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만난 아홉 살 어린이들이었습니다. 얼마나 설레던지요. 아이고, 숫자가 많이 줄었군요. 열여섯 명이네요. 그러다 깜찍한 아윤이가 전학을 오면서 우리 반은 열일곱 명이 되었어요. 5학년을 내리 4년 하다 만난 아이들은 무슨 말을 해도 귀엽고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습니다. 물론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귀여운 걸로 다 쌤쌤했지요.
우리는 밭을 일구고 고무 논에 모를 심고, 시똥 연못이라 부르는 고무 연못도 가꿨는데 6월 초 모내기를 하던 날이 생각나네요. 그날 우리는 물 댄 고무 논 네 개를 모둠별로 하나씩 맡아 흙을 부드럽게 푸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이쪽저쪽 돌아다니며 손을 보탰는데, 어느 순간 제 손가락에 있어야 할 금반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반지! 논에 빠졌나 봐!” 저는 울고 싶은 마음으로 논 속을 몇 번 휘젓다가 이내 포기했어요. 반지보다 얼른 흙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었거든요. 논에 들어 있으니 언젠간 나오겠지. 어쩌면 내년 애들이 찾아 줄지도. 그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때 민서가 “우리가 찾아보자!”를 외쳤고 아이들은 빠졌을 것 같은 논을 짐작해 같이 찾겠다며 몰려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디서 빠졌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 하며 쭈그리고 앉아 나머지 논의 흙을 풀고 있는데 세상에, 민서가 “선생님 찾았어요!” 하며 반지를 짠! 하고 들어 보이지 뭐예요. 햐~ 아이들이 얼마나 고맙고 예뻐 보이던지요. 그때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아 저는 그날이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웃음 지을 것 같아요.
이번 시집에는 열여섯 명 아이들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비록 글자로 시를 짓지는 못했지만, 밭을 일구고 벼를 벨 때,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시간을 보낸 다솜반 친구 하라까지 포함하여 우리 반은 언제나 열일곱 명이었습니다. 이 시집에는 그 시간들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다가 불현듯 2학년을 떠올릴 때가 있을까요. 그리고 저처럼 2학년의 어느 한때를 떠올리며 웃음 짓는 날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저는 참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26년 쑥국 선생님 - 엮은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