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어언 80대 중반을 넘은
노인이 돼서 그런지 기억력과 상상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래도
습관적으로 읽고 쓰고 다시 고쳐 쓰는
일과를 해내고 있다.
팔자는 독에 들어가서도 못 피한다는
말대로 누리고 있는가 보다.
그런 처지에서 작년에 쓴 시편들을
다시 손질해서 모으고 나니 130여 편이
돼서 맞갖은 제14시집으로 출간하니
참 어언간 어둡고 긴 밤, 눈보라가
맵게 몰아치는 한낮까지 천착해서
갈무리한 초승달로 뜬 것 같아
기분이 한참 홀가분하고 한창때이렷다.
남은 삶은 서울 근교에서
산천이나 벗삼아 어슷어슷
둔일遯逸할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