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붕괴 이론의 미로에 빠져 헤맬 수도 있었다. 아니면 이상주의적으로 세계의 개혁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유토피아에 발을 들여놓거나, '세계화 비관론자들'에 맞서 자본주의의 종말은 '포스트모던'지식 사회로 부활하는 것이라고 간주하는 타고난 낙관론자들의 틈에 끼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이 문제에 매력을 느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가 역사적 산물이고, 따라서 그 시작뿐 아니라 종말도 있기 때문이다. ... 만약 역사가 종말에 도달했고, 현재 상황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세계 해석을 비판하면서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고 바람직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생각을 해 보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