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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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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를 두들기는 여름비의 방문처럼"
첫 여름, 완주
김금희 지음 /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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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김금희의 여름 이야기로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이 시작된다. 무제를 운영하는 배우 박정민은 '눈이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책을 선물할 수 있는 방법'( 출판사 무제 투비노트 : https://tobe.aladin.co.kr/n/399084 )으로 이러한 형식을 생각해냈다고 기획의 변을 밝힌다. 소설이 먼저, 낭독이 나중인 일반적인 오디오북과는 다른 순서로 만들어진 이 책은 소리가 먼저, 문자는 그 다음이다. 희곡으로 읽어도 좋을 이야기는 입말을 살린 대사와 감각을 제안하는 지문으로 소리를 넘나든다. 주인공 손열매를 연기한 고민시 배우 등이 오디오북에 목소리를 얹고, 평론가 신형철, 가수 아이유가 추천을 더했다.

비디오 가게에서 <마스크> 짐 캐리의 성대모사를 하던 어린이였던 성우 손열매는 고수미가 사라진 후 살던 집 보증금과 우정을 잃은 후 목소리를 내는 법, 화를 참는 법을 잃어버린 채 완주로 간다. 돈을 갖고 사라진 고수미의 집에서 기거하며 수미 엄마의 매점을 대신 돌보며 여름 한 철을 난다. 외계인 같은 청년 '어저귀', 숙취해소에 대해 수상할 정도로 잘 아는 옆집 중학생 '한양미'와 그의 친구 파드마와 율리야, 99년의 수해로 용운을 잃은채 멈춰 있는 용운 엄마, 완주로 칩거한 배우 정애라 등과 물처럼 섞여 완주에서 흘러간다.

눈 외의 감각으로 느껴보고 싶은 소설이다. 고수미가 '비가 처마에서 떨어질 때, 우드드우드드 우산을 뜯듯이 빗방울이 쏟아질 때,'(29쪽) 서울도 완주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장면을 상상하면 새벽 잠을 깨우는 빗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손열매는 완주의 여름을 나무의 물기로, 연못의 물결 소리로, 버섯이 피는 소리로, 두릅의 향으로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 여름은 회복의 첫 여름. '그럼 서로 마주보고만 있으면 되겠네. 그러라고 여름이 있는 거네.'(176쪽)라는 어저귀의 대사처럼 여름의 쓸모를 생각해본다. 2021년 광화문글판을 장식한 김경인의 시 <여름의 할 일>의 부분처럼 우리의 '올여름의 할 일은 / 모르는 사람의 / 그늘을 읽는 일'. 눈을 감으면 다채로운 여름이 열린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어저귀가 재촉하며 두 팔을 내밀었고 열매는 어린 시절 작은 바위에서 바다로 다이빙하던 동작을 떠올리며 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그때 바다가 받아 주었듯 어저귀가 열매를 받아 안았다. 구덩이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그리고 화려했다. 나무뿌리와 균사체와 곰팡이가 여름밤에 알맞게 만발해 있었다. 열매가 손을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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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를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
질 바움 지음,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정혜경 옮김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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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도 강도 골짜기 개울도 없는 지역. 물은 흐르지 않고 깊은 구덩이에 고여 있거나 진흙에 엉겨 있거나 진창 속에만 존재한다. 이곳은 오직 늪과 못뿐이다. 물 때문에 모든 것이 매일 부식되어 수리해야 한다. 공들여 쌓아 올린 일상의 안정성이 매일 무너짐에도 지역 사람들은 묵묵히 지낸다. 잉어처럼 사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침묵으로 잠식된 마을에 돌연 나타난 남자는 물수제비뜨는 일에 열과 성의를 다한다. 이 지역에서는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아이들은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을 찾아 남자에게 건넨다. 그는 힘껏 조약돌을 수평선 위로 내던진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어린이책 작가인 질 바움과 일러스트레이터 요안나 콘세이요의 첫 공동 작품. 권태는 지독한 그림자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부식시키지만 작은 돌 하나로도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 압도되는 생활이더라도 "계곡의 급류처럼, 흐르는 강처럼 거침없이 돌진"하게 될 때가 반드시 온다. 그때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조약돌을 주머니에 꼭 넣고 다니도록 하자. - 유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바다를 만나지 못할 바엔
차라리 터져 버리려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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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음식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이야기"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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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먹거리와, 한정판, 1+1, 2+1 이벤트의 유혹 앞에서 발길을 멈추기란 쉽지 않다. 꼭 필요한 게 없더라도 한 집 건너 하나쯤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어느새 무언가 하나 손에 들고나오게 되는 경험을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는 감자칩, 라면, 제로 슈거 콜라, 탕후루, 삼각김밥 등 우리를 매일같이 유혹하는 편의점 먹거리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자 봉지에 왜 질소를 주입할까? 멸균 우유는 정말 냉장고에 안 넣어도 될까? 제로 슈거 콜라는 설탕이 0인데 왜 달콤할까? 탕후루 시럽은 왜 저으면 안 될까? 소시지는 왜 세로로 터지고, 옥수수수염은 몇 개이며, 라면은 왜 꼬불꼬불할까? 이 책은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온 편의점 먹거리에 담긴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단순한 먹거리가 지식으로 연결되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에, 유익한 과학 지식까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기특한 책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재미있는 어린이 과학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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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살아있는 양심' 팡팡 장편소설"
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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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쯔타오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 채 강물에 떠내려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발견됐다. 온몸에 상처투성이였던 그녀는 마침 인근 마을에 진료를 나와 있던 군의관 우자밍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았다. 발견된 지 보름이 지나서야 의식을 회복했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가로막혀 과거를 떠올릴 수 없었다.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결혼해 아들 칭린을 낳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이어갔다. 우자밍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칭린은 성실히 공부하고 노력해 몸담고 있던 회사 지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어머니를 편히 모시려 대저택으로 이사했고, 이제 행복만 남았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때, 딩쯔타오의 눈앞에 잊고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귀곡자하산도’, 모란이 그려진 공단 이불, 사조의 한시, 그리고 총개머리로 맞은 듯한 등의 통증. 딩쯔타오의 의식은 이내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듯 가라앉았다. 심연 속, 그는 18층 계단을 발견한다. 한 계단씩 오를수록 망각했던 과거가 서서히 그를 덮쳐왔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봉쇄된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담은 <우한일기> 출간 이래 중국 정부에서 금서 작가로 지명 당한 팡팡의 장편 소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연매장’은 죽은 뒤 관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매장의 형태를 일컫는 말로, 원한을 품어 환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쓰촨에서 토지개혁 때 도망친 친구의 어머니를 통해 연매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팡팡은 토지개혁으로 삶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이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침묵과 망각을 그것에 겹쳐 보았다. 소설은 비판 의식과 문학성을 훌륭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했지만, 1950년대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수상 직후 중국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다. 이후 독자들의 요청으로 대만에서 다시 출간되었으며, 이후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처절하지만, 결코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모든 망각을 배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