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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예술

이름:박평종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4년 10월 <인공지능과 사진>

골목정경 Alleyscape, Seoul

그 동안 그가 ‘일’로 기록해 왔던 도시의 모습에는 대상에 대한 사진가 고유의 관점이나 감성이 상당부분 배제되어 있었다. 정보가치를 중시하는 공적(公的)기록은 대상에 충실하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료’로 남겨두기 위해 그가 찍었던 사진들은 냉정한 관찰의 결과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엄정함과 객관주의적 시각이 배어있었다. 물론 그 사진들에도 작가의 개인적인 감성과 주관이 바탕에 깔려있을 테지만 기계 종속성이 강한 사진에서 그것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한계,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대상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 카메라 워크에 대한 제한 등이 굴레로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사진들은 이런 제약으로부터 거의 자유로워 보인다. 공적(公的)기록에서 벗어난 사적(私的)기록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차이는 매우 크다. 시각적으로만 보면 그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의 주체에게 그 차이는 너무도 큰 것이어서 사진 한 장이 불러일으키는 의미의 파장과 감흥의 밀도는 측정하기 어렵다. 거기에는 개인의 내밀한 기억과 세계관, 감성, 취향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공적 기록에는 그런 것들이 빠져 있으며, 어떤 점에서는 마땅히 배제되어야만 한다. 반대로 사적 기록에서는 그것들이 곧 작업의 추동력이 된다. 그런 것들을 읽어내어 우리가 작가와 교감할 수 있다면 이 사진들은 단순한 정보 이상의 것이 된다. ...... 버려진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기이하지만 그런 감성이 그 사물과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들의 질긴 삶에 대한 애정에서 온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아름다운 대상이란 본래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상을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감성에 따라 이 사물들을 아름답게 보았다. 그런 감성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안타까움 때문일 수도, 연민 때문일 수도, 혹은 애정 때문일 수도 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그것들을 기록해 오면서 몸에 밴 본능적인 집착일 수도 있다. 어쨌든 관건은 그가 버려진 사물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 따뜻한 심미안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칙칙한 리얼리즘’의 심미적 차원이 여기에 있다.

매혹하는 사진

『매혹하는 사진_한국현대사진의 새로운 탐색』을 펴내며 지난 2년 동안 「PHOTONET+」에 연재했던 작가론을 묶어 단행본으로 펴낸다. 매달 1명씩, 총 22명의 작가를 만나 작업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사색하며 글을 써 나가는 과정은 한편으로는 고단하고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커다란 즐거움이기도 했다. 한 작가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얻어 낸 결과물에는 그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 따라서 전체를 찬찬히 뜯어 살피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물론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독해는 수용자의 몫이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과정이 있기에 작품의 가치는 계속 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의미의 출발지점을 파악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을 쓸 때 항상 그 점을 염두에 두었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의 목적은 재능과 열정은 풍부하되 제도의 측면에서 아직 소통의 출구를 찾지 못한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데 있었다. 소박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작업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앞으로 한국 사진의 미래를 걸머지고 나갈 젊은 작가들의 지위를 탄탄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 어떤 작가를 선별할 것이냐가 관건이었다. 작가 선정에 필자의 취향과 가치관이 섞여 있음을 부인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기준과 원칙은 있었다. 우선 가급적이면 연령층을 30대에서 40대 초반으로 잡았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20대의 작가들은 아직 작업의 방향이 채 결정되어 있지 않고 작업 양 또한 물리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한 40대 중반 이상은 이미 기성 작가로 활동하고 있어 작가로서의 입지가 탄탄하며 널리 주목받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나는 오히려 이제 막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터져 나오는 이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 가능성을 일찍 인정받은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세간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작가를 선별했지만 전자의 경우처럼 이미 주목받는 작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이미 평단에서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들이 많다. 고무적인 일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작업의 일관성이었다. 이는 한 작가가 얼마나 한결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를 보여 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문제의식이 약할 때 작업의 지속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각각의 작업에 연속성이 약해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문제의식에 일관성이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작업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일관성이 없는 경우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 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실험적인 작업에도 당연히 관심이 있었다. 젊은 작가들의 가능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솟아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 의미 있는 작업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얼핏 보면 의미 있는 실험인 것 같아도 바탕은 그렇지 않은 경우, 문제의식은 좋지만 완성도가 낮거나 지속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아쉬운 점도 많았다. 본래 12회를 연재하기로 했다가 22회까지 연장하게 됐지만 막상 끝을 맺으려니 더 많은 신진 작가들을 연구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연재 기간 중 다루고 싶었던 작가를 놓친 것도 아쉽다. 그만큼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연재가 회를 거듭하면서 우리 시대에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보는 안목이 조금 생겼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그들의 작업을 크게 두 범주로 나누어 봤다. 분류 방법은 태도의 문제이다. 여기에 역사적 태도, 그리고 탈 역사적(혹은 역사 초월적) 태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론 이 구분은 임의적이다. 또한 두 가지 태도를 함께 취하는 작가도 있고, 양자를 넘나드는 경우도 있다. 역사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경계는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구분한 까닭은 우리 시대의 예술 담론이 지닌 특성 때문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작가란 독창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자기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스타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진정 한 사람에게만 고유한 무엇, 요컨대 독창성이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예술은 더 이상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때로 창의적인 작업에 대한 요구는 작가들의 발목을 붙잡아 자유로운 활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독창성이라는 개념은 특정 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한 작가가 세계에 대해 취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태도를 취하는 작가들은 우선 한국 사회 고유의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가깝게는 우리의 현재, 멀리는 한국의 근현대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들이다. 이들이 제기하는 질문들은 사회적 실천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탈역사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작가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적인 문제들에 천착하고 있다. 묵직한 철학적 개념이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논쟁적인 질문을 다루는 경우도 있고, 시각 예술의 근본 문제나 미학의 주요 화두를 다루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작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들의 문제의식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런 다양성이 풍요로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처음 작가론을 구상했을 때는 지금은 휴간에 들어간 월간지 <포토넷PHOTONET>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연재물의 형태를 염두에 두었다. 이를 「PHOTONET+」라는 별책부록으로 발간하자는 제의를 포토넷의 최재균 대표가 하였다. 젊은 작가들에게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재정 부담이 컸을 터임에도 작가들에 대한 애정으로 용단을 내린 최 대표님께 경의를 표한다. 22편의 별책부록을 묶어 단행본으로 출간하겠다는 기획 역시 초기부터 예정되었던 것이다. 필자에 대한 신뢰를 갖고 이 단행본이 작가들에 대한 입문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숨기 포트폴리오가부끄럽지만 감사하다. 연재부터 단행본의 출간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기획을 이끌어 온 육영혜 편집장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작가 섭외와 인터뷰, 편집에 이르기까지 매회 육영혜 편집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연재물의 절반은 그녀가 한 것이다. 이 단행본의 경우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실상 이 책의 모든 공은 작가들에게 있다. 좋은 작업이 있었기에 연재가 가능했고, 이렇게 단행본으로도 나올 수 있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응해 주고, 작업 샘플을 모아 전달해 준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얻어낸 작품들의 출판을 허락해 준 작가들의 고마운 결정에 값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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