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그때 이미 평생 써야 할 소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내게 왜 그렇게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느냐고 묻는다. 때로는 연애소설만 쓴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나는 변명하고 싶지 않다.
나는 처음부터 사랑을 써온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을 통해 인간을 써온 사람이다.
사랑은 남녀 사이의 설렘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의 마음이고, 친구를 향한 믿음이며,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기다림이고, 끝내 인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희망이다. 나는 그 수많은 사랑의 얼굴을 따라가며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
열여섯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지만, 아직도 내 마음에 온전히 흡족한 작품은 없다.
젊은 날에는 언젠가 그런 작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월은 내게 문학에는 도착이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작가는 목표 지점에 이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방향을 향해 평생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그 길을 거북이처럼 걸어왔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았고, 화려하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오늘 한 줄, 내일 한 줄을 쓰며 여기까지 왔다. 뒤를 돌아보니 나를 이곳까지 데려온 것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오래도록 원고지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었다.
내게 가장 행복한 시간도 여전히 글을 쓰는 시간이다.
등장인물들이 내 곁으로 걸어오고, 이야기가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이면, 나는 가장 나다운 사람이 된다. 소설은 내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었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