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범천동, 옛 호랑이가 출몰하던 냇가에서 태어났다. 태몽은 백호였고, 아명도 ‘문호(文虎)’였다. 어린 시절은 전북 고창에서 보냈는데, 이곳은 1925년까지 실제 대호가 나타났던 고장으로, 수많은 호랑이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 이후 전국 228개 시군구를 발로 밟으며 관광 안내서에도 없는 마을과 산길, 강가를 찾아다니며 전설과 사건을 수집하는 것을 평생의 취미로 삼았다.
경희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베이징대학과 중국인민대학에서 강의했으며, 주대만대표부·상하이 총영사관·주중국대사관 등에서 12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상하이 임시정부 관련 기사를 중국 『인민일보』에 대서특필하게 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이 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다.
2003년부터 2024년까지 경희대학교 국제법무대학원 부원장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중국인의 상술』, 『한국해―고래 바다』 등 40여 권이 있으며, 논문 60여 편과 칼럼 600여 편을 발표했다.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서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쓰면서 필자가 중국을 바라보는 데 끝까지 유지하려 했던 것은 다음의 세 가지 관점이었다.
첫째, 우주의 망원경이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방법으로 중국을 보는 것이다. 만물을 포용하는 물리학적 공간인 '우'(宇)와 과거, 현재, 미래의 구별 없는 무한한 시간인 '주'(宙)가 질서 있게 통일된 세계가 우주이듯이, 시간과 공간을 별개로 보는 것을 벗어나 중국을 역사와 지리의 십자가 한가운데 놓고 살펴보려 했다. 실제로 사회과학에서 역사(시간)와 지리(공간) 외에는 모든 학설이나 이론은 가설일 뿐이라고 하지 않던가.
둘째, 꽃씨의 현미경이다. 흔히 사람들은 오천 년 유구한 역사, 한반도의 44배나 되는 넓은 영토, 인류의 5분의 1이 모여 사는 중국을 말하라면 '장님 코끼리 더듬듯 한다'면서 지레 기부터 죽는다. 그러나 극대의 우주도 빅뱅 이전에는 원래 극소의 한 점에 불과했다. 또 어느 시인은 꽃씨 한 알 속에서도 하늘거리는 파아란 잎, 빨갛게 핀 꽃, 숨어 있는 노오란 나비떼를 보지 않았던가? 필자는 중국의 사회 문화, 정치 외교, 경제와 산업, 과학기술, 자연환경, 중앙과 지방, 민족성, 식생활과 성생활, 명승고적, 전통 풍습과 현대 유행 등등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총체적으로 중국을 파악하면서, 중국에 관한 모든 정보를 꽃씨 한 알에 담고 있는, 오천 년 중국을 꿰뚫고 있는 모노레일이 무엇인지 현미경 프레파라트에서 발견하고자 했다.
셋째, 체험의 내시경이다. 존재는 실제 체험을 통해 파악된다. 거기에는 일반적인 관념성, 허구성이 게재될 틈이 없다. 그대로 하나의 엄연한 실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환히 꿰뚫어보는 눈을 갖기 위해서는 상상력보다는 체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믿음이다. 그것은 저우커우뎬의 북경원인이 의식한 세계의 실재 속에 내재하는 원리와도 닮은 점이 있을 것이다. 솔직해지고 싶은 만큼이나 최후까지 믿고 싶은 것은 체험뿐이었다. 그것은 감각적 체험이라도 좋고 이성적 체험이라도 좋았다. 그로 인해 필자는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의 27개성과 자치구, 4개의 직할시를 직접 발로 뛰며 중국인이라면 상하귀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몸으로 부대끼면서 중국의 속살을 관통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