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노동자. 출판사를 경영하고, 글쓰기를 가르쳤다. 평생 읽고 쓰는 보람으로 책을 쓰며 살아왔다. 지금까지 시집 여럿과 『이상과 모던뽀이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은유의 힘』, 『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노자의 마음공부』 등을 냈다. 지금은 파주에서 고양이 ‘당주’와 ‘헤세’, 그리고 아내와 산다.
이 시집은 ‘파주 시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파주의 날씨와 계절들, 고양이들과 저녁의 쓸쓸함이 만든
멜랑콜리가 시를 일으켰을 테다.
부엌과 죽은 자들과 어머니에 대해 다 쓰지 못한 것은
애석한 일이다. 악력이 줄고 근육이
소실되자 체념에도 제법 익숙해진다.
한때 시를 쓰는 게 존재 증명이었지만 이 찰나
시는 무, 길쭉한 공허, 한낮의 바다, 평온 몇 조각일 뿐이다.
남은 날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무릎을 꺾은 채 고요한 자세로 신발끈을 맨다.
2024년 3월 파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