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엮으며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디딤돌이 먼저 맞아준다.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오래도록 걸음을 받아낸다.
나는 삶을 버텨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뒤늦게 알게 되었다.
늘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서, 무언가에 기대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을.
붙잡을 곳 없던 날에도 보이지 않는 힘은 나를 일으켜 세웠다. 지나간 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모습으로 남아 오늘을 건너오고 있었다.
수없이 공이를 받아낸 돌절구를 쓰다듬고, 숫돌 앞에 앉아 마음을 벼리는 동안 삶은 조금씩 제빛을 되찾았다.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받쳐 준 것들에 대한 글이다. 이름 없이 곁을 지켜온 것들, 사소하여 지나쳤으나 끝내 삶의 뿌리가 되어준 것들. 오늘도 나는 보이지 않는 것들 위에서 조용히 하루를 건너간다.
2026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