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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선우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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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024 콘텐츠가 전부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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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편지를 훔쳐보는 기분으로 책을 펼쳤다가, 답장을 받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이 책은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다. 두 사람은 핏줄로 이어져 있지 않지만, 어떤 부자보다 깊은 대화를 나눈다. 한 사람이 먼저 아버지가 되어 주겠다고 청하고, 다른 한 사람이 그 손을 잡으면서 시작된 관계다. 두 사람은 ‘열심히’, ‘멈춤’, ‘노림수’, ‘열등감’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단어들을 각자의 경험으로 다시 해석한다. 아버지는 ‘열심히’보다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가’가 먼저라고 말하고, 아들은 십여 년 동안 딴생각을 하며 연주하는 연습을 성실하게 반복해 왔다고 고백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내가 지켜 온 ‘열심’을 오래 돌아보았다. 열심히 살아왔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며, 정작 방향을 묻는 일은 미뤄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평생 괴롭혀 온 단어는 ‘열등감’이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잘하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열등감은 결국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두 사람의 통찰은 오랫동안 이어 온 자기 괴롭힘을 조금은 내려놓게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평범한 단어를 삶의 언어로 바꾸어 놓는 데 있다. 사전 속에 머물던 단어들이 두 사람의 경험을 통과하며 전혀 다른 깊이를 얻는다. 그리고 그 단어들은 다시 독자에게 건너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두 사람의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한다면 ‘지음(知音)’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말을 꺼낸 이는 평생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온 상담가이고, 그 말을 받은 이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다. 우연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정확한 만남이다. 두 사람은 나이도, 학교도, 학위도, 지금까지 쌓아 온 것도 내려놓고 서로를 마주한다. 내려놓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안다. 사람을 손해와 이득으로 저울질하는 시대에, 이 편지들은 아무런 계산도 없는 자리에서 오간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문장들이다. 이 책은 정답을 건네지 않는다. 다만 평범한 단어 하나를 붙잡고 자신의 삶을 끝까지 들여다볼 때, 한 사람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단어 하나가 남을 것이다. 내게는 ‘열등감’이었다. 당신에게 남을 단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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