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 전문 번역가. 옮긴 책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냉전》,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팔레스타인 종족 청소》, 《혁명의 지성사》 등이 있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로 제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소수의 비판적 지식인과 활동가를 넘어서 계엄·탄핵 사태를 거치며 ‘다시 만난 세계’에 눈을 뜬 젊은이들에게 이 책이 텍스트힙 독서로 다가갈 수 있을까? 2024년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을 탄핵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광장에서 빛의 혁명을 이룬 시민들과, 응원봉 시위대, 키세스 시위대, 말벌동지 등 갖가지 재기발랄한 별명으로 불린 젊은이들은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단 하나의 열망으로 겨울 거리의 한파를 견뎌냈고 결국 승리했다. 하지만 이제 정권 교체 1년 2개월째인 현재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집값은 폭등했고, 민주당 정부는 기후정의운동의 호소를 외면한 채 이른바 ‘반도체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돌진하는 중이다. 세계 각국의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기성 정당들은 지금의 위기를 직시할 의지도, 능력도 없으며 오히려 정치 허무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그 틈새를 파고드는 극우 권위주의 포퓰리즘의 물결이 거세다.
이 책을 관통하는 (반)자기계발의 서사는 내향적인 사변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지은이는 누누이 공감과 연대, 지역사회의 일상적 실천과 동지애와 대의에 기반한 조직활동을 설파하며 그런 실천을 통해서만 충만하고 뿌듯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독자를 설득한다. AI와 소비주의 시대의 무력감과 무가치함을 극복하는 길은 다시 인간의 지성으로 눈을 돌려 세계관을 단단한 반석 위에 세우는 길밖에 없다. 우리 시대의 좌파는 일당독재와 강제수용소가 없는, 민주주의를 무한히 확장하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상상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