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들뜬 공기가 거리를 떠도는 겨울밤.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특급 호텔 '코르테시아도쿄'도 몰려드는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설렘과 행복감을 물씬 풍기는 투숙객 사이에서 유독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고 잔뜩 긴장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호텔 직원으로 변장한 경찰들이다. 이전에 도쿄에서 발생한 세 건의 살인 사건에 관련된 주요 인물들이 숙박을 예약했다는 첩보를 받고 긴급히 출동한 이들의 목표는 크리스마스에 네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것만은 반드시 막는다는 것이다.
같은 호텔에서 개최했던 새해맞이 가면 무도회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도 참석해 잠입 수사를 벌였던 형사 닛타가 재소환되어 호텔리어 야마기시와 다시 한번 긴밀히 호흡을 맞춘다. 객실의 굳게 잠긴 문안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섞이고, 무수한 사연과 숨겨진 과거의 비밀이 조금씩 정체를 드러내며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가 생활 25주년 기념작 <매스커레이드 호텔>로 막을 연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5년 만의 신작이다. 한여름에 만나는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 시리즈 최고 걸작입니다. 말 그대로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중 가장 뛰어난 소설입니다. 작품의 묵직한 테마를 빠져들어 읽어 내려가도록 쓰인 책입니다. 이 책 덕분에 근사한 휴일을 보냈습니다. 『일본 아마존 독자평』
★★★★★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테마 아래 삶과 죽음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삶의 방식이란 진정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비춰 줍니다. 한편 ‘죽어 마땅한 인간이란 존재하는가’라는, 인터넷 사회에서 더욱더 열띤 논의를 불러일으키는 명제에 대해 이 소설은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 너머 ‘구원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철학적인 관점까지 포괄합니다. 그러나 엘리트 형사의 사건물이라는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어려운 방향키를 잡은 의욕 넘치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꼭 한번 읽어 보세요! 『일본 아마존 독자평』
★★★★★ 우선 내달리듯 읽히는 책입니다. 살인의 종류가 반전을 거듭하는 한편 SNS(익명 SNS나 데이터 소거 SNS 등)를 이용하여 수수께끼는 점점 늘어만 갑니다. 추리소설과는 상관없이 올바른 형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남은 가족들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읽고 나니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일본 아마존 독자평』
학창시절 국사를 공부할 때 늘 난관을 겪은 지점은 디테일한 사건과 전체 역사의 흐름이 잘 매칭되지 않는 것이었다. 반만 년 역사의 내용이 방대하니 세부 사건을 파고 들다보면 전체 맥락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럴 때 도움이 됐던 방법은 주요 사건들만으로 구성되어 맥락과 흐름이 눈에 잘 보이는 책 한 권을 교과서 삼고, 거기에 이런 저런 살을 스스로 덧대어 보는 것이었다. 최태성의 이번 책은 그 탄탄한 교과서 역할을 하기에 제격이다.
<최소한의 한국사>라는 제목 답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상식 위주로 구성한 이 책은 각 시대와 국가의 주요 사건, 특징, 배경에 방점을 땅땅 찍으며 속도감 있게 나아간다. 그의 강연을 그대로 옮긴 듯 입말투로 서술되어 읽기에 편하고 재미도 있다. 흥미와 재미, 신뢰를 모두 잡은 역사 교양 책, 머리 속에 한국사의 주요 뼈대를 단단히 잡아 놓기에 충분하다.
- 역사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무령왕은 쓰러지기 직전인 나라의 사정을 수습하고 질서를 재정립했습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죠. 저는 그것이 문화의 힘이라고 봅니다. 고구려가 군사 강국이라면 백제는 문화 강국입니다. 《삼국사기》에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라는 말이 쓰여 있습니다. 백제가 첫 수도인 한성을 디자인할 때 적용한 원칙이에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문장인데 해석하면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저는 럭셔리를 표현할 때 이렇게 이야기하거든요. 진정한 럭셔리란 바로 이런 거라고 말입니다.
<백제 :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은 문화 강국> 중에서
2023년 3회 수상작을 출간한 문윤성 SF 문학상의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 같은 해 2023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단요의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바닷가 소도시에 새로 사무실을 낸 감정형 인공지능 설계사의 사무실로 가출한 슈퍼스타 소녀가 찾아온다. 소녀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미등록 '개'를 설계사에게서 받아간다. 소녀는 약속대로 설계사의 사무실을 홍보해주었고, 설계사는 바쁘게 의뢰를 받는다. 성인이 된 슈퍼스타는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했고, 악명 높은 인플루언서와 열애설에 휩싸인다. 이 애인이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후 슈퍼스타는 은둔하고 이제 인공지능 개가 설계사를 찾았다. 인플루언서 애인의 죽음과 슈퍼스타의 은퇴의 진실을 다룬 OTT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의 전개에 맞추어 '일종의 심리 미스터리'가 설계된다.
기본소득이 보편화된 세계관 속에서도 존재들은 '기본소득자 신세'가 되는 것을 두렵게 여기며 일을 가진 사람만 모여 사는 마을을 만들어 다시 경계짓는다. "남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기를 바라지만 막상 그런 상대를 만나면 지루해하거나 저의를 의심하고, 남에게 휘둘리면서도 은근한 기쁨을 느끼"(134쪽)는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이 설계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따뜻한 이야기나 다정한 위로에 행복감을 얻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긴장 속에 있다."(150쪽) 소설은 단언한다.
어린이 슈퍼스타란 아동학대가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상품이니 말이다. (36쪽) 스튜디오는 고해성사실이거나 노출증 환자들을 위한 특별구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 (104쪽) 인간의 마음에는 아닌 척 하면서도 남의 불행을 가십처럼 즐기는 성질이 있어서 (115쪽)
작가는 이 수상을 통해 “그렇게 써도 된다”는 확답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말도 좋게좋게 해야 하는 시대에 이런 문장을 적고, 그렇게 읽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작가를 만난 것이 독자 역시 반갑다. 현대인으로서 적절하고 쾌적한 무드를 유지하기 위해 상시 세로토닌 복용이 필요한 나와 같은 나의 친구들, 우리의 어긋남을 '환대'하는 소설이 마침내 도착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세 살 터울의 동생은 생쥐를 닮았다.
이 책의 한 문장
사람은 서로를 물어뜯으면서 성장하고 실패하고 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반대로 우리 설계사들은 영원히 너그럽고 선량한 존재를, 우리가 마음 편히 사랑할 수 있고 우리에게 무해한 사랑을 안겨다주는 존재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형상이 되도록, 시간이 흐르더라도 어긋날 일이 거의 없도록 설계하죠. 기준에 미달하는 것들은 가차 없이 폐기하고요.
한 마리의 여우가 인간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여우인 엄마와 인간인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나 신비로운 능력을 가진 아이들. 절대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을 가진 시노다 집안은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둘째치고 매일매일 야단법석이다.
비단 여우인 걸 들키지 않으려고 생기는 사건뿐만 아니라 뱀으로 변하는 동생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동네에 나타난 용도 해결해야 한다. 어쩐지 시노다네 집의 친구라면 너무 재밌을 것 같은 일만 벌어진다. 절대 알려져선 안 되는 비밀을 알고 싶다면 아무래도 책을 읽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만의 정말 재미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재난이 닥친다고 불행한 건 아니야. 재난을 이겨 내지 못하면 불행해지겠지만, 재난을 뛰어넘는 건 인생의 재미 중 하나니까! p.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