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제안하는 위기 탈출 솔루션"
'나부터' 실천이 중요하다고 되뇌다가도, 매일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상품들 앞에서 내가 고작 일회용 빨대를 쓰지 않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가죽 제품을 쓰지 않고 되도록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사를 하다가도 셀럽의 복스러운 먹방 한 번에 육류 소비량이 껑충 뛰는 것을 보면 달리는 매머드를 잡아 세우려는 개미가 된 기분이다. 개인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개인의 노력이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큰 바람이 불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초국적으로. 빌 게이츠의 해법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희망이 엿보인다.
그가 이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현재 연 탄소 배출량 510억 톤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일일까? 가능성이 없다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의 핵심엔 (어쩌면 당연하게도)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분야별로 필요한 기술을 짚고, 결론적으로는 기술을 둘러싼 정부-기업-개인의 역할을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명시한다. 10년 동안 연구한 내용을 소상히 담기에 책 한 권은 제한적이지만 적어도 기후재앙 앞에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틀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빌 게이츠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던졌고, 이 책의 효용 가치가 누군가들의 서재 한쪽을 장식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