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는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건너온 것도, 그로부터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는 것도, 오늘 우리가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도, 여기 실린 소설 속의 인물들도, 우리들의 시간도 믿을 수 없이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짧은 이야기들은 소설이 되었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시보다 조금 더 즐겁게 썼다. 왜일까 생각해본다.
(…)
뒤돌아보며 앞으로 걷고 있다. 어딘가 도착할 것이다.
겨울이 온다.
작은 여자아이였던 내가 작은 여자어른이 되었다.
그것을 마술이나 기적이라고 부를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어쩐지 나는 모든 사람의 마술, 세상의 모든 마법으로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다. 소년소녀들을 위한 세계문학전집에서 보았던 기이한 세계처럼.
이 세계를 무엇이라 부를까. 도처에서 번득이며 투명한 손으로 나를 잡아당기는, 결코 다다를 수 없어서 빛나고 아름다운 그곳을. 시라고 불러도 좋을까.
이 세계에 당신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이 부끄러운 내 악수를 반갑게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때때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일어나지 않는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건너온 것도, 그로부터 벌써 이십년이 지났다는 것도, 오늘 우리가 전염병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도, 여기 실린 소설 속의 인물들도, 우리들의 시간도 믿을 수 없이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짧은 이야기들은 소설이 되었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시보다 조금 더 즐겁게 썼다. 왜일까 생각해본다.
(…)
뒤돌아보며 앞으로 걷고 있다. 어딘가 도착할 것이다.
겨울이 온다.
2021년 11월
강성은
이상한 안개였다. 창문을 열면 안개는 집 안으로까지 들어왔다. 넋을 잃고 바라보던 사람들은 집 안에 안개가 가득해지고서야 허둥지둥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 한참이 지나도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안개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문을 열면 어디든지 금세 들어갔다. 작은 틈도 놓치지 않았다. 두려움에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랐다. 손으로 휘휘 젓고 쫓고 가로막아 서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안개 속을 뛰어다녔다. 노인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모두 유령처럼 희미해져갔다. 습기는 벽의 미세한 균열 사이로 숨어들었다. 벽들은 순식간에 검고 흉물스러운 곰팡이들을 만들어냈다. 곰팡이들은 순식간에 집 안 곳곳에 번져갔다. 얼룩덜룩한 벽과 천장에는 기괴한 문양의 그림들이 그려졌다. 안개가 들어온 집 안에서는 식물들이 죽어갔다. 기계들이 가전제품들이 나무들이 옷들이 책들이 조금씩 부식되고 부패하고 썩어갔다. 안개에 가려져 자세히 볼 수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사람들은 안개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불안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고 잠드는 약을 복용했다. 잠들기를 원했고 자고 일어나면 창밖이 말끔히 개어 있기를 잠시 꾼 나쁜 꿈이었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랜 시간 잠들지는 못했다. 자신이 잠든 사이 벌어질 일들이 두려웠다.
―에세이 「눈 속에 안개가 가득해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