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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손원평 장편소설.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성공하는 이야기를 추천해달라는'(270쪽) 포털 질문글을 보고 작가는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서, 다시 떠오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손원평은 자신의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의 추락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정확히 2년하고도 5일 전에도 김성곤 안드레아는 자살자들의 성지인 다리에서 몸을 던지려다 '매섭도록 차가운 칼바람'(18쪽)에 굴복해 실패한 적이 있다. 2년을 더 살아보기로 한 그의 결정은 실수였을까, 혹은 운명이었을까?
김성곤 안드레아의 삶은 평범하게 불운했다. '김성곤의 삶에 노력하지 않은 순간은 별로 없었'(50쪽)는데도, 그는 운명처럼 이런 결말을 맞았다. 지루한 직장생활이 성에 차지 않았고, 사업 아이템이 자꾸 떠올랐고,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할 집념까지 있었다. 그는 '사소한 일에 핀잔을 주고 성이 나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 제일 먼저 감정을 드러내는'(35쪽) 평범한 아버지로 살다 딸과 아내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ㅡ 생각만 바꿔선 안 돼, 아빠.
ㅡ 행동까지 바꿔야지. (65쪽)
딸 아영의 말처럼, 등을 쭉 편 채로 김성곤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자세는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나간다. "이미 나빠져버린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세상 전체를 바꾸는 것만큼이나 대단하고 힘든"(9쪽) 일이라는 믿음으로 손원평이 이 시대에 던지는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