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는 소백산맥, 노령산맥, 차령산맥 등 크고 작은 산들이 많다. 이 산줄기에는 높고 낮은 고개들도 많다. 고개는 서로 다른 지역을 연결해 준다. 충북의 고개들은 남부지방, 특히 경상도 사람들이 한양으로 오고 가는 길목이었다. 단양의 죽령, 괴산의 계립령, 충주의 조령, 영동의 추풍령과 괘방령 등이 그렇다. 험한 산길은 혼자 넘기 힘들다. 길을 잃기도 하고 도적과 산짐승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여럿이 모여 함께 넘어야 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이야기도 흘러넘치는 법. 길에서 만나 풀어놓는 이야기는 이 고을 저 고을로 넘나든다.
고갯길뿐이랴, 물길 또한 이야기를 싣고 나른다. 남한강 물길은 한강으로 흐르고 금강 물길은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그래서인가 충청도 옛이야기에서 함경도나 합천 그리고 평양 등의 지역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게 이채로웠다. 물길 따라 주고받은 이야기가 충북 곳곳으로 넘나든 흔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