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깎은 머리에 어색한 서양 제복을 입은 키 작은 황제 고종의 초상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 한국의 이미지는 어쩌면 사진이 만들어낸 가짜 표상 효과일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서구열강과 일제의 식민지 사진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촘촘히 읽어내기. 21세기 영상 시대에 필요한 이미지 리터러시 혹은 사진인문학은 무엇일까?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근대 사진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사진사 연구에 관심을 두고 사진 평론과 전시 및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해왔다. 전시기획자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이동석 전시기획상'을 수상하였고,『경성, 사진에 박히다』로 2009년 ‘월간미술대상’을 수상하였다.
식민지 조선을 비춘 일제와 서구의 렌즈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었을까? 150여 장의 ’낯선’ 사진과 ‘읽을거리’와 ‘구경거리’가 가득한 본문 속에는 일제의 기획 아래 카메라 앞에 섰던 조선 황실의 ‘초라한’ 사진들이, 일본의 식민지 조사사업 과정에서 생산된 사진 가운데 하나인 ‘이상한’ 인체 측정 사진이, 러일전쟁의 흔적들을 쫓아 조선을 여행한 헤르만 잔더의 ‘서러운’ 사진 컬렉션까지 더듬었다.
이전까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던 천황의 존재가 국가의 권력을 '눈에 보는 것'으로 만드려는 의도 아래 메이지유신 직후부터 부각되었음을 파악하고, 그것이 당시 국내외의 정치.사회.문화들과 어떤 관련을 맺고 어떠한 영향을 행사해나갔는지를 추적한 책. 지은이는 자신의 주 전공인 예술학, 기호학을 바탕으로 '권력의 시각화'라는 관점에서 '천황의 초상'을 둘러싼 정치과정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