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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나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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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퀴어한 장례와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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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켄지 워크가 책의 서두에 쓴 ‘감사의 말’을 읽자, 이 책이 앞길을 비춰줄 빛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되고 싶은 것이 생겼다. 레이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약물 사용자와 트랜스 퀴어, 그리고 비정상 존재 사이에서 “안전과 어떤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까다로운 일을 하며 우리를 위한 상황을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 인권이 그런 거 아닌가, 더 잘하고 싶다. 이 책은 “레이빙 상황”을 그리지만 밤 열한 시에서 아침 여덟 시 사이에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많은 상황들을 은유한다. 그 밤은 삶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이 탈진하기 위해서 모여드는 시간이다. 대개는 그러한 상황을 구축하기 위해서 노동하는 사람, 돈을 버는 사람, 돈을 쓰는 사람이 구분되는데 레이빙은 그저 “몸이 소리와 빛으로 잘게 부수어”지고, “자아가 흩어지며 다른 존재들 속으로 섞여 들어”가려는 탓에 할 수 있는 가장 덜 해로운 방식으로 노동과 돌봄이 공존하게 하려는 의지가 발동하기도 한다. 레이빙이 시작될 때부터 누군가에게는 어두운 지하나 거리의 레이브가 피난처이자 통치가 미치지 않는 곳이었다. 언제나 도망자들이 모이는 곳이 필요하다. 슬픔과 원통함, 분노 그리고 행복과 즐거움을 표현할 수 있는 시공간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흑인들이 만들어낸 이 지하 세계를 트랜스 퀴어들도 점유한다. 가장 가까웠던 관계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유리된 느낌을 받았을 때 책을 펼쳤다. 책을 덮으면 자아와도 잠시 분리된 채 비트에 박히고 싶은, 누구의 것도 아닌 몸이 된다. 다리 혹은 바퀴를 질질 끌며 레이브에서 돌아올 땐 몸마음이 달라져 있다.
2.
이 책의 장점은 페미니스트 퀴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된 시장의 흥망성쇠가 비영리단체, 여러 협동조합, 의료서비스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문가들에게도 영감을 준다는 것을 짚어낸 데 있다. 필수재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섹스토이 시장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정보와 교육을 연결하면서 누군가의 생존과 건강, 즐거움을 지키고 증진시키는 일 말이다. 시장의 역할 및 다양성, 시장을 통해 ‘평등’하게 교류하는 소비자들, 시장에 대한 국가 규제의 양가성, 섹스 시장에 긴밀히 얽혀 있는 젠더·섹슈얼리티·인종·계급·장애의 문제,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시장과 같은 다양한 의제를 고민하는 데 섹스토이만큼 흥미로운 사례가 있을까?
3.
그토록 고대했던 책이 여기에 당도했다. 장애여성의 역사, 문화적 재현, 운동의 쟁점이 치열한 정치적 언어로 담긴,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텍스트다. 소수자 운동은 어떻게, 국가 폭력의 본질을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밝히고,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만든 불평등 구조에 소수자가 배치되었는지 폭로하며,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해방의 기획을 제출하는 ‘동료’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통해 드디어 이런 질문에 깊고 넓은 답을 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숨 가쁘게 책장을 넘겼다. 건강권・성과 재생산권・가족구성권・시설에 구금되지 않을 권리・이동할 권리・차별 없는 공공 의료에 접근할 권리를 요구하는 장애인 운동・성소수자 운동・이주민 운동・난민 운동・외국인 보호소 폐지 운동・HIV/AIDS 인권 운동・성노동자 운동・문화 운동의 동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차별의 역사를 딛고 나중을 위해 유예된 시간을 펼쳐 내기 위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근원을 직시하고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은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4.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당하게 때로는 기쁘게 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 대답을 원천적으로 부정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질문을 나에게 던지는 사람과 나의 대답을 진심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관계 맺는 이야기를 짓는 이야기꾼 이정식은 무엇이든 정확하고 자세한 언어로 설명해주지만, 듣는 이의 대답을 누구보다 더 강렬하게 기다린다. (…) 혐오의 언어가 구체화되고, 그것이 착취를 위해서 사용되지 않게 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들어보지 않은 이야기, 상상해보지 못한 삶에 가까이 다가가 연루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5.
“지금 정치적으로 물어야 하는 것은 누가 레즈비언인가가 아니라 어떤 페미니즘인가다. 차별과 배제의 기획으로서 여성임, 레즈비언임을 생물학적 특성에서 찾으려는 ‘인종주의’는 당사자 정치와 운동을 해방을 위한 기획에서 멀어지게 할 위험이 다분하다. 1990년대부터 국내 페미니즘 연구자들 사이에서 조각 글로만 유통되던 서구 레즈비언 페미니즘의 중요한 글들을 엮고 그 성과와 한계를 그려내는 나영의 작업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실천이다. 이 책이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페미니즘, 해방적 기획으로서의 당사자주의, 새로운 실험과 급진적 도전을 위한 시간과 비용의 사회화에 대한 토론을 촉발하기를 절실하게 바란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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