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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하나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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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우리에게는 남을 돕고자 하는 본능과 내가 받은 관대함에 똑같이 반응하려는 반사적 충동이 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우리는 관대함을 전염시킬 수 있다. 그리고 관대함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든다. 순진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소와 폭력과 이기심이 파도치는 세계에서 가라앉지 않으려면 이와 같은 부표가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조금 더 관대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2.
여러분이 집어든 이 책은 세상의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빛을 기적처럼 모아놓은 사각형의 종이 뭉치다. 어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조해진 작가는 먼 나라의 참혹함과 내 가족의 생존이 별개가 아님을, 살리는 일의 귀함과 소박함을, 이 의심과 냉소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끝내 설득해낸다. “폭격 소리가 가까워져도 응급수술을 중단하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처럼. 소설만이 도달 가능한 힘으로, 기꺼이 서로에게 피난처가 되고자 하는 우리 마음속 빛 조각들을 끌어모은다.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한 사람을 통과해 뻗어나가는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이 온기로 나는 다시 한번 지구의 태엽을 감아 빛과 멜로디를 흐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맙고, 또 고맙다.
3.
“그들은 ○○ 사이야.” 어떤 관계는 두 글자로도 넉넉히 표현되고, 어떤 관계에는 책 한 권이 필요하다. 그것도 썼다 지웠다 하며 평생을 지니고 가는 책 한 권이. 우리는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으로 빚어진다. 누군가와 둘도 없는 사이일 때, 그들은 정말로 둘이 아니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가 된다. 그 존재는 한 사람이 사라져도 다른 한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 진실한 관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인생의 신비다. 또한 그 신비는 진실한 독자들에게로 퍼져 나간다. 씨앗이 스스로가 자라날 땅을 찾고 때를 기다려 싹을 틔우듯, 20세기의 껍질에 싸여 봉인되었던 한 관계의 신비가 때를 기다려 우리 앞에 나타났다. 쉽사리 명명되지 않는 사이들이 이 책 주변으로 제자리를 찾아간다. 21세기 독자들의 행운이다.
4.
요즘 좀처럼 없었던 일인데, 글을 읽다 말고 황급히 남은 분량을 확인해보았다. ‘벌써 10분의 1을 읽었구나, 하지만 이런 글을 아홉배 더 읽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선택한 삶의 모습으로 중요한 것을 알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을 품은 모서리가 남김없이 부서지고 빠르게 새것으로 뒤덮이는 이 도시에 살면서, 나는 백수린 작가가 어느 높고 낡은 집에서 지내는 모습을 그려본다. 유리병 가득한 부엌에서 음식을 멋대로 만들어 먹고, 오늘도 해 질 녘 천천히 산책을 하겠지. 그런 상상을 하면 마음이 왠지 둥글어지고 고요해진다. 부유하지 않은 방식으로 부유하게, 넉넉하지 않은 방식으로 넉넉하게. 이 책을 열면 내가 한번도 만난 적 없는 M이모와 봉봉을 만나 함께 좁은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책을 열면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걸음마다 슬픔과 행복을 머금은, 언 땅이 발밑에서 녹는 산책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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