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무렵에 스태프로 일하며 연극을 처음 만났다. 2014년 서울연극제 희곡공모전에 「씨름」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907(구공칠)에서 글을 쓰고 연출을 한다. 현재의 감각에 솔직한 작업을 하려 노력한다. 언제나 고민하는 것은 자유와 사랑이다. 책에 수록된 희곡 외에도 「벽」 「코끼리 무덤」 「9월」 「제4의 벽」 「홍평국전」 「때때때」 「포스트 러브」 등을 썼다.
우리말 희곡에 쓰이는 ‘사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상태나 감정보다 시간과 관계의 어떤 틈. 공간성. 벌어진 틈은 그릇이 되어 만든 이의 손을 떠난다. 사이를 제대로 적어넣을 때 그리고 무대에서 사이가 무너질 듯이 쌓일 때 느껴지는 전율이 있다. 현실의 나는 해내지 못하는 그런 극적인 순간. 이 책에 실린 희곡들은 편당 80분에서 100분가량을 공연했다. 그런데도 어떤 극은 말이 많고 어떤 극은 말이 적다. 모두 ‘사이’가 하는 일이다. 그간 연극으로, 내가 쓴 것을 나의 속도로 전해 왔다. 이제 이렇게 남의 손에 남기게 되었으니, 이번 희곡집은 독자들이 자신의 속도로 읽어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