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고려 때는 늙은 부모를 산속에 갖다 버렸다는데 정말이에요?”
“태조 왕건은 왜 그렇게 부인을 많이 두었어요?”
“사도세자는 왜 뒤주에 갇혀 죽었어요?”
아들아, 너는 초등학교 때 역사책을 읽다가 시도 때도 없이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아빠를 진땀 흘리게 했지. 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빠는 역사 전공자가 아니어서 쉽게 대답할 수 없었어. 그래서 네게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 주려고 도서관, 서점 등을 다니며 역사책을 뒤져 공부하고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좋은 자료들을 모을 수 있었지. (……)
우리 역사에는 경이롭고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단다. 책을 보면 “어?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많이 놀랄 거야. 대부분 역사 속에 숨겨진 뒷이야기들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이제까지 접했던 역사책과는 다른 재미와 교훈을 주기 때문에 역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야.
아들아, 네가 이번 기회에 역사에 더욱 흥미를 느끼고, 역사에 밝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 자, 그럼 지금부터 아빠가 들려주는 한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렴. 아빠와 함께 5천 년 역사 속으로 떠나자꾸나.
종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니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 신종의 종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니? 성덕대왕 신종은 긴 여운을 남기는 그윽하고 아름다운 종소리로 유명해.
훌륭한 종인지 아닌지는 종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고 해. 은은하고 깊으며 여운을 오래 끄는 종일수록 훌륭한 종이라는 거야.
우리나라 종은 중국 종이나 일본 종이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양식을 가지고 있어. 종의 모양과 세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종소리는 웅장하면서도 심오해. 동양 종 가운데 가장 우수한 종으로 꼽히고 있어. 그래서 우리나라 종은 ‘한국종’이라는 국제 학술 명칭으로 따로 불리고 있단다.
한국종은 삼국 시대에 불교가 전해진 뒤부터 만들어 사용했다고 여겨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통일 신라 시대인 8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종뿐이야.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한국종은 725년 만들어진 오대산 상원사 동종이지.
한국종은 그 생김새가 항아리를 거꾸로 엎어 놓은 듯한 모습이야. 종안에 추를 달아, 쇠가 쇠를 때려 종 전체를 흔들어 소리를 내게 하는 서양종과 달리, 종을 치는 나무 막대기인 당목으로 밖에서 종의 겉면을 쳐서 소리를 내게 하지. 이 종은 종각 등에 높게 매달아 놓지 않고 땅에서 낮게 다는 것이 원칙이야. 따라서 종소리가 아래쪽으로 쫙 깔리면서 은은하고 맑은 소리가 나고, 메아리를 남기며 멀리 퍼져 나가지. 종소리가 은은하고 깊으며 그 여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한국종만의 특징이란다.
<우리 종 이야기>는 다른 나라 종과 구별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종에 대한 이야기야. 종은 언제 처음 생겨났고, 한국종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소개했어. 그리고 상원사 동종, 성덕대왕 신종, 연복사 동종, 내소사 고려 동종, 옛 보신각 동종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들과 수난을 당한 우리나라 종 이야기, 종에 얽힌 옛이야기, 세계의 여러 종 이야기 등을 담았어.
나는 10여 년 전부터 종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종을 소재로 한 동시를 여러 편 쓰기도 했단다. 그 가운데 한 편을 여러분에게 소개할게. 나는 한국종을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천 년을 살았지만 주름 하나 없고, 수없이 울고 울어도 눈물 자국이 없으니 말이야. 이런 생각을 담은 시가 「범종」이야. 이 시를 소리 내어 읽어 보고 한국종의 세계로 함께 떠나 볼까
꼿꼿이 등을 세우고
종각 안에 앉은 범종
천 년을 살았지만
주름 하나 없습니다
수없이 울고 울어도
눈물 자국 없습니다.
―신현배 「범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