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7일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원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지 8월 3일로 130일째 되었다, 독방 생활을 하고 있는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TV 시청을 할 수 있다. TV 시청은 주로 뉴스를 보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는다. 지난주였던가, 뉴스에 캐나다 산불에
이어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그리스 요새 도시 로도스의 산불이 보도되었다. 한반도에는 장마에 폭우에 홍수와 산사태로 피해를 입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는 폭염과 산불에 아우성이었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
『이솝 우화』에 로도스와 관련된 말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에서 한 허풍쟁이가 로도스섬에서 올림픽 선수처럼 잘 뛰었다고 허풍을 떨자, 이를 듣고 있던 사람이 “그렇다면 여기를 로도스 섬으로 생각하고 뛰어보라”고 했다고 한다. 꼭 로도스섬이어야만 잘 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을 꼬집은 것이다. 이 말은 헤겔이 『법철학』 서문에서 인용하고, 마르크스도 애용한 문구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다.
나는 독방에서 로도스의 산불을 접하면서 지구의 기후위기와 ‘여기가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해 뛰어야 할 로도스다’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경해 마지않던 지리십경을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섭렵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감옥에서 책으로 달랬다. 출소하자마자 지리십경 중 하나인 세석평전의 철쭉꽃을 보니 꿈인가 생시인가 몰랐다. 세석의 철쭉꽃은 고도가 높아 5월 말에 만개하니 정말로 제때 세석평전의 철쭉꽃을 보고 온 것이다. 지리산은 어디를 가나 역사가 기억하는 처절한 피맺힌 장소다.
왕복 12km, 8시간 산행은 무리한 산행이었다. 그러나 그때 아니면 볼 수 없는 세석 철쭉이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를 했다. 지구 기후 위기와 한반도 평화 문제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 때를 놓치면 모두 다 낭패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시로, 문학 작품으로 형상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때를 놓치지 말고 더 많은 정진을 해야 할 것이다.
2025년 가을
양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