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10년째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교복을 벗고 사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을 들을 때면 기분이 좋았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나에게 잘 어울리도록 코디를 잘 해서 입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옷을 다양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어느새 일도 취미처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옷감을 만질 때의 감촉이 좋아서, 여전히 취미로서 옷을 좋아한다.
#책
손끝으로 느껴지는 종이의 느낌은 마치 좋은 원단으로 만든 새 옷을 만질 때 느낌과 흡사하다. 느낌이 좋은 옷감은 자꾸 만지고 싶어지는 것처럼 종이의 감촉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나거나 신선한 표현이나 단어를 만나는 기쁨 때문에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달달슈가
전문직인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딱딱한 이미지의 유니폼을 입고 안경을 쓴 나는 20년 이상 ‘선생님’이라 불렸다. 그게 익숙했는데, 어느 날 달달한 ‘슈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이런 달달한 이름 ‘슈가’가 잘 어울릴 줄이야. 모두들 ‘슈가’라고 불러주니 먼 훗날에도 ‘슈가언니’로 계속 지낼 것 같다.
#글쓰는할머니
아직도 나는 스스로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또 무엇을 가장 자신 있어 하는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일이면 열심히 하고 열정도 쏟다가도, 힘들면 좀 밀쳐놓기도 한다. 하지만 글 쓰는 일은 계속 하고 있다. 잘 쓰든 못 쓰든 그냥 하는 것을 보면 취미가 된 것 같다. 옷 장사 9년 만에 ‘나의 취미는 옷’이라고 이제 말하기 시작했는데 ‘글쓰기가 취미’라는 말은 언제쯤이면 자신 있게 할 수 있을까? ‘글 쓰는 할머니’, 그것이 내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