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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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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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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연애소설

제가 데뷔할 때는 스스로를 SF 작가로 지칭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저 외에도 SF 작가가 잔뜩 있지요. 그러니 저는 이제 안심하고 스스로를 과학소설작가만이 아니라 공상연애소설가로도 규정하고자 해요. 저는 공상과학소설을 보며 자란 공상과학소년이었어요. 비록 저보다 앞선 SF 팬과 작가들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공상’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저 역시 그분들의 헤게모니 투쟁이 올바르다고도 평가합니다만, 제게는 아직 ‘공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을 위해 과학소설보다는 공상연애소설에 가까운 원고들을 모았고, 표제작으로 삼고자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두근거림이 <공상연애소설>을 통해 여러분께 전달되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2022년 여름

냉장고와 넷플릭스

“냉장고에 갇힌 여성”들에 대하여 〈냉장고와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시작된 고민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냉장고와 넷플릭스〉는 ‘냉장고에 갇힌 여성’으로 일컫어지는 미디어 속 여성 인물의 소비방식에 대한 반성적 접근과 넷플릭스라고 하는 글로벌 OTT 서비스의 도입에 따른 트랜드 변화에 주목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냉장고와 넷플릭스〉 시리즈는 호러 장르에 속하는 동시에 그 장르 관습을 의식적으로 우회하는 장면이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저의 고민이란 결국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희박한 나 자신이 지금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한가?’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인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자는 창작물 속의 귀신 캐릭터가 으레 그러하듯 작가의 초자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저의 초자아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SNS 타임라인의 영향 하에 있고요. 인동은 주인공이지만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아니, 그가 방관해야만 갈등이 해결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인동은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를 쫓아 활극을 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인동은 그저 귀자와 함께 넷플릭스를 볼 뿐입니다. 인동은 귀자를 기다리고 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귀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수동적이면 이야기가 굴러가지 않지만, 〈냉장고와 넷플릭스〉에서만큼은 도리어 주인공이 멈춰야만 결과가 달성되도록 배치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멈춤은 이제까지 너무 많은 것을 해왔고 또 독점했던 사람에게는 가장 능동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항문에 사보타주

이 소설을 다시 내자고요? 지금 세상에? 네? 이 소설을 다시 내자고요? 지금 세상에? 몇 년 전이었더라. 출간 제안을 받고 아마 이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결국 나오고 말았다. 다방면에서 문제가 많은 글이다. 짧은 생각과 무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문장들이나 낯부끄러운 완성도 면에서나 어린 시절의 치기로 가득하다. 굳이 이 작품을 세월의 무덤 속을 헤집어가며 다시 꺼낼 필요가 있을까 길게 고민했다. 하지만 누군가(들)의 부고를 접한 다음 날, 출간을 해야겠다고 출판사에 문자를 보냈다. 이렇게만 말하면 조금 폼 잡는 것 같으니 부연을 더하겠다. 나는 소심하고 의지박약한 사람이라 출판사에 출간하자고 연락한 뒤에도 끊임없이 이거 내도 되겠느냐, 나중에 내면 안 되겠느냐, 몇십 번을 투덜거렸다. 다만 주변의 “어차피 너처럼 별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 이런 글 낸다고 뭐 있겠느냐”는 조언에 힘입어 용기를 얻고 조금 덜 찡얼거리게 되었다. “넌 성격이 더러운 걸 더 티 내고 살아야 한다”는 조언도 큰 힘이 되었다. 기회를 준 출판사와 용기를 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여러 가지 의미로 옛날이야기다.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썼을 것이다. 누구를 모델로 썼는지도 뭐가 중요하겠는가. 다들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에게 대입해서 볼 텐데 말이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김꽃비는 무척 예쁩니다. 어느 만큼이나 예쁘냐면요. 그 미모만으로도 이제까지의 인류사에서 존재했던 모든 독재자들의 학살과 만행이 사함을 받고도 남을 정도로 예뻐요. 골동품이 된 어느 영화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꽃비는 욥의 고난에 대한 신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이시여. 세상이 왜 이리 좆 같나이까?”라고 여쭈면 신은 “하지만 김꽃비도 있잖아.”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맞다. 그렇지. 하고 더 따질 수 없지요. 즉 김꽃비는 신에 대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김꽃비가 있는데도 ‘신은 죽었다’라고 선고하는 일만큼이나 촌스러운 발화도 없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여기서 FSM을 소재로 한 흔해빠진 농담이나 창조론에 대한 장광설을 내보이려는 게 아니에요. 나 자신이 아닌 것. 나의 인지를 넘어선 것. 알 수 없는 것이 언제나 남는다는 것. 하지만 이 한계에서 오는 온갖 고통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김꽃비를 만날 때마다 느끼잖아요. 그렇게 김꽃비의 존재는 신의 존재가 아닌 신의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꽃비가 되어요.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볼 수 있었던 시대가 아름다웠던 것은 별빛이 그 길을 비추어주었기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이 하늘 너머에 저 바다 건너에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이 세상에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믿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기 때문이라 믿어요. SF의 미덕 또한 여기에 있겠지요. 이 소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 이런 것들이에요. 거대 괴수. 자작극. 여성 간부. 강아지. 영화. 정의의 로봇. 메이드. 덧글 알바. 놀이공원. 술. UFO. 그리고 사랑 같은 것들. 다른 어떤 이야기와도 마찬가지지요. 재미있게 읽으신다면. 그리고 이 소설 덕분에 김꽃비를 알게 되신다면.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꽃비 님. 사랑해요.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재능 없는 작가는 많습니다. 일단 저부터가 그렇지요. 반대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되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많이들 착각하고는 하지만, 사실 재능이 있는 것과 작가가 되는 것은 별개의 영역입니다. 작가를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하는 것이니까요. 제가 재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제게 주어진 것이 이것밖에 없기 때문도 있었습니다. 작가가 되는 데 필요한 재능보다 사회인이 되는 데 필요한 재능이 훨씬 더 없었어요. 절대적인 역량에서는 작가가 되기 역부족이지만 상대적인 역량에서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스탯을 타고난 사람이었지요. 무엇보다 저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해도 계속해서 써야만 했어요. 글을 쓰는 게 제일 재밌었으니까요. 혹자는 폼이 나게, 글쓰기란 신내림과 같아 글을 쓰지 못하면 신병이 나듯 아프기 마련이라고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까지 거창하고 운명적인 형태로 글쓰기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도록 꾀를 부리고 다른 일에서는 게으름을 피웠으며 글을 쓸 기회만 찾아다녔지요. 재능이 없으니 성과는 더뎠습니다. 저는 데뷔하기까지 제법 오랜 세월이 걸렸어요. 내게 있어서 작가는 삶의 목표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작가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보다 작업이라는 활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는 저를 부단히도 타일러야 했고요. 흔히 약육강식이라고 하지요. 저는 재능에 있어서는 분명 약자입니다. 하지만 약육강식만큼이나 자연법칙과 어긋난 사자성어도 드뭅니다. 애초에 코끼리랑 사자랑 싸우면 코끼리가 이기죠. 하지만 코끼리는 사자를 잡아먹지 않습니다. 개미는 늑대보다 약합니다. 그러나 늑대의 사체를 마지막에 맛보는 것은 개미지요. 약육강식이 세상의 일반법칙이라면 약한 동물들은 모두 멸종했어야 하는데, 과연 그렇던가요? 이 사자성어는 세상의 진리 혹은 섭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자연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약육강식보다는 적자생존이 훨씬 더 적합해요. 약하고 강하고의 문제가 아닌, 적응했느냐 적응하지 못했느냐의 문제입니다. 살아남았느냐와 살아남지 못했느냐의 문제예요. 작가로서 저는 분명 약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했고, 살아남기는 했습니다. 얼마나 더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작품이 출간되건 되지 않건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만은 있습니다. 저는 재능 없는 작가입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주목하셔야 하는 지점은 제가 ‘재능이 없다’는 부분이 아니라 제가 ‘작가’라는 점입니다. 네. 저는 재능이 있건 없건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저의 조언이 재능으로 가득한 작가들의 조언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재능으로 가득한 사람보다 재능 없는 사람이 더 많지요. 그렇다면 재능으로 가득한 사람보다 재능 없는 사람의 조언이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통용되는 조언이지 않을까요? 작가가 되는 데 있어 재능은 분명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만이 전부라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부터가 재능이 없으면서 작가가 될 수 있는 산증인이니까요. 저는 누군가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의자와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능 없는 작가인 동시에,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장르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제가 강단에 서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웃지 않았을까 모르겠어요. 홍지운이? 데뷔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던 애가? 책을 많이 팔아본 적도 없지 않아? 재능 넘치는 작가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실제 그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제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의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제 안의, 저를 싫어하는 저 자신부터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질문을 던졌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도 생각했습니다. 재능 없는 작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경험과 조언이 있다고. 그리고 나는 재능 없는 작가로서 그에 대해 항상 고민해왔다고. 이미 재능을 갖추고 성공할 날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 자기 자신에게 어떤 가능성의 씨앗이 심겨 있는지 항상 자문하고 번민하는 누군가에게는 나처럼 재능 없는 작가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를 쓰기로 결심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제가 재능 없는 작가로, 재능 없는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과거를 정리한 에세이입니다. 제가 수업을 시작하고 출석을 부르기 전까지 10분 동안 학생들과 나누는 잡담의 모음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조언을 담을 예정입니다. 대신 창작과 관련된 팁은 많이 담지 않을 생각이에요. 이 책은 작가가 되기 위한 공식이나 정답 그리고 왕도와는 거리가 먼 책이에요. 대신 작가가 되기 위한 발버둥을 관찰하실 수는 있을 것입니다. 마치 호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발견하는 생존자의 수기 같은 내용들을, 공략의 단서가 되는 내용들을 적어놓으려 해요. 그 때문에 이 책 안에서는 서로 충돌하고 모순되는 내용도 나올 것입니다. 애초에 단서란 그런 것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책의 결론은 약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입니다. 치타가 발이 빨라지는 것으로 생존했다고 해서 고슴도치가 가시를 등에 달고 다니는 것이 실패나 거짓이 아닌 것처럼, 저의 생존법은 제가 마주한 환경에 적응한 결과일 뿐이지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정답과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 여러분들은 이 책에서 힌트를 얻어, 여러분들이 마주한 환경에 맞춘 여러분만의 생존법을 고민하셔야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작법론이라기보다는 작업론이라고 하고 싶군요.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그건 정말이지, 법칙보다는 업보에 가깝거든요. 자, 그러면 제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지요.

천국게임

천국 게임의 아이디어는 수많은 데스게임을 보며 품었던 불만이 아내와의 대화 속에서 구체화된 뒤 그 응원에 힘입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고마워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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