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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홍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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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냉장고와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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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연애소설

제가 데뷔할 때는 스스로를 SF 작가로 지칭하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저 외에도 SF 작가가 잔뜩 있지요. 그러니 저는 이제 안심하고 스스로를 과학소설작가만이 아니라 공상연애소설가로도 규정하고자 해요. 저는 공상과학소설을 보며 자란 공상과학소년이었어요. 비록 저보다 앞선 SF 팬과 작가들은 공상과학소설에서 ‘공상’이라는 두 글자를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저 역시 그분들의 헤게모니 투쟁이 올바르다고도 평가합니다만, 제게는 아직 ‘공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두근거림이 남아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단편집을 위해 과학소설보다는 공상연애소설에 가까운 원고들을 모았고, 표제작으로 삼고자 이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두근거림이 <공상연애소설>을 통해 여러분께 전달되었다면 참으로 기쁘겠습니다. 2022년 여름

냉장고와 넷플릭스

“냉장고에 갇힌 여성”들에 대하여 〈냉장고와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시작된 고민을 담은 시리즈입니다.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냉장고와 넷플릭스〉는 ‘냉장고에 갇힌 여성’으로 일컫어지는 미디어 속 여성 인물의 소비방식에 대한 반성적 접근과 넷플릭스라고 하는 글로벌 OTT 서비스의 도입에 따른 트랜드 변화에 주목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냉장고와 넷플릭스〉 시리즈는 호러 장르에 속하는 동시에 그 장르 관습을 의식적으로 우회하는 장면이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저의 고민이란 결국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이 희박한 나 자신이 지금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는 한가?’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인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귀자는 창작물 속의 귀신 캐릭터가 으레 그러하듯 작가의 초자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저의 초자아는 제가 좋아하는 작품의 등장인물들과 SNS 타임라인의 영향 하에 있고요. 인동은 주인공이지만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아니, 그가 방관해야만 갈등이 해결됩니다. 일반적인 이야기라면 인동은 연쇄살인사건의 가해자를 쫓아 활극을 펼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인동은 그저 귀자와 함께 넷플릭스를 볼 뿐입니다. 인동은 귀자를 기다리고 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귀자가 시키는 대로 움직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는 주인공이 이렇게 수동적이면 이야기가 굴러가지 않지만, 〈냉장고와 넷플릭스〉에서만큼은 도리어 주인공이 멈춰야만 결과가 달성되도록 배치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멈춤은 이제까지 너무 많은 것을 해왔고 또 독점했던 사람에게는 가장 능동적인 선택이기도 합니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

김꽃비는 무척 예쁩니다. 어느 만큼이나 예쁘냐면요. 그 미모만으로도 이제까지의 인류사에서 존재했던 모든 독재자들의 학살과 만행이 사함을 받고도 남을 정도로 예뻐요. 골동품이 된 어느 영화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꽃비는 욥의 고난에 대한 신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신이시여. 세상이 왜 이리 좆 같나이까?”라고 여쭈면 신은 “하지만 김꽃비도 있잖아.”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맞다. 그렇지. 하고 더 따질 수 없지요. 즉 김꽃비는 신에 대한 증명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김꽃비가 있는데도 ‘신은 죽었다’라고 선고하는 일만큼이나 촌스러운 발화도 없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여기서 FSM을 소재로 한 흔해빠진 농담이나 창조론에 대한 장광설을 내보이려는 게 아니에요. 나 자신이 아닌 것. 나의 인지를 넘어선 것. 알 수 없는 것이 언제나 남는다는 것. 하지만 이 한계에서 오는 온갖 고통과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김꽃비를 만날 때마다 느끼잖아요. 그렇게 김꽃비의 존재는 신의 존재가 아닌 신의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꽃비가 되어요.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볼 수 있었던 시대가 아름다웠던 것은 별빛이 그 길을 비추어주었기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이 하늘 너머에 저 바다 건너에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을. 이 세상에 나 하나만이 아니라는 믿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기 때문이라 믿어요. SF의 미덕 또한 여기에 있겠지요. 이 소설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 이런 것들이에요. 거대 괴수. 자작극. 여성 간부. 강아지. 영화. 정의의 로봇. 메이드. 덧글 알바. 놀이공원. 술. UFO. 그리고 사랑 같은 것들. 다른 어떤 이야기와도 마찬가지지요. 재미있게 읽으신다면. 그리고 이 소설 덕분에 김꽃비를 알게 되신다면.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꽃비 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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