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를 마음속에 담아 두고, 수시로 꺼내 보는 즐거움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올 봄, 충남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마음속에서만 가꿔오던 꽃나무들을 옮겨 심을 소중한 터를 얻었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한 포기씩, 한 그루씩 글의 정원으로 옮겨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 번째 수필집이라는 ‘글밭’에 꽃을 옮기는 과정에는 남편의 정성 어린 도움이 컸습니다. 평소 꽃에 대해 나누던 대화를 기억했다가, 미처 준비하지 못한 꽃 사진을 찍어와 깜짝 선물로 건네주곤 했습니다. 남편과 내 휴대폰에는 꽃 사진이 가득 차 ‘저장 공간 부족’이라는 경고가 수시로 뜨지만, 그만큼 우리의 열정이 빼곡히 쌓인 것 같아 마음만은 풍성하고 뿌듯합니다. 또한, 우리 집의 활짝 핀 꽃인 삼남매와 사위,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운 손녀는 제가 글 꽃을 더욱 싱싱하게 피워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자양분이었습니다.
어떤 시인은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며 꽃 가꾸는 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꽃을 가꾸는 사람이 현명해서라기보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누구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물 속에 가득한 맑은 샘물 옆에서 한 모금도 못 마시고 갈증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세월이었다. 옆으로 스치며 지나가던 사람들,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은 마음껏 벌컥벌컥 마시며 탐스러운 열매를 마음껏 수확하였다.
수분 부족으로 목이 타들어 가도 말 한마디 못 하고 속으로 갈증을 삭이며 살았다. 내 삶은 메말라 가고 글 밭에 열매는 열릴 기미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갈증을 해소해 줄 생명의 물이 나에게 찾아왔다.
갑자기 마시려니 긴장되고 걱정이 앞선다. 이런 나를 옆에서 다독여 주고 용기를 준 남편과 우리 가족들 덕분에 힘을 내서 한 발짝씩 나서기 시작했다. 옆에서 물 마실 바가지를 건네준 최연희 선생님과 김일형 선생님이 제대로 길을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어려서부터 호기심과 관심이 많아서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 이런 습관 덕분에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20여 년 동안 문해교사로 배움에 목말라 하는 어르신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그분들로부터 따뜻한 마음과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교육청을 통하여 마을 교사 자격을 부여받고 역사 해설을 하게 되었다. 서산의 역사가 숨 쉬는 곳에 학생들과 다니다 보면 나도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열정이 되살아난다. 특히 해미읍성에서 느낀 600년의 역사 현장에 담겨있는 조상의 정신과 숨소리를 이번 글감으로 사용하게 되어 더 보람이 있고 그 기쁨이 매우 크다.
살면서 추억하고 싶은 것을 써 놓았던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여러 문학지라는 믿을 수 있는 큰 집에서 잘 지내고 있던 내 작품들을 드디어 작은 집을 지어 내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초가삼간도 내 집이 최고’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누구에게나 마실 샘물이 있다는 것을 몸소 생활에서 보여 주셨던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비록 열매는 이제야 수확하게 되었지만 단단한 뿌리를 주신 덕분에 설익었지만 상큼한 맛이 나는 열매를 맺게 되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면 옆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힘이 되어 주셨다. 그분들이 모두 내 글 속에 들어가 용기와 힘을 주고 있다. 지금 나는 화양연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