각을 교정해 준 정보를 골라 나름의 해석을 얹었을 뿐이다.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라 하면 될 듯하다. (9쪽)
꿀벌이 멸종했다.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꿀벌이 사라지자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고, 지구 온난화로 지표면의 사막화와 물 부족이 심화되며 곡물 생산은 더욱 희귀해진다.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폭동이 핵무기 사용도 불사하는 3차 세계대전으로 번져 인류는 멸종 한 걸음 앞에 다다랐다. 2053년 지구의 풍경. 최면을 통해 30년 후의 미래를 보고 온 2023년의 르네는 혼돈에 빠진다.
르네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기로 한다. 시공간을 오갈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해 내세의 자신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다. 미래의 르네는 11세기에 쓰인 <꿀벌의 예언>이라는 고서에 유일한 해답이 적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온 르네는 그 책이 1994년에 출간된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달음에 출판사로 찾아가 담당 편집자를 만난 르네는 또 한 번 혼돈 속에 남겨진다. <꿀벌의 예언>은 모종의 이유로 도서관 납본 물량을 포함해 시중에 유통되던 도서 전체를 회수해 폐기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 책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던 르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대한 비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만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케 하는 흡인력이 돋보이는 소설.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의 한 문장
「꿀벌의 실종이 이 모든 것의 발단이네. 공식 기록에 따르면 2047년 7월에 살아 있는 꿀벌이 마지막으로 관찰됐다고 해. 그 후로 꿀벌은 자취를 감췄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4년 동안은 세상이 버텼지. 그런데 4년이 지나자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나비 효과〉와는 급이 다른 〈꿀벌 효과〉가 나타나더군. 한 생물종의 멸종이 지금 자네가 본 결과를 초래한 거야.」
― 1권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 장류진 소설집.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연수' 등 여섯 편의 소설을 실었다. 첫 소설 '연수'의 주인공 주연은 공인회계사 시험은 쉽게 합격하고서도 운전면허는 어렵게 딴 사람이다. 기능시험에 두번 낙방, 도로주행에 세번 낙방한, 타고나길 운전을 못하는 사람. 맘카페에서 소개받은 명강사에게 운전 연수를 받는 주연의 이야기에서 익숙함을 느낄 나 같은 독자도 있을 것이다. 처음 운전면허 학원에 간 날 긴장해 어찌나 목에 힘을 주었는지 근육통이 와 사흘은 고개를 돌리지 못했던 나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적확한 응원을 장류진의 소설이 전한다.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사람에게는 여러 면이 있다. 주연의 운전강사인 50대 여성은 모든 초보는 갓난아기 같다고 말하는 유능한 강사면서, 주연을 O형이라는 혈액형으로 판단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입사 면접에서 '빈티지'하면서도 '땡땡한' 느낌으로 밴드 연주를 해달라고 나를 답답하게 하는 인물 '이찬휘'는 여러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기도 하고, 고루한 회사에서 여성인 나를 최초로 팀장으로 세운 비교적 '깨끗한' 인물인 상사가 내게 부적절한 '공모'를 제안하기도 한다. 사랑하기도 증오하기도 쉽지 않은 우리의 세계를 바라보는 기쁨과 슬픔. 적확한 인식과 적확한 응원이 필요한 이들의 '계속 직진'에 필요한 적확한 소설이 도착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출발지에 집 주소, 목적지에는 출근지의 주소를 검색해 넣었다.
이 책의 한 문장
결국은 다 알아줄 거라고. 번거로워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과정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통해 선발되면 더더욱 나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죽은 오빠의 제사상에 놓인 치킨 위로 불쑥 모습을 드러낸 백제 귀신 성이. 선하고 바른 청년이었던 오빠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울이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꼬마 귀신 성의 존재가 성가시고 귀찮지만 어느새 점차 귀 기울이게 된다. 도굴꾼들이 울이의 집 아래에 묻힌 유물을 탐내는 가운데, 성이는 자신이 깃든 물건이 온전히 발굴되어 박물관에 가야만 길잡이를 만나 저승으로 갈 수 있다.
추리와 비밀 그리고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지는 한편, 오빠가 남긴 이야기와 성이가 몸소 보여 주는 희생을 통해 사랑이라는 커다란 메시지에 다가가는 울이의 모습이 아름답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제2회 비룡소 역사동화상 대상 수상작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물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며 이야기의 풍부함을 더해 역사동화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네가 우리 엄마 마음을 알아? 부자도 아니면서 이걸 무덤에 넣어 주는 마음을 아냐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랑했던 마음까지도 죄다 흙먼지가 되는 줄 아니?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