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고, 마음은 안타깝고, 피는 뜨겁다
"
마흔 살, 전과 4범, 구암 깡패들의 중간 간부, 만리장 호텔 지배인, 손영감의 오른팔인 희수. 구암 바다를 지긋지긋해하지만 달리 갈 곳을 찾지 못해 깡패로 살아오던 그가 사랑해온 여자 인숙과 그녀의 아들 아미와 함께 잠시나마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법. 몸부림 치는 삶은 조금도 숭고하지 않고, 그래서 뜨겁다.
<캐비닛>, <설계자들> 김언수 장편소설. 재기발랄하고 세련된 작가의 전작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소설의 지독한 현실감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곳은 바닷 바람이 부는 부산 변두리 구암. 비릿한 냄새와 소금기 젖은 공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읽기를 멈출 수 없는 문장의 속도감과 함께 이야기 속을 달리다 보면, 김언수의 소설임을 다시 실감하게 된다. 주요 인물의 선명함도 이야기의 현실감을 한층 또렷하게 한다. 1장의 봄, 2장의 여름을 함께 뛰어넘는 사이, 소설의 온도가 읽는 이를 달군다.
- 소설 MD 김효선 (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