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5일 : 8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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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비눗방울 퐁> 이유리 첫 장편소설

이유리의 소설은 황홀하고 서글픕니다. 참다못해 브로콜리가 된 사람의 마음은 브로콜리의 모양만큼 귀엽되 푹푹 상해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환상적인 분홍 구름을 배경으로 한 첫 장편소설은 이유리의 세계관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땅에는 집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오염물질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빛깔의 구름 위에 살고, 이들의 집은 인공강우제를 살포하는 정부에 의해 철거되어 비처럼 땅에 쏟아질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세계에서 가난은 직사광선이 내리꽂혀 새카매진 얼굴, 탄 목덜미로 관찰됩니다. 구름에서 나고 자라 스무 살이 된 주인공 '하늘'은 사다리를 타고 땅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다시 구름에 올라와 가족을 돌보는 생활을 하면서 땅 사람들의 멸시하는 시선에 정면으로 노출됩니다. 가난과 계급의 문제를 우화처럼 묘사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징검다리를 건너뛰어 질주합니다. + 더 보기

165쪽 : 동생이 양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새빨간 가루가 떨어져내린다. 마른 피처럼. 단결, 투쟁. 신이 나서 집을 박차고 달려나가는 동생의 바지 주머니가 아직도 불룩하다. 나는 동생을 따라 나가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단결, 투쟁. 단결,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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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엔 선배에게 투자 사기를 당하거나, 사기적인 보험 계약을 시도하는 설계사 등 속는 인물, 속이는 인물이 여럿 등장합니다. 이 인물들이 ‘믿을 수 있을 만큼의 진실’이라는 게 의미심장한데요. 제목을 작가께서 정하였는지, 출판사와 논의 후 정하게 된 것일지 제목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 「내가 그 밤에 대해 말하자면」의 열살 어린이 ‘나’는 화투판의 엄마를 보며 ‘자라고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사진 한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유나 작가도 이렇게 그림처럼 선명한 어린이 시절의 기억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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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2023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 2024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한 무경의 추리소설입니다. 1939년 여름 경성의 독신자아파트 ‘명성아파트’를 무대로 순사복장을 하고 영화 촬영에 참여하던 입주민이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고, 현장에는 정체불명의 붉은 글씨가 남습니다. 301호에서 셜록 홈즈와 똑같은 모자를 쓴 채 수상한 손님을 맞는 '마님'과 함께 살고 있는 열두 살 식모 '입분'은 빠른 눈치로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나갑니다.

일제강점기의 세련된 아파트를 배경으로 각자의 섬뜩한 속내가 차근차근 벗겨지는 구성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시대와 '2층부터 4층까지의 모든 집이 똑같이 생겼고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는 건축적 특성이 모두 힌트가 됩니다. 역사 추리소설 읽기 좋은 봄에 둘러보기 좋은 사건현장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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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은행나무

《내 심장을 쏴라》 리커버 붐의 비밀
모든 것은 엑스에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가을, 정유정 작가의 장편 등단작이자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의 리커버를 요청하는 독자 의견이 SNS에서 활발히 퍼져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잠시 스쳐가는 관심 정도로 여겼지만, 예의주시하며 지켜보다 보니 의견이라기보다 그야말로 이 책의 덕후라 자부할 만한 분들의 강력한 요구였다. 이미 출간 17년째를 맞는 이 작품이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에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가닿는,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어떤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우리가 그걸 간과하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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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은 소설로 한 편

각자의 회사생활도 소설로 적기 시작하면 구구절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기나긴 곡절이 이어질 것입니다. <책들의 부엌>의 북 스테이 공간으로 독자를 초대했던 김지혜의 신작 소설입니다. 잡지 폐간 이후, 계열사인 운화백화점에 ‘중고신입’으로 입사한 차윤슬은 브랜딩 업무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실패의 연속, 도망치고 싶은 순간 40년 전의 타임캡슐이 백화점 옥상에서 윤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의 박소연의 직장 하이퍼리즘 소설도 함께 읽을 만합니다. '일잘러'의 노하우를 전수했던 작가가 소설에서는 대다수 평범한 직장인들의 애환. 약간의 보람과 약간의 소외감과 약간의 연대감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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